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문재인 정부 규제 샌드박스, 생명정보 팔아 돈벌이하는 것"

시민단체 “문재인 정부 규제 샌드박스, 생명정보 팔아 돈벌이하는 것"

과학기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연이어 규제 샌드박스에서 개인유전자검사(DTC)와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 등을 허용하자 시민단체가 반발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103곳은 2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에 생명정보, 안전을 팔아 돈벌이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것이 규제 샌드박스”라고 비판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현재 법, 제도가 없어 사업화하지 못한 신기술, 신서비스를 우선 출시토록 하는 제도다. 임시허가 등을 받은 이후 법, 제도 개선을 통해 본허가를 받도록 하는 식이다. 임시허가 기간은 2년으로, 1회 연장이 가능해 총 4년간 임시허가를 받을 수 있다.

지난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사업 지정을 위해 제1차 심의위원회를 열고 휴이노사와 고려대안암병원이 신청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 서비스에 실증특례를 허용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마크로젠이 신청한 DTC(소비자가 민간기업에 직접 의뢰하는) 유전자 검사 항목을 질병까지 확대하는 실증특례를 허용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보건의료 부문을 기업 규제 없는 돈벌이 영역으로 삼겠다는 선언을 공공연하게 한다”면서 “규제 샌드박스는 전면적 의료 상업화, 선언에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DTC 유전자 검사 상업화, 손목형 심박계 등 허가는 직간접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박 부위원장은 “안전성과 효과성 평가를 완료하지 않은 의료기기 사전 허가는 오진 위험성을 높여 국민 건강에 직접적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규제 샌드박스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현행법에서 결코 허가가 되지 않는 규제를 샌드박스라는 이름으로 허용하는 문 정부 정책은 부정부패의 온상이었던 창조경제를 그대로 계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최근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민간위원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도 '규제 샌드박스'를 명분으로 업체에서 하는 유전자 검사 항목을 확대하는 정책 등 의료 규제완화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위원직을 사퇴했다. 신 교수는 “제도가 시행되면 유전자검사 오용으로 인한 차별, 보험가입 거절 등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들이 모래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놀 듯. 신개념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기존 규제를 일정기간 없애주는 제도”라면서 “새로운 헬스케어 분야 발전을 위해서 시험대에 오른 각종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