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학회 “또 다른 n번방 막기 위해 ‘포괄적 성교육’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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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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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v11981351/GettyImages]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대책을 마련하고 나선 가운데 대한성학회(회장 배정원·이하 성학회)가 성 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성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국가의 구성원들이 성의 권리와 의무를 포함하는 '성 시민성(Sexual Citizenship)'을 공유하도록 교육·홍보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이를 위해서 범국가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뒤늦게 디지털 성범죄 대책에 적극 나서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대책이 디지털 성범죄의 피상적 예방과 해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했다.

성학회는 이번 n번방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대해 ▲인간을 도구로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가해자들이 금전적 이익을 위해 성을 매개로 비인간적 폭력을 행사한 사건 ▲성이 인간 상호존중의 소중한 수단이 아니라 인격체를 파괴한 사건으로 오용된 사건 ▲현실적 성교육과 성 담론을 억제하는 정책의 결과로 성이 사회의 사각지역에서 음성화하면서 범죄와 결합한 사건 ▲우리 사회의 모순이 약자인 여성과 아동청소년에게 투사되며 피해가 집중된 사건 등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정부는 n번방 가해자 뿐 아니라 유사한 범죄자들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실시하는 동시에, 피해자들의 직간접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과감한 대책을 수립해서 실행하라"며 "디지털 성 범죄는 변화 및 확산 속도가 정부의 예측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국민의 성생활 및 성인식 실태와 디지털 성 범죄를 포함해서 다양한 성 폭력의 현실을 적극 조사해 이를 토대로 성범죄 대책을 수립하라"며 "성별, 연령, 계층, 직업, 지역, 학력, 성적지향 등 다양한 실태에 따라 대응지침, 처벌지침, 교육지침, 예방지침 등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서 알리고 대책을 적극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성학회는 "정부는 순결 위주의 피상적 성교육 정책을 전면 재고하고 국제 기준에 맞는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을 도입하라"며 "성교육이 아동청소년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때 아동청소년은 사회규범의 성을 외면하고,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위험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성 교육과 캠페인에 대해서는 '성 시민성'을 기반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하며 "성 폭력으로부터의 안전만큼이나 성의 즐거움을 건강하게 누릴 권리가 인정될 때 은밀하게 거래되는 폭력은 종식될 수 있다. 인권, 평등, 행복, 건강, 소통, 책임, 다양성 등을 핵심어로 삼는 성 시민성에 대한 교육을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학회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정부가 '성 시민성'의 구현 차원에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지원뿐 아니라 가해·피해 경계를 넘은 대국민 조력자(Upstander) 시스템을 수립해서 실행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현재 정부의 각 부처에서 성문제 자문을 맡는 인사가 성 규범에 집중한 교육자, 종교인,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돼 있는 점을 언급하며 "철학, 심리학, 사회학, 의학, 과학, 언론, 정보통신, 산업계 등의 전문가들과 청년, 청소년 대표의 의견을 수렴해야 현실적 성 대책이 수립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성학회는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이를 위한 입법, 실행 기구 설립, 전문가 양성, 예산 배정을 우선 실행해서 성 범죄의 근원적 해결이 더 이상 유보되지 않도록 하라"며 "대한성학회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성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에 앞장서서 힘을 보탤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성학회는 2003년 성적 행복과 기쁨을 건강하게 누릴 권리를 중요하게 연구하고 우리 사회의 건전한 성문화 조성을 위해 각 분야 성전문가들이 모여 창립한, 국내 최대 성 관련 학회로서, 의사 성상담가 성교육가 인문학자 등 7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지원 기자 (ljw316@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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