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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얀마에서 코로나19 대처와 보건 안보

미얀마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HK 연구교수 2020/06/23

코비드 발생
2020년 5월 20일, 한국과 미얀마의 수교가 45년을 맞았다. 양국 정상(미얀마측은 아웅산수찌 국가고문 및 윈민 대통령)은 축하 서한을 통해 신뢰와 우의를 바탕으로 제반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현 시국을 반영하듯이 양국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비드) 위기 극복에 협력하기로 했다. 

미얀마에서 코비드는 지난 3월 23일,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최초 보고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1월 30일), 코비드를 감염성 높은 바이러스 또는 의무 신고가 있는 바이러스로 지정(2월 28일), 팬데믹(pandemic) 선포(3월 11일) 등 국제사회를 향해 코비드의 유행과 위험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정부의 대응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미 이주노동자들이 귀국을 시작했고, 중국과 태국 관광객들의 관광도 유지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어떠한 대응책도 내놓지 않았다.

미얀마는 해마다 사이클론, 홍수, 지진 등 다양한 자연재해에도 불구하고, 재난을 통제하고 대응할 상설 중앙기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코비드와 같이 전례 없는 전염병의 발생과 유행에는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아가 낮은 의료수준, 내전으로 인한 의료와 방역 사각지대에 놓은 국내외 난민 문제, 코비드의 전국적 확산을 우려하여 사전에 사회를 통제하고자 하는 군부의 의향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코비드는 단순히 전염병의 확산과 대응으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미얀마에서 코비드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문제점, 군부의 반응 등을 살펴보고, 향후 코비드 사태를 전망하고자 한다. 

미얀마의 열악한 보건 환경
2019년 발표된 세계보건안보지수(GHSI)에 따르면 미얀마의 보건안보지수는 195개국 가운데 72위(43.4)를 차지하여 양호한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개발지수(HDI, 2014)는 184위로 최하위권이다. 2017년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5.2%를 의료비에 지출했으나, 의료비 관련 정부의 지원은 없다. 즉 의료비는 경제성장이나 개인 수입의 증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실제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보건비 개인 지출은 85%에서 62%로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전세계 평균은 32%에 불과하다. 2017년 생활여건 조사(2017 Living Condition Survey)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62%(3,000만 명 이상)는 저축이 없는 상태이고, 83%는 비공식적 영역에서 근무하므로 노동 여건도 안정적이지 않다. 따라서 국민 다수는 갑작스러운 재난에 대비할 재정적 여력도 없어 보인다. 의료 인프라는 더욱 열악하다. 인구 1만 명 당 의사는 6.7명, 간호사는 10명이고, 10만 명 당 의료용 병상(침대)은 약 1.1개에 불과하다. 

표1


정부의 대응과 평가
중국과 태국 등 이웃 국가에서 코비드가 확산하는 가운데에서도 미얀마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20년 1월 대통령실 산하에 코로나바이러스 2019 방역, 통제, 치료위원회(Central Committee to Prevent, Control and Treatment of COVID-19, 기구 1로 명명)를 설치한 것이 전부였다.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을 선언한 이틀 뒤(3월 13일) 위원회는 총 22개 부처를 편재시킨 정부 수준 기구로 격상되었다. 이 기구는 방역, 통제, 관리감독, 국경 통제, 입국자 관리, 내국자 이동 관리, 언론과 협력, 국제 협력 등 국가 차원의 거시적 정책을 담당한다.

이와 별도로 3월 31일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19위원회 (Committee for Corona Virus Disease 19, 기구 2로 명명)를 조직했다. 위원회는 코비드 진단, 확진, 치료, 각 정부 및 비정부기구(NGO)와 협력 등을 주요 역할로 설정하고, 위원이 소속된 정부 부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대응에 돌입했다.1) 

기본적으로 정부의 대응원칙은 ‘전 국가적 접근’(whole-of-nation approach)이다. 즉 아웅산수찌가 위원장인 기구 1이 전체적 지침을 마련하면, 기구 2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고 시행한다. 예를 들어 기구 1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 금지를 발표하면, 기구 2에 소속된 각 부서는 부서 간 협력을 통해 시행한다. 

5월 말, 미얀마 국내 코비드 확진자는 200여 명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다. 수치만 볼 때 정부의 대응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으나, 내막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보건체육부에 따르면, 5월 23일 총 검진자 수는 1만8,644명이고 이중 확진자는 201명, 회복자는 122명, 사망자는 6명이었다(<그림 2>참조). 

표2


<그림 3>와 같이 코비드는 최대 도시 양공을 중심으로 한 양공주(Yangon Region)에 집중되고, 제 2의 도시 만달레와 함께 중국 및 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북부지역 및 남부 지역에서도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표3


보건체육부에 따르면, 1일 최대 검진자 주는 1,000명에 불과한데 양공지역의 인구는 최소 600~700만 명에 달한다. 예를 들어 공업지대인 흘라잉따야(Hlaingtharyar)의 경우 인구 밀도는 ㎢당 1만 5,000명에 육박한다. 3월 이후 주변국에서 귀국한 이주노동자 수도 약 8만 명에 달하지만, 이들을 위한 격리 시설은 전역에 1만 명 수준(5월 18일 기준)에 불과하고, 검진 키트 또한 부족하다. 정부는 대부분 귀국한 이주노동자들의 입국 지역에 검진소를 설치한다고 발표했으나 귀국은 대부분 마무리되었다. 게다가 전국의 검진소는 10개 미만이다. 즉 코비드 확진자 수와 별도로 검진을 할 수 있는 총체적인 정부의 역량이 부족하므로 확진자 수가 적은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정부의 늑장 대응과 함께 이 사태를 심각하지 보지 않았다는 증거는 또 다른 곳에서 발견된다. 팬데믹이 선언된 뒤 정부는 공항 폐쇄, 4월 신년 물축제(띤장) 취소, 야간 통행금지 등을 발표했으나 코비드 감염보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고하며 이동금지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선택했다. 이때 정부는 7,000만 달러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인구 1인당 1달러가 약간 넘는 긴급 자금을 투입한다는 점은 사실상 정부는 코비드 사태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국민이 스스로 사태를 극복하라는 의미로만 비친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정부는 4월 28일 GDP의 3~4%에 해당하는 22억 달러를 긴급 예산으로 편성했다.

한편, 정부는 4월 27일 코비드19 경제 구제 계획(CERP, Covid 19 Economic Relief Plan)을 발표했다. 근본적으로 경제 구조 및 활동이 왜곡되지 않고 회복할 수 있는 7대 목표, 10대 전략, 36개 행동계획, 76개 행동 등이 포함된다. 

이 계획에는 전술한 바와 같이 긴급 예산액 편성과 함께 코비드19로 인한 긴급하고 광범위하며 포괄적인 경제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비용의 삭감 반대, 노동 투자에 대한 세금 인상 반대 등을 거시적 기조로 설정했다. 국내 영세 봉제업, 호텔 및 관광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00억 짯(약 8.5억 달러)을 1% 이자율로 대출했고(1년 후 상환 조건), 중앙은행 금리를 9.5%에서 8.5%로 인하했다. 일정 용량(150 unit) 이상의 전기 사용 가구에 대한 전기세 면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기본 생필품 제공 등 긴급 구제책도 실시했다. 

코비드로 인해 경기 침체를 우려한 정부의 발 빠른 대응에는 시의적절하고 내용 면에서도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대응이 코비드의 확산을 막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려는 것보다 코비드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나아가 코비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정부 재원이 풍부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정부가 현재와 같은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내전이나 국가폭력으로 인한 국내 실향민(IDP, Internal Displaced Person)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도 많은 비판이 쏟아진다. 기본적으로 IDP는 특정 장소에 지정되어 격리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없는 높은 인구밀집도를 보인다. 지난 5월 들어 대규모 로힝자족 피난민이 거주하는 콕스 바자르(Cox Bazarr)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뒤 확산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콕스 바자르와 지리적으로 연계된 미얀마 내 여카잉주는 여전히 여카잉군(AA, Arakan Army)이 정부군과 대치하고 있어서 국제사회의 방역과 구호 움직임에도 접근성이 제한된다. 확진자를 바다로 격리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권탄압이 자행될 위기에 놓여있다.

군부의 반응과 대응
코비드는 군부가 다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제공할 뻔했다. 3월 초부터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귀화함에 따라 사회 일각에서는 엄격한 이동 제한을 내리고 군부가 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친군부 야당인 연반단결발전당(USDP, Union Solidarity and Development Party)은 비상설기구인 국방안보평의회(NDSC, Nation Defense and Security Council) 소집을 추진했다. 이 기구가 소집되면 국가 비상시로 전환하며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군총사령관에게 이관된다. 사실상 군부 통치체제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이다. 3월 31일 조직된 코로나바이러스19위원회가 응급대책위원회 (Emergency Response Committee)로도 불리는 것은 군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이다. 이 위원회는 군부 출신 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군부는 대민지원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국민의 군대라는 그들만의 사명감을 전시하며 이번 코비드 사태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정부와 독자적으로 기부금을 모금하고 군대만 독점하던 군 의료시설을 민간에 개방한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3월 27일로 예정된 국군의 날을 취소하고 의회에 참석한 군부 출신 국회의원은 전원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표리부동한 행동을 일삼으며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또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국내 비드 검사 기계 총 5대 중 2대는 군부가 보유하고 있고, 양공 외곽에는 500병상 이상의 군병원이 있다. 

만약 코비드의 지역감염이 확산되어 이동 제한이 불가피해질 경우 정부는 군부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한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발생해서도 안 되겠지만 이동 제한에 불만을 품은 시민의 시위 발생, 이에 대한 잔인한 탄압은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극단적으로 군부가 사회질서의 확립을 내세울 수도 있다.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군부의 의향은 코비드로 인해 그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으며, 정부는 이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코비드로 인해 정전협정에 합의하지 않은 소수종족 무장단체를 중심으로 휴전 요구가 있었지만 부는 이를 묵살했다. 여카잉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카잉군을 비롯하여 동북부지역 등 코비드 발생 및 확산지역에서 군부와 무장반군의 교전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전망
정부의 행정도 마비되다시피 한 뒤 아웅산수찌 국가고문은 온라인 화상대화를 통해 각 계층 국민과 일상적 대화를 하거나, 손수 마스크를 만들어 착용하는 모습을 개인 사회관계망 계정에 업로드한다. 이에 대한 국내 여론도 엇갈리기 시작한다. ‘어머니 수찌’(Ame Su)로 불리듯이 온정적인 국모(國母)로서의 모습을 전시함으로써 동요보다 고요한 일상 속에서 위기 극복을 함께 하자는 무언의 메시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목격한 바와 같이 특정 문제가 발생하면 이와 관련한 위원회를 조직하고 자신이 항상 책임자를 맡지만, 하향식 의사결정체제로 인해 업무 추진 속도가 더딜 수 있다. 그래서 아웅산수찌 국가고문을 비난하는 여론의 중심에는 ‘머야웅야 시루’(ma-yaun-ya hsi-luu), 즉 다쳐서 부풀어 오른 손이 아닌 멀쩡한 손에 연고를 바른다는 속담이 회자된다. 바꾸어 말하면 국가 지도자로서 더 현실적이고 열정적인 활약을 희망하는 미얀마 국민의 아쉬움이 담긴 표현이기도 하다. 


* 각주
1)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며, 소속 부서는 노동·이주·인구부, 국방부, 사회복지·구호·재정착부, 국경부, 내무부, 종교·문화부, 연방정부(2인), 교통·통신부, 3군 참모장 등이다. 이례적으로 보건·체육부는 해당 위원회에서 배제되었다. 
2) 근본적으로 경제 구조 및 활동이 왜곡되지 않고 회복할 수 있는 7대 목표, 10대 전략, 36개 행동계획, 76개 행동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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