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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시설 들어 온다" 거짓 소문 판치는 강촌 마을…주변 자영업자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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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8 14:59:33 수정 : 2018-08-10 16: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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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우리 펜션도 덩달아 잘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했었는데...마을이 싸움터가 되면서 오히려 외지 방문객들 발길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것도 한철 장사인데...가뜩이나 불황기에 근처 자영업자들은 절망적이죠”(춘천시 남면 박암리 주민 이모(65·여)씨)

강원도 춘천시 남면 박암리. 유동인구가 얼마 없어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하던 시골 마을이 한 달 여 만에 ‘극한 갈등의 장’으로 전락, 불똥이 인근 숙박업소와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도 옮겨 붙고 있다. 갈등의 시작은 얼마 전 완공된 조계종 사찰(제따와나 선원)에서 납골당 건립을 몰래 계획 중이라는 ‘거짓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면서부터다.

일부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혐오시설 반대시위’가 매주 벌어지는 것은 물론 험한 말들이 새겨진 현수막 50여개가 총총히 걸렸다. 마을의 도로가 선동적인 문구로 온통 도배되는 등 대립은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17일 춘천시청 관계자와 제따와나  선원 측은 “완공된 선원에서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마을 부지 일부를 추가로 기증 받아, 납골당과 화장터 등 혐오시설을 지으려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춘천시청이 제공한 서류에는 해당 기업이 당초 선원(2층), 방문객 숙소(2층), 식당(4층) 명목으로 시청에서 건축허가를 받았음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이날 춘천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꺼리는 시설에 대한 허가를 인기 관광지로 꼽히는 춘천 지역의 담당자가 주민들과 협의조차 없이 내 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근거 없는 논란이 퍼지는 것에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실제로 이날 제따와나 선원 측은 “마을 사람들의 오해와 불신이 깊어지면서 결국 기업에서 추가로 기증한다던 사찰 부지를 지난달 21일 거절하기까지 했다”며 관련 증명서를 내보였다. 주민들과의 오해를 완전히 풀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 16일에도 집회가 열리는 등 갈등은 좀처럼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마을 입구는 ‘박암리 추모원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바위, 트랙터 등을 이용해 선원으로 향하는 길목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어 신도들의 차량진입조차 불가능하다. 이날 인근 주민이라고 밝힌 김모(54·여)씨는 “사실 이 선원이 국제적인 정신힐링센터를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해서 동네 발전이나 인근 상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그런데 근처를 지날 때마다 만장(죽은 사람을 애도하여 지은 글을 천이나 종이에 적어 깃발처럼 만든 것)이 흩날리는데다 인근에서 앰프를 통해 밤낮으로 확산 되는 민중가요 소리가 이제 공포심마저 안겨준다”며 “마을을 떠나고 싶을 지경“이라고 언급했다.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혐오시설이 들어올 것”이라는 거짓된 소문으로 주민들을 선동하는 사람들을 고소해 법적으로 처벌받게 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고 있다. 마을의 이미지가 일부 주민들 때문에 실추된데다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가 ‘혐오시설’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이득을 보기는커녕 소음공해 등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인근 마을에서는 금전적 목적을 노리고 누군가가 일부러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선원 측에 따르면 대책위는 선원 방문객들이 마을의 사유지 위를 지나다니는 것에 대해서도 통행세 명목으로 소정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선원 관계자는 “마을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일정 부분 기부를 하는 것은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사찰이 들어왔으니, 개인 돈으로 길을 6m까지 확장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통행세를 지불하라는 등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마을 주민들을 위해서도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선원 측이 제시한 자료에는 대책위 중 한 명이 “기업이 보유한 땅의 1000분의1 정도를 마을 공동명의가 아닌 주민총회에서 선정한 특정 개인 2명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 부분이 실려있다.

춘천시 관계자는 “만약 특정인이 금전적인 이익 등을 목적으로 강촌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용납할 수 없다”며 “주민들의 혐오시설에 대한 반감과 불안함을 이용해 헛소문이 퍼지도록 하는 행위는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책위 관계자는 "혐오시설이 들어서는게 맞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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