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통한 4평 라이브···인디 뮤지션 콘텐츠 ‘아지트라이브’ 촬영 현장을 가다

김지혜 기자
가수 유라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인디 뮤지션을 위한 모바일 최적화 라이브 콘텐츠 아지트라이브 제작을 위해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가수 유라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인디 뮤지션을 위한 모바일 최적화 라이브 콘텐츠 아지트라이브 제작을 위해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세찬 비를 피해 들어선 공연장은 어지러웠다. 입구부터 죽 늘어선 각종 촬영 장비와 세트장 소품, 악기와 앰프를 비롯한 음향 장비들. 그 사이를 오가는 스태프들의 바쁜 발걸음 너머로 둔탁한 드럼 소리가 들려온다. 진원지는 멀지 않았다. 공연장 한복판, 난데없이 세워진 가로 4.3m, 세로 3.3m, 높이 2.4m의 4평짜리 직사각형 박스다.

은빛으로 번뜩이는 치과용 의료기기와 크고 작은 치아 모형들, 이를 비추는 수술용 무영등까지…. 치과 진료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기묘한 박스 안에 드럼과 기타, 키보드, 베이스가 천연덕스럽게 들어서 있다. 이윽고 수술용 장갑을 낀 가수 유라가 그 중심에 선다. 라이브 공연이 막 시작되려는 참이다. 공간은 비좁고 관객도 없지만 괜찮다. 스마트폰 ‘가로 화면’에 딱 맞춘 이 4평 박스는, 곧 수십만~수백만 관객과 호흡하는 세계적인 무대가 된다.

가수 유라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인디 뮤지션을 위한 모바일 최적화 라이브 콘텐츠 아지트라이브 제작을 위해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가수 유라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인디 뮤지션을 위한 모바일 최적화 라이브 콘텐츠 아지트라이브 제작을 위해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달 29일 찾은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은 6개월 만에 재개된 ‘아지트라이브’ 촬영으로 온종일 북적였다. CJ문화재단과 음악 스타트업 스페이스오디티가 2018년부터 제작해 온 아지트라이브는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는 인디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을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동시에 완성도 높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모바일 최적화 라이브 콘텐츠다. 3일 기준 구독자 13만3000여명, 누적 조회수 3500만회 이상을 기록한 인기 콘텐츠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제작이 중단됐었다. 오랜만에 다시 열린 아지트, 인디신에서 막 각광받기 시작한 밴드 웨이브투어스와 가수 유라부터 11년차 관록의 밴드 고래야까지 각양각색 뮤지션들이 모였다.

“컷할 때까지만 계속해주시면 돼요.” 무대를 비춘 카메라 모니터 앞, 몇 가지 당부를 마친 다니엘 전 영상감독이 외쳤다. “카메라!” 촬영이 시작된다. 드럼 소리가 적막을 깬다. 최근 발매된 유라의 디지털 싱글 <바이러스 믹스(Virus Mix)>의 타이틀곡 ‘수영해’. “컷! 어떤가요? 저는 너무 좋았는데.” 현장 한쪽에 선 함윤호 공연감독이 무대를 유심히 지켜본다. 영상 제작 과정에서 자칫 탈각될 수 있는 라이브 특유의 ‘날 것’ 같은 현장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엑소·NCT 등의 뮤직비디오 연출로 유명한 전 감독과 이소라·싸이 콘서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연출한 함 감독의 협업이 ‘수려한’ 라이브이면서 ‘생생한’ 영상을 만들어 낸다.

밴드 고래야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인디 뮤지션을 위한 모바일 최적화 라이브 콘텐츠 아지트라이브 제작을 위해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있다. CJ문화재단 제공

밴드 고래야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인디 뮤지션을 위한 모바일 최적화 라이브 콘텐츠 아지트라이브 제작을 위해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있다. CJ문화재단 제공

“치아는 몸속의 뼈가 밖으로 드러나는 유일한 신체기관이잖아요. 가장 일차원적으로 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했어요.” 유라는 치과를 연상케 하는 무대 콘셉트를 직접 제안했다고 말했다. 인디 뮤지션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콘텐츠인 만큼, 뮤지션 개인의 개성과 의견이 가장 중시된다. 관객과의 만남이 극도로 제한된 코로나19 시대, 자신의 ‘뼈’를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라이브 영상 콘텐츠는 인디 뮤지션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한다. “제 노래를 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어서 좋아요. 게다가 뮤직비디오와는 달리 라이브에서만 나오는 숨이 담긴 영상이라 더 리얼하죠.”

유라의 촬영이 끝나기 무섭게 무대가 해체됐다. 2시간쯤 지났을까, 치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고즈넉한 한옥을 연상케 하는 또 다른 직사각형 무대가 섰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퓨전국악 밴드 고래야의 색깔에 맞춰 연출된 무대다. 전통 문살무늬인 ‘완자살’로 한국적인 조형미를 한껏 살린 무대 위로, 달처럼 따스한 두 개의 노란 조명이 휘영청 떴다. 4년 만에 낸 고래야의 새 앨범 <박수무곡>의 수록곡 ‘왔단다’를 연주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밴드 고래야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인디 뮤지션을 위한 모바일 최적화 라이브 콘텐츠 아지트라이브 제작을 위해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지혜 기자

밴드 고래야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인디 뮤지션을 위한 모바일 최적화 라이브 콘텐츠 아지트라이브 제작을 위해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지혜 기자

최근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앳 홈) 시리즈에 출연해, 세계 관객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시간 공연을 펼쳤던 고래야에게도 이번 무대는 특별하다. “코로나19 이후 생중계 공연이 많아지고 있죠. 효과적인 음악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작 단계부터의 기획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아티스트의 음악, 그리고 그 개성과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무대 연출이 함께할 때 더 큰 시너지가 발휘되죠.”(경이) 단절이 많아진 만큼 연결도 늘어난 세상, 새로운 ‘기획’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 다른 사정에 속한 세계의 관객들에게 코로나 시대의 ‘라이브 영상’은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이번 공연에서 특별히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었다. 멤버들은 웃으며 답한다. “글쎄요, 고래야의 멋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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