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버스 시동 끄니 '삐~'..맨 뒷좌석까지 점검하니 무음

김호 2018. 7. 1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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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아픈 경험' 광주서는 이미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
통학버스 주차 후 맨 뒷좌석 확인벨 눌러야 경고음 꺼져
1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한 유치원에 도착한 통학버스의 운전기사가 주차 후 차량 맨 뒷좌석 옆에 설치된 좌석확인벨을 누르고 있다. 좌석확인벨은 차량 내에 방치된 아이가 없는지 점검하기 위한 안전 장치로 통학버스 시동을 끄면 나오는 경고음을 끌 수 있는 버튼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삐이이이~.”

폭염이 이어진 1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한 유치원 앞. 노란색 통학버스가 도착하자 어린이들이 인솔교사의 안내를 받아 차례로 내렸다. 통학버스 시동을 끄자 경고음이 났다. 운전기사 여운이(61ㆍ여)씨가 익숙한 듯 차량 맨 뒷좌석 쪽으로 이동한 뒤 에어컨 송풍구 옆 버튼을 누르자 소리가 중단됐다. 여씨는 “차량에 남겨진 아이가 없는지 자연스럽게 점검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경기 동두천시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네 살배기 아이가 갇혀 숨진 사고를 계기로 ‘슬리핑 차일드 체크’ 장치 의무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광주 지역에서 이미 시행 중인 안전 장치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한 유치원 통학버스 운전기사가 주차 후 차량 맨 뒷좌석 옆에 설치된 좌석확인벨을 누르고 있다. 좌석확인벨은 차량 내에 방치된 아이가 없는지 점검하기 위한 안전 장치로 통학버스 시동을 끄면 나오는 경고음을 끌 수 있는 버튼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에서는 이번 사고 2년 전인 2016년 7월 유치원 통학버스에 아동이 8시간가량 갇히는 사고가 있었다. 해당 아동은 현재까지도 깨어나지 못하고 의식 불명 상태다.

뼈 아픈 경험을 한 광주 교육계는 같은해 10월 통학버스안전 장치 설치에 나섰다. 광주 지역에서 운행 중인 유치원ㆍ초등학교ㆍ특수학교 통학버스가 대상이었다.

당시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안전벨을 비롯한 안전 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자동차관리법이나 도로교통법상 의무 사항이 아니지만, 교육청이 주도하고 관계자들은 동참했다. 전국 17개 시ㆍ도교육청 가운데 유일한 조치다.

아동이 갇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선 통학버스에안전벨을 달았다. 만일의 경우 통학버스에 갇히면 아동이 쉽게 누를 수 있는 장치다. 안전벨을 누르면 차량 바깥에 경보음이 울린다.

1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한 유치원 통학버스 출입문 옆에 설치된 안전벨을 어린이가 눌러보고 있다. 안전벨은 차량 내에 방치된 어린이가 도움을 요청할 때 쓰는 안전 장치로 누르면 차량 외부에 경고음이 퍼진다. 프리랜서 장정필
통학버스 내에 홀로 방치되는 일을 막기 위한 장치도 설치됐다. 차량 시동이 꺼진 뒤 내부에 움직임이 있으면 경고음을 울리는 동작감지센서, 주차를 하면 경고음이 울리고 이를 끄려면 차량 맨 뒷좌석 옆 확인벨을 눌러야 하는 좌석확인벨 등이다. 모든 통학버스에는안전벨과 함께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 장치가 설치됐다. 선진국에서 시행 중이며 시민들이 청와대에 청원 중인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가 이미 도입된 것이다.
현재 광주 지역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등에서 운행 중인 통학버스 전체 583대에는 모두 이 같은 장치가 설치된 상태다. 다만 지자체 소관인 어린이집 통학버스는 제외됐다. 대당 25만원 안팎인 설치 비용은 교육청과 통학버스 운영 주체 측이 절반씩 부담했다. 교육청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안전 장치 설치 이후 광주에서 통학버스갇힘 사고는 없었다.
1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한 유치원에 도착한 통학버스에서 어린이가 인솔교사의 도움을 받아 내리고 있다. 광주 지역 통학버스에는 아이들이 홀로 남겨지는 것을 예방하고 만일의 경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설치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경기 용인시도 지난해 말 1억원의 예산을 들여 어린이집과 유치원 통학버스 200여대 뒷좌석에 근거리 무선통신장치(NFC) 단말기를 달았다. 아이들이 모두 하차했는지 확인 후 인솔 교사가 소지한 휴대용 기기를 태그해야 경고음이 꺼진다.

유치원 통학버스 운전기사 양석승(61)씨는 “안전 장치는 일부 기사나 인솔 교사의 무관심을 보조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안전하게 등ㆍ하원 시키려는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ㆍ용인=김호ㆍ최모란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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