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감독 결과
고위 공무원 입김에 180도 바뀌었다"

은수미 의원, 근로감독관 발언 공개...총체적 부실 감독 지적

등록 2013.10.14 08:00수정 2013.10.1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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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발표한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근로감독 결과가 고위 공무원의 입김으로 막판에 뒤집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애초 일선 감독관들은 불법파견으로 결론을 모았으나, 윗선의 개입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근로감독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상지 선정에 삼성전자서비스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접근할 수 없는 고위 공무원 입김... 이마트는 안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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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은수미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근로감독에 참가한 고용노동부 A근로감독관은 "나는 접근도 할 수 없는 고위 공무원 입김이 내려온 것"이라며 "이마트는 안 그랬다, 분위기가 180도 확 바뀌어버렸다"고 말했다. ⓒ 은수미 의원실


13일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근로감독에 참가한 고용노동부 A근로감독관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서 A감독관은 "보고서 발표가 한 달 연기되기 전까지는 (분위기가) '어떻게든 우리가 해 나가자, 잡아나가라'였다"며 "우리가 바람이 들어가지고 이거 불파(불법파견)다, 그랬는데 갑자기 실장 보고가 들어갔다, 거기서 바람이 빠져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접근도 할 수 없는 고위 공무원 입김이 내려온 것"이라며 "이마트는 안 그랬다, 분위기가 180도 확 바뀌어버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서비스의 수시근로감독은 본래 지난 8월 마무리 될 예정이었으나 한 달 연장됐다. 감독이 마무리 된 이후에도 결과 발표가 미뤄지다가 추석을 코앞에 둔 지난달 16일에 갑작스럽게 발표됐다. 이와 상반되게 지난 2월 실시된 이마트 특별근로감독에서 고용노동부는 1900여 명의 불법파견을 적발했고, 그 결과 이마트는 판매진열 사원 1만 6천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장도급으로 볼 수 없다"는 명확하지 않은 결론을 내려 논란을 일으켰다.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된 사안을 '논란의 여지'라고 모호하게 규정해 놓고, '불법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당시 노동계는 "삼성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삼성 손 들어준 고용부... 노동계 "재벌에 굴복한 것")

삼성전자서비스 요구로 감독 대상도 변경?

은수미 의원은 근로감독 대상 업체가 임의로 조정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근로감독이 삼성전자서비스에 유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근로감독에서 대상지 선정은 중요한 요소다. 이번 근로감독이 불법파견 의혹을 명확히 하기 위해 시작된 만큼 논란이 된 대상지에서 하는 게 적절하다. 올해 1월 고용노동부는 '이마트 특별근로감독'시 조사 과정 중 일부 불법파견 행위가 발견돼 조사 대상을 확대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단독 보도한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논란은 부산 동래센터에서 시작됐다. 이후로 경북 포항센터, 서울 양천센터, 인천 서인천센터에서도 노동자들의 제보와 증거 은폐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최종 감독 대상지에는 4곳 중 동래센터만 선정됐다. 앞서 은 의원과 공대위가 대상지 확대를 요청했으나 노동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남인천센터 오아무개 사장의 관련 증언이 나온다. 지난 6월, 직원조회에서 오 사장은 자신의 회사가 왜 근로감독을 받게 됐는지를 설명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전국에서 동래, 포항, 동인천, 그리고 서울 양천 네 군데가 언론에 오르게 돼서 원래는 거기를 조사하려고 했다"면서도 "그런데 삼성이라는 조직이 어떤 데냐, 문제 있는 데만 조사하다보면 문제가 되니까 삼성에서 두 군데를 추천하겠다 한 거다"고 말했다. 불법파견 문제가 확인될 수 없게 삼성전자서비스 측의 요청으로 조사 대상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근로감독에 외압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이어 그는 "문제가 있는 동래, 포항은 문제가 발생됐으니까 조사 안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어차피 두 군데 하면 네 곳이 비슷하니까 동인천, 양천은 하지 말고 삼성에서 또 나름대로 열심히 한데 있으면 조사해라고 한 게 서수원하고 저희다"라고 설명했다.

"근로감독, 17개 항목 중 14개에서 조사 불충분...재조사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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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삼성전자서비스 D센터에서 고객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서비스는 역시 삼성입니다’라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홍보문구였다. ⓒ 정민규


은수미 의원은 이번 근로 감독이 총체적 부실 감독이었다고 평가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수시감독에서 채용, 재직자 교육, 징계 및 해고 등 17개 항목에 걸쳐 위장 도급 의혹을 조사했다. 은 의원은 이중 14개 분야에서 조사 자체가 불충분하고 확인된 사실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필수 사실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고 불법파견과 관련해 기존 판례에 맞는 판단 요소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은 의원은 재직자 교육과 관련해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누가, 어떤 내용을 교육하는지 구체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교육 진행 중, 노동자의 임금은 누가 책임지게 되는지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원청과 하청 사이의 도급계약과 관련해 "계약이 '수리 서비스'에 국한돼 있지만 노동자가 판촉행사나 대민 봉사에 동원돼 업무를 한 사실도 조사보고서에서 누락됐다"며 "노동자 임금과 관련해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결정한 부분도 책임있게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징계 및 해고, 소요 자금, 사업 계획, 경영 지도 등의 항목에서 필수 조사 내용을 누락하거나 확인한 사실을 과소 인지하는 등 조사를 불충분하게 마무리했다는 게 은 의원의 주장이다.

은 의원은 "감독 기획 단계부터 주요사건 발생지를 조사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부실 그 자체였다"며 "다른 불법파견 조사에서는 필수적으로 조사하는 항목들도 고의로 누락하면서 결국 삼성측에 불리한 사실을 조사 결과에서 배제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관련 책임자를 찾아 응당의 책임을 묻고 나아가 재수사를 통해 보다 책임관계를 명확해야 한다"며 "또 현재 제기되는 사회적 의혹에 대해 충실히 답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은수미 의원실과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고용 근절 및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삼성전자서비스를 불법파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고용노동부의 재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은 의원은 재수사 과정에서 수시근로감독 당시 제기된 고위공무원 개입 의혹 해명을 요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은수미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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