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경계인으로 살아온 내 아버지의 역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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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룸/수전 팔루디 지음·손희정 옮김/644쪽·3만3000원·아르테

역사는 어떤 이들의 온 생애를 기차처럼 관통해버리며 경계를 짓밟아 놓는다. 헝가리 태생의 유대인 이슈트반 프리드먼. 헝가리의 민족주의를 동경해 가장 헝가리다운 이름인 팔루디로 개명한다. 그는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당시 백인 남성의 전형적인 이름인 스티븐 팔루디로 산다. 이혼이란 부침을 겪고 생애 마지막 시기는 정숙한 노부인 스테파니 팔루디로 보낸다.

페미니스트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70대에 성전환 수술로 여성이 된 자기 아버지의 역사를 10년간 취재해 쓴 회고록이다. 종교 인종 국적 성별까지 평생 경계를 무너뜨리며 산 스테파니는 그의 독특한 생애를 통해 독자들에게 보편적인 질문을 던진다.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와 성(性)대결이 만연한 세상에서 정체성을 묻는 것은 의미가 있는가. 그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다크룸#수전 팔루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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