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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바엔 늦추자" 조합도 건설사도 후분양 러시

    입력 : 2021.05.27 04:41

    [땅집고] 최근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후분양을 제안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HUG의 고분양가 규제 등 정부의 분양가 통제를 벗어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사진은 국내에서 최초로 후분양을 진행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 분양 당시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 모습. /장귀용 기자

    [땅집고] 아파트 시장에서 후분양을 선택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작년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강남권 일부 단지들이 후분양을 고려했지만, 건설사 입장에서 부담이 큰 탓에 실제로 선택하는 단지는 드물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문재인 정부의 새 아파트 가격 통제 정책이 더욱 강화되면서 후분양을 선택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점점 늘고 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쯤 착공을 앞둔 부산 부산진구 범천1-1구역은 최근 공정률 60% 시점에 후분양 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범천1-1구역은 1323가구 규모로, 지난해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할 당시부터 분양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건 단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로 인해 선분양 가격이 너무 낮은 데다 후분양을 통해 선분양시 가구당 2억원 수준인 분담금이 4400만원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계산했다”며 “시공사 입장에서는 후분양을 하면 사업 리스크가 커지지만, 저금리로 금융 부담이 적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후분양을 적극 추진했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에서 HUG의 과도한 분양가 통제 때문에 후분양을 택하는 단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부산 사하구에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괴정 5 구역(3521가구)은 최근 시공사와 협의해 후분양을 확정했다. 뿐만 아니라 동래구 명륜2구역과 온천4구역도 HUG의 분양가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후분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지역들은 주변 기존 아파트 시세 95%를 상한으로 하는 HUG의 새로운 분양가 규제 탓에 후분양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인근에 지은 지 20년 이상된 아파트된 아파트가 많아 HUG가 정해주는 분양가가 턱없이 낮아졌다. 조합은 선분양으로 도저히 사업성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광주광역시의 중앙공원1지구와 충남 아산 탕정지구 2-A3블록 예미지도 후분양을 결정했다. 충북 청주 복대2구역도 비슷한 이유로 후분양을 검토 중이다.

    [땅집고] 송파구 잠실 미성아파트 전경.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조합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장귀용 기자

    서울에서는 기존에 선분양으로 가닥을 잡았던 단지들도 점차 후분양으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해 조합 임원을 대거 교체한 잠실 미성·크로바는 최근 내년초 선분양 하겠다는 계획을 바꿔,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합 관계자는 “사업이 계속 지연되면서 이자 부담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분양가가 통제되는 선분양으로는 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1재정비촉진구역도 후분양을 확정했다. 이외에도 둔촌주공과 신반포15차 등과도 후분양을 고려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시공사 입장에서는 선분양에 비해 공정률 60%를 넘긴 상태에서 분양을 하는 후분양은 ‘리스크’가 크다. 선분양 방식에선 건설사는 중도금을 받아 공사비용을 충당한다. 하지만 후분양에선 건설사가 공사비를 금융기관에서 조달해 금융비용을 부담하며 공사를 진행한다. 물론 금융 비용을 건설회사가 나중에 정산 받아가지만, 공사 기간 중 집값 변동 등의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을 건설사들이 꺼려한다. 공사 중 주택시장이 위축되면 분양가격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 후분양이 대세가 되는 것은 현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아파트 분양가 통제 정책을 강력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의 지시를 받아 분양가격을 통제하고 있는 HUG는 지난 2월 분양가 심의 기능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가격 통제가 더욱 강화됐다. 후분양 할 경우 HUG의 분양 보증을 받을 필요가 없고, 정부의 가격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합들이 시공사에 대해 후분양을 요구하고 나섰고, 건설사들도 “공사를 해야 공사비를 받아 올 수 있는데,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후분양 방식을 적극 수용하는 추세다. 물론 후분양을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분양 가격 승인을 받는 절차가 있기는 하지만, 지자체는 HUG처럼 조합원들이 받아 들일 수 없는 가격을 요구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후분양이 늘어나는 이유다. 저금리로 인해 금융부담이 예전보다 크게 줄어들자, 건설사들은 후분양을 하더라도 공사를 많이 수주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나선 것이다. 더구나 집값이 계속 오르는 추세여서 후분양을 선택하더라도 미분양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2019년 후분양했던 ‘과천 푸르지오 써밋’ 전용 84㎡의 경우 분양 당시에는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지만, 지난 4월 20억원에 거래되며 경기도에서 이 주택형 최초로 20억원을 넘겼다. 2019년 후분양 당시 분양가는 약 13억원이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주택 시장 호황과 저금리로 후분양의 리스크가 줄었고, 조합 등 시행사는 분양가 통제를 피할 수 있어 후분양이 늘어난 것”이라며 “청약자 입장에선 입장에서는 분양가가 올라 선분양보다 이익이 적어질 수 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 시장 전체적으로는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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