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천연가스 대란 '나비효과'…삼성 반도체 성수기 빼앗나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 2022.09.02 05:09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베르네에 있는 유럽 최대 가스 전송 시스템 운영업체 중 하나인 OGE의 가스관의 압력계 사진./AFP=뉴스1
"전략적으로 쌓아뒀던 재고가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각국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잇따르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겨울 전기요금과 난방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연말 특수가 예년만 못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소비심리 위축은 물론, 그간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온 서버 수요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전기요금이 급등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신재생 에너지 발전 차질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유럽의 두 주요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 전력 가격은 나날이 기록을 경신 중이다. 독일은 지난달 말에도 33% 추가 인상으로 메가와트당 995유로를 기록했다. 월 350kWh(킬로와트시) 사용으로 단순 계산하면 독일 내 한 가정의 월 전기요금은 이달 기준 30만원으로 계산된다. 지난 1월엔 6만원이었다. 원자력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도 지난달 말 기준 MW(메가와트)당 1130유로로 이전 대비 25% 급등했다.

미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 7월 평균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5% 오르면서 전기료를 체납하는 가정까지 늘고 있다. 미국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에너지 지원 관리자협회(NEADA)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약 2000만 가구가 전기료를 못 내고 있다. 총 체납액은 160억달러(약 2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파급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인사는 "난방비 지출 등 확대로 소비자 구매 여력이 급감할 수 있다"면서 "올해 초부터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지속 심화하고 있어서 올해 하반기에는 계절적 성수기가 없다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냔 분위기다"라 말했다.


그간 메모리 업계 실적을 이끌어온 서버 수요가 특히 걱정이다. 데이터센터 업계가 전기요금과 건설 비용 부담으로 계획했던 투자를 미루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버 시장은 국내 업계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상반기 당초 제기됐던 부정적 업황을 뚫고 호실적을 낸 배경이다.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서버용 D램이 다량으로 쓰이는데, 다른 제품 대비 고부가가치라 캐시카우(핵심 수익원)로 통한다.

이미 유럽 내에서는 투자 축소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즈에 따르면 국영 전력회사 얼그리드는 최근 전력 공급 부족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에 각각 2개와 1개의 데이터센터를 지을 예정이었던 MS(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더 타임즈는 데이터센터 설립을 계획했던 대부분의 기업이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최근 6개월 사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가 30% 넘게 늘어난 상황이라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원활한 공급을 위해 재고를 의도적으로 늘려놓은 상황이라 수요 부진은 단순 매출 감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면서 "재고 소진이 늦어진다면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를 점한다거나 신제품 생산과 판매에서 경쟁사에 뒤처질 수 있는 등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부문의 올해 상반기 말 재고자산 총액은 21조5079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16조4551억원 대비 30.7%(5조528억원) 증가한 규모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말 재고자산도 6개월 사이 33.2%(2조9621억원) 증가한 11조8787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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