국회, 경기도에 요청 자료만 1000여건
국감 무관 지방사무 관련 75% 이상
도청 직원 새벽까지 준비 파김치
▲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후덕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무리한 자료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지방고유사무 등 국감과는 무관한 자료 요청이 쏟아지면서 '국감인지 행정사무감사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7일 도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이달까지 국회에서 요구받은 국감 자료와 국회의원 개인 요청 자료 등은 모두 1000여건에 달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중 75%가량이 국감과 상관없는 지방고유사무 관련 자료라는 데 있다.

도 관계자는 “국감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한 사업 등을 범위로 한다. 하지만 오는 19일과 20일 각각 예정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국감과 관련한 자료 요청은 대부분 지방고유사무 내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는 11월 경기도의회의 행감에서 다뤄야 할 내용을 국감에서조차 요구하는 탓에 관련 직원들은 새벽까지 자료 준비를 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도에 들어온 국감 관련 자료 요청 내용을 확인한 결과 '최근 5년간 연도·기관별 직원 외부 강의 현황'과 '최근 3년간 고위직 공무원 연가 사용 현황' 등 국비지원사업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아울러 '민원 접수 내용 및 조치 결과'와 '각 기관이 보유한 해외구매 물품 및 A/S 현황', '공무원 징계내역 및 징계부과금 부과 현황' 등 주로 지방의회 행감에서 다루는 내용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차기 대선 주자 1·2위를 다투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한 자료 요청도 쏟아졌다. 도는 자료 요청 내용 중 '이 지사와 관련한 출장 내역' 등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방대한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도청 공무원들은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재난 업무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라 사실상 이중·삼중고를 겪는 셈이다.

유관희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도대체 국회가 행감에서 다루는 내용의 자료를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미 행감을 통해 충분한 감사를 받고 있기에 국감에선 오직 국비지원사업 등에 대한 논의만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여전히 국감이 다가올 때면 '관용차량 운행일지 건수'를 비롯해 '순수 도비 집행 사업'과 심지어 '업무추진비' 등에 대한 자료 요청도 끊이질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서라도 지방정부에 대한 과도한 국감은 폐지돼야만 한다”며 “공무원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발생하는 행정 공백은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