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장애해방운동가 생애기록 _ 전사들의 노래
살아있는 게 제일 잘한 일 _ 박길연 ①
박길연은 인천 민들레장애인야학 교장이면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으로 인천 지역 장애인운동의 대표적 인물이다. 탈시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지기 이전에도 여러 명의 중증장애인을 시설로부터 ‘탈출’ 시킨 초기 탈시설 운동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2006년 그를 안 이후 나에게 박길연의 인상은 내내 ‘센 언니’였다. 중요한 싸움을 앞두고 선수를 뽑아야 한다면 모두가 빠짐없이 그를 가리킬 우리 팀 에이스 같은 존재. 큰 키에 숱 많은 긴 생머리를 한 그녀가 선글라스를 끼고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경찰들과 거칠고 격렬하게 싸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그를 적으로 만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했다.
그가 처음 장애운동계에 등장했던 2006년 어느 날 우리는 노들장애인야학에서 만난 적이 있다. 나는 노들야학의 사무국장이었고 그는 이제 막 인천에서 장애인야학을 만들려는 사람이었다. 야학 설립과 운영에 대한 실무적인 도움을 얻기 위해 그가 나를 찾은 것이었다. 그때의 나는 20대의 비장애여성이었고 박길연은 16년 동안 집안에서만 지내다 세상 밖으로 나온 40대의 중도 장애여성이었다. 당시 내가 그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어떤 자료를 넘겨주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왜인지 그가 긴장하고 위축되어 보였다는 인상만 남아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임학역에 내려 민들레야학으로 걸어가면서 오래전 그날을 생각했다. 어느덧 박길연의 나이가 된 나는 그날 그가 위축되어 보였던 게 어쩌면 20대의 내 시선이 만든 왜곡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많은 우울함과 적은 경험을 가졌으면서도 건강과 젊음, 행복과 능력에 대한 근거 없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배경지식이 없었던 40대의 중도 장애여성에 대해 모종의 우월감을 가졌던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번엔 우리의 자리가 바뀌어 있었다. 그 사이 박길연은 민들레장애인야학을 만들었고 그 공간을 발판 삼아 교육과 생활, 투쟁의 공동체를 일구어냈다. 나는 노들야학을 그만두고 인권의 현장에서 열심히 싸우는 사람들을 기록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이런 것이 궁금했다. 인생의 거대한 변수를 받아들이는 법, 다시 시작하는 법, 통증과 함께 사는 법,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 슬픔과 고통이 잇따를 것을 알면서도 기쁨이나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법, 책임감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며 계속 계속 힘을 내는 법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 것에 관해 묻기엔 육십 세를 향해 가고 있는 중도 장애여성 박길연은 최고의 상대 같았다. 그런 게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고 궁금해할 필요도 없었던 20대의 홍은전으로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박길연을 향해 걸어갔다.
2018년에도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탈시설 자립지원 및 주거지원 방안 연구’라는 다소 딱딱하고 실무적인 목적의 인터뷰였다. 나는 조사자였고 그는 현장 활동가였다. ‘센 언니’라는 그에 대한 나의 오랜 고정관념은 그날의 짧은 인터뷰로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그가 들려주는 엉망진창의 현실과 그 속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온갖 말도 안 되는 사건·사고들이 너무 재밌고 흥미진진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다가 울다가 했다. 그는 내가 하는 질문마다 거기에 꼭 맞는 서랍을 열어 자신이 보고 겪은 생생한 일화로 대답해주었고, 그 서랍 속에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다 꺼내주고 싶어 하는 후덕하고 다정한 언니 같았다. 내가 묻지 않아서 아직 열지 않은 그의 서랍 속엔 무엇이 더 있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첫 인터뷰는 그래서 박길연이어야 했다.
먼저 인터뷰의 취지를 설명했다. 여러 활동가들이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는 그들에 대한 제대로 된 기록 하나가 없는 것이 너무 슬펐다는 이 인터뷰의 기획자 강혜민의 이야기를 전했다. 박길연이 “그럼 이 인터뷰만 하면 나 이제 걱정 없이 죽어도 돼?” 하며 웃자 나도 어정쩡하게 따라 웃었다. 이것은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살아있는 역사들의 생애에 대한 기록이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이들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의 표현이라는 나의 마음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 나의 비장애인 시절
경남 남해에서 태어났어요. 1964년생이고 8남매 중 둘째, 아들 하나 딸이 일곱. 아빠는 경찰대학 나와서 경찰을 하셨고 엄마는 초등학교도 졸업 못 하셨어요. 두 분이 연애 결혼했는데 아빠 쪽 집안의 반대가 너무 심해서 숟가락 하나 안 보태줬대요. 아빠가 경찰을 그만두고 인천 세관에서 근무하신 적이 있어요. 거기는 뒷돈이 많이 오가는 곳인데 아빠가 성격상 그런 걸 잘 못 받아들여서 그만두셨대요. 나중에는 친구분이랑 같이 초등학교도 설립하고 신용협동조합도 설립하셨어요. 동네에 필요한 일 있으면 나서서 하셨던 분이라 돌아가신 후에 고향에 공덕비가 세워졌어요. 아버지 하신 일이 돈 되는 일들은 아니었어요. 8남매 키우느라 엄마가 악착같이 돈을 버셨어요. 멸치 어장을 여러 개 운영하시고 염소 불고기 식당도 하셨어요.
아빠가 딸이든 아들이든 안 가리는 자식 바보였어요. 밖에선 카리스마가 굉장했던 분인데 자식들한테는 완전히 달랐어요. 어릴 때는 우리 간식도 잘 만들어주셨어요. 호떡도 만들어주고 고구마튀김도 해주시고. 아빠가 딸들하고 워낙 격이 없이 지내니까 우리가 좀 컸을 때는 동네 사람들이 흉을 볼 정도였어요. 가슴도 큰 딸들이 아빠 옆에 팔 베고 누워있다고. 아빠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어요. 우리가 짧은 치마나 바지 입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시골 사람들이 망측스럽다고 흉보는데도 아빠는 더운데 어떠냐면서 괜찮다고 하셨어요. 아빠가 자식들 의견을 존중해주셨어요. 내가 20대 초반이었을 때 오토바이를 사달라고 설득해서 어렵게 아빠 허락을 받았는데 언니가 위험하다고 반대하는 거예요. 우리 집에선 언니가 힘이 셌거든요. 아빠는 당신한테 혹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 역할을 대신할 사람으로 언니로 생각하고 중요한 일은 항상 언니하고 상의했어요. 엄마가 한글을 잘 모르셨기 때문에 은행 관련 서류를 보관한 캐비닛의 비밀번호도 언니한테만 알려줬어요. 언니가 오토바이 사주면 안 된다고 하니까 아빠도 번복해버린 거예요. 그때 내가 너무 화가 나서 언니 머리채를 잡고 온 마당을 뒹굴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딸이라서 차별받은 기억은 없어요. 우리가 오히려 엄마를 차별했지요. 아빠는 항시 흰 와이셔츠에 양복에 구두 신고 다니니까 우리도 어깨가 으쓱했어요. 그런데 엄마는 억척스럽게 장사했으니까 좀 부끄러웠어요. 시골에선 어린아이도 소몰이 가고 밭일을 다 하는데 우리 엄마는 자식들한테 일절 일 안 시켰어요. 어차피 결혼하면 다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당신이 쪽잠 자면서까지 다 혼자 하셨어요.
공부엔 취미가 없었어요. 고등학교도 안 가고 싶었어요. 중학교 동기 중에 절반만 고등학교에 가고 나머지는 부산이나 마산으로 돈 벌러 갔는데 명절에 그 친구들이 내려오면 자기가 번 돈으로 머리도 하고 화장도 하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웠어요. 그래서 중학교 3학년 때 가출을 했어요. 친구랑 둘이서 부산으로 갔는데 얼마나 순진했던지 교복을 입고 갔어요. 바닷가에 가니까 교복 주름치마가 바람에 막 뒤집어지는데 그거 붙잡느라고 아주 혼났네.(웃음) 일단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종업원 구하느냐고 물어봤는데 전부 다 안 구한대요. 한 식당에 갔더니 아주머니가 우리를 앉혀놓고 밥을 주시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달래셨어요. 그러면서 집이 어디냐고 물으셨어. 우리는 또 순순히 불었죠.(웃음) 그렇게 잡혀서 돌아왔는데 대부분의 부모들이 회초리 들고 때리고 그러잖아요. 우리 아빠는 나를 옷가게에 데려가서 옷 사주고는 볼일 보러 가셨어요.
1983년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부산으로 갔어요. 아빠가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하는데도 기어이 뿌리치고 갔어. 부산 가는 날 아빠가 내 옷에 달린 호주머니마다 돈을 꼬깃꼬깃 접어서 넣어주셨어요. 도시에선 소매치기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혹시 털리더라도 아빠한테 전화 걸 돈은 있어야 할 거 아니냐면서. 부산에선 합판 공장에 취직했어요.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어머나, 너무너무 감옥 같았어요. 시간 되면 불도 다 꺼져버리고 옷을 빨아 널어놓으면 다음 날 없어지고.(웃음) 사생활도 없고 외출도 못 했어요. 가둬놓고 일을 시키더라고요. 부산에 살던 외사촌 오빠한테 전화해서 나 좀 데리고 나가 달라고 부탁해서 겨우 나왔어요. 결국 3~4개월도 못 버티고 집으로 돌아왔죠.
남해에서 아빠가 설립한 신용협동조합에서 일하다가 몇 년 후에 다시 부산으로 갔어요. 처음엔 옷가게 점원으로 일하다가 나중엔 내 옷가게를 차렸어요. 돈 벌어서 나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았어요. 옷도 마음껏 사 입고 나이트클럽 다니면서 자유분방하게 살았지. 저축 같은 것도 몰랐어요. 그냥 현재의 나 하나만 생각하면 됐으니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몰랐어요. 노는 게 좋고 사람들이 좋았어요. 우리 엄마가 나보고 친구 없으면 죽을 거라고 할 정도로 주위에 항상 사람들이 많았어요.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목적지 정해놓고 다니는 그런 여행 말고 가다가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 거기가 목적지였어요. 여행을 참 좋아했었다는 기억은 나는데 어딜 갔었는지 뭘 봤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나요. 그 시절의 추억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써서 그런 것 같아. 사진도 찢어버리고 옷도 신발도 다 갖다 버렸어요.
- 그렇게 아파본 건 처음이었어
결혼은 갑작스럽게 하게 됐어요. 밑으로 동생들이 많은데 결혼은 순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니까 집안에서 내 결혼을 서둘렀어요. 남해에 내려갈 때마다 선 자리를 마련해 놓고 기다리셨어요. 부모님이 결혼하면 장사를 할 수 있게 밑천도 대주신다기에 ‘결혼 뭐 있어?’ 하면서 마음먹었죠. 선보고 4개월 만에 결혼했어요.
예단을 하기로 한 날이었어요. 너무 심하게 열이 나고 어지러워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비틀비틀하면서 머리를 이 방 저 방에 쿵쿵 박고 다녔어요. 다음 날 아침이 되니까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걸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게 아파본 건 처음이었어요. 병원에 갔더니 류마티스 관절염 초기라고 했어요. 류마티스라는 바이러스가 관절에 침투해서 염증을 일으키는 거래요. 그런데 약 먹고 주사 맞으니까 금세 괜찮아지더라고요. 아, 이런 병이 있나 보다, 약 먹으면 낫는 건가 보다 했지, 이렇게 큰 병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무사히 결혼식 하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어요. 자고 일어났는데 내가 걷지를 못하는 거예요. 여행은 겨우 차를 타고 마치고 돌아왔는데 시댁에 인사하러 가는 게 문제였어요. 갑자기 그렇게 아프니까 너무 감당하기가 힘들었어요. 언니한테 “언니, 시부모님한테 절을 하면 내가 일어설 수가 없을 것 같아” 그랬던 기억이 나요. 언니하고 병원 가서 진통제를 맞고 시댁에 갔어요. 절을 하고는 일어설 수가 없으니까 옆에서 아이 아빠가 부축해서 일으켜줬어요. 그 뒤에 병이 급속도로 진행됐어요.
허니문 베이비로 아이를 가졌어요. 사람들이 다 유산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내가 낳겠다고 했어요. 그랬어도 굉장히 마음을 졸였죠. 아이 낳았을 때 여자애인지 남자애인지는 안중에도 없었어요. 손가락, 발가락 다 있냐고 그것부터 물었어. 간호사가 “아들입니다” 했을 때야 아, 아들이구나, 했어요. 임신 기간에 입덧이 심하고 잘 먹지 못해서 애가 2.7kg으로 태어났어요. 아빠가 나한테 뭐라도 사주려고 현금을 몇백 만 원 찾아오셨는데 내가 얼굴이 노랗고 비쩍 말라서는 아무것도 못 먹고 꾹꾹 거리니까 눈물을 뚝뚝 흘리셨어요.
애 낳고 한동안은 비장애인처럼 일상생활을 다 했어요. 아기가 황달이 있어서 아기 업고 버스 타고 병원에도 다녔어요. 그러다가 100일 즈음부터 통증이 다시 시작되더니 돌 즈음엔 못 걷게 되고 돌 지나서는 완전히 드러눕게 됐어요. 손을 움직일 수조차 없어서 모기가 얼굴 주변에서 왱왱거려도 입으로 후후 불어야 했어요. 통증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워서 거의 잠을 못 잤어요. 내 키가 170cm인데 몸무게가 50kg도 안 나갔어요. 몇 개월 사이에 염증이 몸 전체로 퍼졌어요. 바이러스가 좌우대칭으로 이동하더라고요. 왼쪽 다리 관절을 전멸시킨 후에 오른쪽 다리로 몰려가는 식이었어요. 온몸의 마디란 마디는 다 전멸시키면서 움직이고 있었어요.
그땐 여수의 시댁 근처에 살았어요. 아이 아빠가 일을 접고 헌신적으로 간병했어요. 집에 환자만 있는 게 아니고 갓난아기도 있었으니까 내 동생 두 명이 우리 집에 들어와 살면서 밥을 해줬어요. 계란프라이도 해본 적이 없는 애들이었어요. 음식 하다가 기름이 튀면 놀래서 엄마한테 전화할 정도로. 동생들도 고생이지만 그런 애들이 해주는 밥은 또 얼마나 부실할까 엄마도 많이 가슴 아파했어요. 아빠는 새벽에 바다에 나가서 꽂게 같은 거 들어오면 사다가 물만 부어서 바로 끓일 수 있게 손질해서 아이스박스에 넣어 보내줬어요.
- 윤환이 아줌마, 아파요!
아이가 한창 클 때 사진을 많이 찍어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요. 또 아들이 아장아장 걸을 때 엄마 손 잡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도. 옆집에 우리 아이 또래가 있었는데 이름이 윤환이였어요. 하루는 윤환이가 자기 엄마 손 잡고 밖으로 나가는 걸 보면서 우리 애가 “윤환이 아줌마, 나도 갈 거야” 하면서 따라가려고 했어요. 윤환이가 “안 돼, 우리 엄마야!” 하면서 아이를 밀어냈어요. 나는 그런 걸 방에 누워서 소리로 듣고 있었어요. 정말 가슴이 찢어지죠.
어느 날 남편이 잠깐 자리를 비웠어요. 한 시간 정도 아들이랑 나랑 둘만 집에 남겨진 거예요. 내가 쓰던 침대가 환자용 철제 난간이 있는 거였어요. 남편이 나가면서 벽 쪽에 나를 앉혀놓고 나갔어요. 아들이 침대에서 엄마, 엄마 하면서 뛰어놀다가 매트리스하고 난간 사이에 발이 쑥 빠져버렸어요. 아기가 그사이에 끼여서 자지러질 듯이 울었어요. “엄마, 아파! 엄마, 아파!” 하면서.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걸 쳐다만 보면서 울었어요. 그런데 나를 부르던 아이가 나중엔 윤환이 아줌마를 부르는 거예요. 돌 지난 아기가 벌써 알았던 거예요. 자기 엄마는 자기가 아파도 오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는 옆집 아줌마를 부르는 거야. “윤환이 아줌마! 윤환이 아줌마! 아파요! 살려주세요!” 그걸 쳐다보는 나는 피눈물이 났어요.
나는 아들이 아파서 죽겠다는데도 손 하나 까딱 못하는 사람. 그것 때문에 몇 년을 울었어요. 내 몸은 누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너무 아팠어요. 아이 아빠하고 이모들이 항시 아이한테 “엄마한테 가까이 가면 안 돼” 하고 주의를 줬어요. 아이는 엄마 곁에도 못 오고 조금 떨어져서는 “엄마, 아파? 호-” 했어요. 그런 생활이 너무 힘들었어요.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죽을 수 있었다면 죽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조차도 내 몸은 안 받쳐줬어요. 창문에서 뛰어내리려고 해도 창문까지 기어 올라갈 수가 없고 전화선을 겨우 갖고 와서 조여 보려고 해도 도무지 힘을 쓸 수가 있어야지.
아들이 두 살 쯤 됐을 땐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병원에서도 받아주지 않았어요. 그 지역에선 광주 전남대병원이 알아주는 곳이었는데 거긴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걸고 응급실로 일단 밀고 들어가 보자는 계획을 짰어요. 택시를 대절해서 뒷좌석에 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가는데 차가 들썩거리는 것조차 견디기 힘들게 고통스러웠어요. 내가 너무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언니가 눈물 콧물을 뚝뚝 흘렸어요. 그렇게 힘들게 병원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안 받아주더라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 언니는 또 그렇게 울었어요. 그러다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약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입원을 하기로 했어요. 병상이 날 때까지 며칠 대기해야 해서 인천 사는 동생네 집으로 갔어요. 그때가 어린이날 즈음이라 아들도 데리고 갔어요. 입원 날짜가 5월 6일로 잡혔어요. 5일 날 아들은 신이 났는데 그런 아들을 두고 가야 하는 게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한 달을 입원했는데, 아이가 그때 이후부터 나하고 떨어져서 해가 지면 머리가 아프다고 꽥꽥거렸어요. 지금까지도 편두통으로 약을 먹는데 나는 그게 그때의 트라우마인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죠.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필자 소개 _ 홍은전 인권기록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