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섬유로 만든 ‘똑똑한’ 의류

통신 기능이나 건강관리 기능 가진 옷 제작

스스로 알아서 신체 상태를 점검해주거나, 휴대폰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스마트 의류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의 대표적 상품이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도에 비해 한참 더딘 보급 속도로 인해 시장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 의류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 의류를 ‘꿈의 옷’이라고 부르며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다.

착용하기만 하면 자신의 신체 상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주치의 역할을 해주거나, 휴대폰에서 손과 주머니를 해방시켜 입으로만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꿨던 것.

하지만 해당 기능을 수행하려면 반드시 센서 같은 전자제품을 의류에 설치해야만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장치가 착용자에게 번거로움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의류를 세탁하려면 부착된 전자제품을 일일이 떼어내야 하는 수고를 겪어야만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스마트 의류는 개발의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반응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스마트 의류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스마트 섬유’가 개발되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반도체 다이오드 등이 적용되어 전자제품 기능을 수행하는 스마트 섬유

반도체 다이오드 등이 적용되어 전자제품 기능을 수행하는 스마트 섬유 ⓒ MIT.edu

광섬유 제조 과정에서 착안하여 스마트 섬유 개발

스마트 섬유 개발의 선두주자는 요엘 핑크(Yoel Fink) 교수가 이끄는 미 MIT대 연구진이다. 이들은 스마트 섬유를 사용하여 통신이 가능한 티셔츠나 신체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양말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섬유에는 전자제품의 세 가지 주요 재료인 도체와 반도체 그리고 절연체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핑크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전자제품 기능을 수행하는 섬유를 개발할 수 있었던 데에는 광섬유를 제조하는 과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광섬유는 두께가 굵은 섬유 덩어리를 가열한 후 이를 사출(射出)하면서 얇은 섬유를 뽑아내어 제조한다. 연구진은 스마트 섬유 제조에도 이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사출과정을 통해 확보한 스마트 섬유 ⓒ MIT.edu

사출과정을 통해 확보한 스마트 섬유 ⓒ MIT.edu

연구진은 먼저 LED와 광검출기 같은 반도체 다이오드들이 포함된 섬유 덩어리를 설계했다. 이들 소재는 일정한 온도로 가열하면 유체처럼 흐물흐물해지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얇은 섬유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된다.

이에 대해 핑크 교수는 “사출 과정에서 전선은 전기적 접점이 만들어질때까지 다이오드에 충분히 가깝게 이동한다”라고 설명하며 “수백 개의 다이오드가 병렬로 연결되면 반도체 다이오드들이 포함된 섬유 덩어리를 사출하여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스마트 섬유로 직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출 과정을 통해 스마트 섬유와 비슷한 개념의 섬유를 만드는 작업은 이전에도 시도된 적이 있지만, 전자제품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성능이 많이 떨어졌다.

반면 MIT대 연구진이 개발한 섬유는 전도도가 높은 텅스텐이나 구리를 사용했기 때문에 전자제품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기능이나 건강관리 기능 가진 의류 만들 수 있어

사출 과정을 통해 탄생한 스마트 섬유를 사용해 연구진은 몇가지 의류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우선 통신 시스템과 관련한 섬유 개발을 위해 발광 기능과 광검출기 기능을 갖고 있는 섬유로 의복을 2개 만든 다음, 1m 떨어진 곳에 서로 마주보도록 배치했다.

핑크 교수는 “왼쪽에 있는 옷의 발광 기능의 섬유 신호를 변조하여 다른 쪽 옷에 있는 광검출기 기능의 섬유에 정보를 전송하는 식으로 양방향 통신 시스템을 구성했다”라고 밝히며 “이 같은 기능이 발전하게 되면 휴대폰이 없어도 옷을 입은 것만으로도 통신이 가능해진다”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통신 기능을 활용하여 연구진이 개발한 의류 중에는 신체 상태를 점검해주는 건강 양말도 있다. 이 양말 역시 발광 기능과 광검출기 기능을 가진 섬유로 제작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손가락을 이용해 신체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양말을 설계했다. 양말을 착용한 다음 검지 손가락을 갖다 대면, 혈류가 심작 박동에 따라 변하면서 양말이 심작 박동을 모니터링하는 기기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때 손가락의 모세 혈관을 흐르는 혈류가 변하게 되면, 발광 기능을 가진 섬유의 빛 반사도가 달라지면서 심장 박동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 섬유로 제작된 원단의 초기 모습 ⓒ MIT.edu

스마트 섬유로 제작된 원단의 초기 모습 ⓒ MIT.edu

한편 핑크 교수 연구진은 과거 카메라 없이도 사진을 찍어 이미지를 전송할 수 있는 스마트 섬유를 개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섬유는 빛의 파장이 입력되면 각각의 섬유와 연결된 센서에 전자 신호가 닿게 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이미지를 저장하거나 연결된 모니터로 이미지를 전송하면서 마치 카메라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핑크 교수는 “섬유 전체가 이미지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카메라 렌즈가 가진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라고 전하며 “만약 렌즈가 손상되면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지만, 이 스마트 섬유는 일부분이 손상돼도 문제가 없는 다른 부분으로 촬영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섬유로 만든 군복을 착용하면 전쟁터에서 360도 각도로 적군의 움직임을 살필 수 있는 등 위험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섬유 형태의 전자제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KIST 부설 에너지저장연구단은 옷 외에도 창문이나 건물 벽 등에 붙이기 좋게 섬유 형태의 태양광 전지를 최근 개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연구진은 티타늄 선의 표면을 산소와 반응시켜 잘 늘어나고 세탁도 가능한 섬유형 태양광 전지를 개발했다.

이 섬유형 태양광 전지는 지름 1cm 굵기의 원형으로 말아도 성능을 95% 이상 유지하는 등 유연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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