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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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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디지털 시대를 준비하는 선전특구

김동수 소속/직책 : 산업연구원 동북아산업실 실장 2020-11-30

중국의 여러 도시 중에서 가장 활발하다고 느껴지는 곳 중의 하나가 선전이다. 매년 방문 할 때마다 투자와 개발로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러면서도 중국 도시 중 외부 사람들에게 가장 개방도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40년 전 인구 50만 명 정도의 작은 어촌마을이었기에 지금 대부분의 선전시민은 중국 각지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그런 까닭에 토착 주민의 텃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홍콩의 배후도시로써 가공조립 중심의 제조업이 발달하였으나, 지금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와 함께 일선도시(一线城市)로 성장하여 대표적인 청출어람(靑出於藍)의 도시가 되었다. 그리고 인근에 함께 산업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광저우는 물론 중·대규모의 후이저우(惠州), 둥관(东莞), 포샨(佛山), 중산(中山), 주하이(珠海)로 둘러싸인 선전시는 당분간 이런 명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1978년 개혁개방정책을 채택하면서 1980년 8월 선전에 제1호 경제특구를 지정하였고, 선전시는 홍콩 자본의 유입 및 시장 경제체제의 시험적 도입을 통하여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연말 상주인구가 약 1,323만 명에 이르고 일인당지역내총생산이 203,500위안(약 3만 373달러)1)으로 중국의 일인당 지역내총생산 70,392위안의 약 3배에 이르는 경제 선진 도시가 되었다. 선전통계국 자료에 나타난 산업을 보면 3차 산업의 비중이 60.9%를 차지하고, 선전시 4대 산업(첨단산업, 금융산업, 물류산업, 문화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5.1%에 이른다. 

중국 정부의 2020년 국내총생산 대비 전략성신흥산업2) 의 비중 목표가 15%인 점을 고려하면, 선전시는 지역내총생산 대비 전략성신흥산업의 비중이 2019년 37.7%를 차지할 만큼 고도화된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한편, 2018년 중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2.14%인 것에 비해 선전시의 2019년 지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93%로 월등히 높다. 중국 국무원은 2020년 10월 11일 <선전건설 중국특색사회주의 선행시범구 종합개혁 시행방안(2020~2025년)>을 공표함으로써 2025년까지의 중기 선전시 발전계획을 제시하였다. 시행방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전체적인 발전 기조는 시장경제 개선 및 국제적인 비즈니스 환경 조성이라 할 수 있다. 토지관리제도 개선 및 선전시 정부의 자율권 확대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거주증 제도 개선 및 사모펀드의 도입과 디지털 위안화 등 자본시장에 시장경제 체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시하였다. 한편 공정한 시장경쟁 체제 도입 및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통한 국제적 수준의 비즈니스 환경 조성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방 확대 정책의 하나로 단계적인 금융업과 해운업 분야의 개방을 확대하고 국제금융 시스템의 도입도 추진할 예정이다.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한 고급인재 대상 영주권 제공 등의 제도 개선도 제시하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의 선전시는 개방정책과 홍콩 배후지로서의 이점을 활용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다면 앞으로의 선전시는 디지털 경제로의 빠른 전환을 준비하고 있어 디지털 시대의 선진도시가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하여 선전시 정부는 지난 7월 <신형인프라 건설 실시의견 (2020~2025년)>을 통하여 발전 기본으로 과학기술선도, 디지털화에 따른 응용사업 위주, 디지털화 기반의 혁신 산업공급망, 네트워크화를 통한 혁신자원 공유를 제시하였다. 실시의견은 빠른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에 대응하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3가지 측면에서 디지털 경제 생태계 조성을 밝히고 있다. 


첫째, ‘AI+5G+8K’ 관련 응용 시범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위하여 2020년 약 100억 위안(약 1조 7천억 원) 규모의 정부조달을 활용할 계획이다. 둘째, 연구개발과 생산 그리고 유통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의 디지털화와 비대면 소비 및 재택경제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수요시장 육성을 통하여 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공표하였다. 셋째, 국제적인 디지털 산업클러스터 조성의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초고속 통신망(5G)과 산업 인터넷, 8K 초고화질 동영상, 그리고 데이터 및 서버 관련 산업에서의 선도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로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이루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4월 선전시 난산취(南山区)정부는 화웨이와 함께 쿤펑산업3)실증단지를 조성하여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등의 응용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비록 미국과의 산업기술 보호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화웨이의 본사가 있고, 인근 동관시에 Ox Horn 캠퍼스로 알려진 시료베이포춘화웨이(溪流背坡村华为)4)가 있으며, 전기차 선두업체인 비야디(比亞迪, BYD)와 세계 드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다쟝촹신(Da Jiang Innovation, DJI), 아이언맨 슈트로 유명한 광치(光启) 등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있는 곳이 선전이다. 선전대학교 출신으로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위챗(WeChat)을 개발한 마화텅(马化腾)이 설립한 텅쉰(腾讯, Tencent)이 난산개발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금도 난산개발구에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유니콘 기업을 꿈꾸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있고, 이들에게 투자하겠다는 자본가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상하이와 더불어 증권거래소가 있는 선전증권시장에는 주증권시장과 중소기업증권시장 그리고 창업기업증권시장까지 있다. 매년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경험하고 있고, 중국 어느 대도시보다 평균연령이 매우 낮은 활력이 넘치는 곳이다. 얼마 전 언론매체에 따르면 텅쉰과 화웨이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돌며 우리 대기업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자본주의식 시장경제가 잘 작동하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곳이다. 능력 있는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선전시의 산업생태계, 창업생태계, 정부의 역할과 지원방식 모두 우리가 열심히 벤치마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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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러당 6.8위안 환율적용
2) 2010년 지정된 미래성장동력산업의 개념으로 7대 분야(차세대정보기술, 에너지·환경, 신에너지, 신소재, 신에너지 자동차, 첨단장비제조, 바이오)로 구성
3) 鲲鹏(kūnpéng)计算 산업(쿤펑산업): PC, 서버, 빅데이터 스토리지, 클라우드 관련 산업을 통칭
4) 화웨이의 연구개발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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