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발과 퍼실리테이션

천재이지만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네 명의 괴짜와 공부는 못하지만 예쁘고 대인 기술이 좋은 페니가 좌충우돌하는 인기 미국 tv 시리즈 ‘빅뱅이론‘이 시즌 12을 마지막으로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마지막 시즌의 피날레에서 주인공인 쉘든 쿠퍼는 아내 에이미 파라 파울러와의 공동 연구로 꿈에 그리던 노벨상을 수상합니다. 재미있게 미드를 보다가 문득 조직개발과 퍼실리테이션과의 연결점이 떠올라 글로 풀어봅니다.

변화는 불편한 것이다

빅뱅이론의 주인공, 쉘든 쿠퍼는 천재 이론 물리학자이자 삶의 모든 부분을 계획하고 통제하며 사는 괴짜입니다. 실내 온도, 거실 쇼파 자리, 각 요일별 저녁 메뉴와 활동 심지어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모든 것을 정해진 스케줄대로 사는 모습은 놀랍기도 합니다. 꿈에 그리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던 날, 쉘든의 완벽한 일상이 무너집니다.

언제나처럼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출근을 하려고 아파트를 나섰는데 아파트 앞에는 기자 수십명이 사진기를 들고 자신을 기다리다가 질문을 쏟아냅니다. 깜짝 놀란 쉘든은 호다닥 아파트 안으로 도망칩니다. 우여곡절 끝에 출근한 쉘든, 점심식사를 위해 카페테리아에 들어서자 모두가 자신을 향해 박수를 치고, 연구실에는 인터뷰가 약속되어 있다는 기자가 찾아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이제는 계획대로 돌아오리라 안심한 순간, 결정타가 날아옵니다.

변하지 않을 거라 믿었던 아내 에이미가 기사 사진에 충격을 받고 헤어스타일, 안경, 옷까지 완벽한 메이크오버를 하고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일상이 변한 것을 견디지 못한 쉘든은 복도로 뛰쳐 나가고 추가경기 골마저 터집니다. 12개의 시즌 내내 고장 나 있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페니가 나타난 것입니다.

웃음을 위해 극대화된 에피소드이지만 이 에피소드에는 중요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고 심지어 바라던 변화라도 사람들은 변화를 불편해 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극 중의 쉘든에게 일어난 변화들은 쉘든에게 해가 되는 변화들이 아닙니다. 노벨상을 수상했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되고, 건물의 엘레베이터가 고쳐진 상황(더 이상 계단을 뛰어 오르내리지 않아도 됩니다!) 등은 오히려 좋은 일에 가깝습니다. 쉘든은 노벨상 수상을 고대해 왔고, 일정받고 존경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좋아했으며, 엘레베이터를 수리해주지 않는 것에도 불만이 없지 않았습니다. 좋아하고, 바라던 변화가 생겼음에도 쉘든은 변화에 충격을 받고 달아납니다.

조직개발, 사람이 변화를 받아드리는 과정을 돕는 일

조직은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조직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는 속도 만큼, 혹은 그보다 빠르게 계속해서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 신기술 개발, 비지니스모델 개발, 공간 리디자인, 자율출퇴근제 도입, 조직구조 변경, 애자일과 OKR 등의 도입 등등 조직들은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성공적으로 안착되는 경우는 좀처럼 없습니다. 구성원들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소프트웨어로 일부 도움을 받지만 일부 업무는 오히려 복잡해지는 경험도 다들 해보셨을 겁니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좋은 변화라도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최소한의 불편함은 존재하고, 장단점은 있게 마련입니다. 변화의 장단점을 매번 균형있게 기억하고 인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해진 것에는 금방 적응하면서도 변화하면서 생긴 단점은 좀처럼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이에 리스크 회피 성향, 변화 자체에 대한 불편함이 더해지면 변화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거부하는 방어적인 태도가 나타납니다.

조직개발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슨 뜻인지 한 번에 선뜻 와 닿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조직개발은 변화 과정에서 사람들이 변화에 대해 알아보고, 생각해보고, 참여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변화를 받아들이고 긍정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출처: Photo by Alexas Fotos from Pexels

Change is the only constant

페니는 쉘든을 쫒아가 차를 태워준다며 술집으로 데려가 대화를 합니다. 쉘든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페니는 ‘좋은 일에 투정을 왜 부리는지’에 대한 비난도, ‘변화를 받아들이라’는 강요도 일절 하지 않습니다. 다만 쉘든의 주변에 늘 있어온 변화들을 자연스럽게 상기시켜 줍니다. 이는 쉘든에게 자신 그리고 주변의 변화들을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쉘든은 자연스럽게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을 깨닳으며 변화를 받아들이며 안정을 되찾습니다.

So you’re saying the inevitability of change might be a universal constant.

그러니까 변화의 불가피성이 보편 상수라는 이야기네.

퍼실리테이션, 변화에 대해 생각할 기회와 참여

만약 쉘든에게 ‘노벨상도 받았는데 그냥 받아들여’라고 변화를 강요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쉘든이 ‘노벨상도 받았는데 변화를 받아들여야지’라고 생각했을까요?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직에서도 동일합니다. ‘좋은 점도 있으니 이 정도 변화’는 혹은 ‘어쩔 수 없는 변화’니 받아들이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구성원들이 ‘아, 그렇지! 변화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일은 좀처럼 없습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은 몰아치는 북풍이 아니라 따뜻한 해였던 것처럼, 구성원들의 마음을 여는 것은 강요가 아니라 변화에 대해 주도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와 변화 과정에 참여할 기회입니다. 변화를 앞둔 기대와 걱정도 꺼내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들어보고, 변화의 다양한 측면을 탐색해볼 기회를 제공하면 구성원들은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디까지 수용할지 현명하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변화의 과정에 참여한다면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주도적인 생각의 과정과 변화과정에의 참여를 돕는 효과적인 방법론이 퍼실리테이션입니다.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은 관련 정보를 꺼내어져 다뤄지도록 도울 뿐 가치판단과 제안을 하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변화에 대해 생각해보고, 가능한 선에서 받아들일 기회를 제공합니다. 퍼실리테이션은 본질적으로 다수가 함께 의견을 내고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론이기에 변화 과정에의 참여도 도울 수 있습니다. 참여한 구성원은 변화를 수용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조직개발과 퍼실리테이션

퍼실리테이터로 워크숍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는데, 담당자가 바뀌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 결과물과 실행이 흐지부지되는 것을 보며 좌절하곤 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변화를 고민하던 중 조직개발을 만나, 배우고,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조직개발은 조직이 변화할 때, 구성원들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함께 나아가도록 도움으로서 변화 과정이 성공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그리고 구성원이 이미 존재하는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생각의 기회를 만들어 주거나, 변화의 과정에 참여하며 능동적으로 변화 과정에 동참하도록 돕는 효과적인 방법론이 바로 퍼실리테이션입니다. 앞으로도 조직개발 컨설턴트로, 퍼실리테이터로 조직과 구성원의 WIN-WIN 하도록 변화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브런치에 공유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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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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