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2022년까지 48곳에 도심숲 만든다

 

지난 7월 '공원일몰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인천 장기미집행 공원들이 시민 녹지 공간으로 되살아난다. 20년 이상 조성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돼 실효 대상에 오른 공원들의 실시계획 인가가 완료되면서다. 인천시는 지난해 2월 수립한 '공원확충계획'을 바탕으로 일몰제 적용을 앞둔 장기미집행 공원 100%를 지켜냈다. 미집행 상태로 남아 있던 공원 48곳이 2022년까지 만들어지면 인천시민 1인당 공원 조성 면적은 8개 특·광역시 가운데 세종시에 이어 두 번째로 넓어진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장기미집행 공원이 단 하나도 실효되지 않고 모두 조성되도록 실시계획 인가를 마무리했다”며 “이제 시민과 함께 공원을 만들어가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장기미집행 시설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고도 재정 등의 이유로 조성되지 않은 곳을 일컫는다. 공원·도로 등이 대표적이다.

장기미집행 시설은 1999년 헌법재판소 판결로 인한 '장기미집행 지정부지 일몰제'로 기로에 섰다. 사유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가해진 이들 부지의 도시계획시설 효력이 상실되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7월 시행된 일몰제 시행에도 인천 공원 면적 6.18㎢는 실시계획 인가 절차 완료, 국공유지 유예로 실효를 피했다. 공원일몰제라는 위기가 48개 공원을 시민 여가 공간으로 조성하는 기회로 거듭난 셈이다.

▲행정절차 속도, '최우수 지자체'

1일 인천시의 '장기미집행 공원 실효 해소 현황' 자료를 보면, 전체 48개 장기미집행 공원 가운데 3.49㎢ 면적에 이르는 39개 공원이 시 재정 사업으로 조성된다. 민간이 일정 부지를 개발하고 공원을 개발하는 형태의 특례 사업으로도 0.57㎢ 면적의 4개(재정 사업 중복 1개 부지 포함) 공원이 조성된다. 시는 지난 6월 말까지 이들 공원에 대한 실시계획 인가를 마쳐 공원일몰제에 대비했다.

장기미집행 공원에는 국공유지로 유예 적용을 받은 9개(재정 사업 중복 19개 제외)도 포함돼 있다. 면적은 2.69㎢이다. 법령상 일몰제가 유예된 이들 공원도 향후 조성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장기미집행 공원을 지켜내기까진 시의 선제적 대응이 빛을 발했다. 앞서 시는 지난해 2월 시민단체와 전문가, 10개 군·구를 포함한 민관 합동 토론회를 갖고 '공원 확충 종합계획'을 확정했다. 자동 실효 대상인 장기미집행 공원 가운데 개발제한구역, 재정비 지역 등을 제외하고 2.91㎢ 면적의 46개 공원을 조성 대상지로 선정한 것이다. 시는 대상지 보상과 공원 조성 등에 소요되는 5641억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공원 확충 계획이 마련된 이후 자동 실효까지 1년4개월여의 기간 동안 시는 행정절차에 속도를 높였다. 장기미집행 공원 확충 면적은 국공유지 유예 부지를 포함해 6.18㎢로 확대했고, 당초 46개였던 공원 수도 48개로 늘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공원일몰제 대응 실적 종합평가에서 인천시를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하기도 했다.

▲1인당 공원 조성 면적 12.9㎡

시는 재정 사업으로 조성되는 장기미집행 공원에 2022년까지 3837억원을 투입한다. 올 하반기부터 보상 작업에도 착수한다. 계획대로라면 2022년 말까지 34개, 2024년까지 나머지 5개 공원이 모두 조성될 예정이다. 장기미집행 공원이 만들어지면 인천의 1인당 공원 조성 면적은 12.9㎡로, 8개 특·광역시 가운데 세종시에 이어 두 번째로 넓어진다.

장기미집행 공원 조성은 원도심 녹지 공간 확보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장기미집행 공원 가운데 17곳은 원도심에 조성된다. 미추홀구 문학·관교·재넘이, 부평구 희망·백운·십정·맑은내, 계양구 이촌·갈개·새벌 등의 공원이 시민 쉼터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장기미집행 공원은 도시 숲 사업과도 연계된다. 공원녹지 연결, 인천대로 바람길숲 조성, 폐철도 녹화사업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녹색도시를 만드는 데 단초가 마련된 셈이다.

박남춘 시장은 “인천은 서쪽으로부터 유입되는 환경오염에 맞서는 수도권의 첨병 같은 도시”라며 “시민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는 그린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절된 공원 연결 '그린이음'

기후변화 대응하는 녹색도시

▲ 지난 5월 준공된 인천 중앙공원 연결육교. /사진제공=인천시
▲ 지난 5월 준공된 인천 중앙공원 연결육교. /사진제공=인천시

 

지난 5월 인천시청역에서 예술회관역까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도 중앙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보행육교가 들어섰다. 총 길이 3.9㎞, 9개 지구로 조성된 도심 허파인 중앙공원 녹지축이 편리하게 이어진 것이다.

중앙공원 보행육교는 단절된 공원을 연결하는 '그린이(e)음' 사업의 일환이다. 인천시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200억원을 들여 장기미집행 공원 조성과 연계한 그린이음 사업에 착수한다. 현재까지 연결된 중앙공원 3~5지구뿐 아니라 1~2지구, 6~8지구가 이어진다. 남동구 소래습지 생태공원과 오봉산, 부평구 백운~함봉공원 녹지축도 연결된다.

장기미집행 공원을 바탕으로 도심 녹지를 잇는 사업은 인천대로 바람길숲으로도 나아간다. 중구와 미추홀구, 서구를 아우르는 옛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구간 10.45㎞의 인천대로 가운데 도로 면적의 44%에 해당하는 22만㎡를 공원화하는 것이다. 인천대로 바람길숲 조성에는 내년부터 5년간 892억원이 투입된다.

그린이음과 인천대로 공원화에 더해 도시 바람길숲, 미세먼지 차단숲도 시민을 맞는다. 미추홀구 수인선 폐철도 녹화사업과 미세먼지 차단숲 3곳, 도시 바람길숲 4곳이 내년까지 조성된다. 시 공원조성과 관계자는 “장기미집행 공원뿐 아니라 도시 숲 조성에도 속도를 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녹색도시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