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산업노동학회

고용된 노동자이길 거부하고 생태지향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삶을 꾸린 청년들에게 필요한 복지는 무엇일까. 트랜스젠더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문제는 무엇일까.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열린 한국산업노동학회 2022년 신진연구자 여름캠프에서 도발적인 질문들이 신진연구자들에게서 나왔다. 선배 연구자들은 토론자로 나서 신진연구자 발표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름캠프는 강원도 강릉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에서 열렸다.

2012년 노동문제 연구자가 감소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여름캠프는 올해로 12년째 이어지고 있다. 산업노동학회와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BK21 Four 교육연구팀, 충남노동권익센터가 공동주최했고 한국노총,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10개 단체가 후원했다.

“트랜스젠더 일터 내 혐오에도

사회적 도움 엄두 못 내”

이번 여름캠프에서는 트랜스젠더의 노동·생태지향적 활동을 수행하는 청년의 노동, 한국 자영업자의 성별 소득격차 등 16개 주제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가톨릭대 사회복지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종빈·고태은·한인정 연구자는 ‘트랜스젠더의 노동경험 연구’에서 12명의 트랜스젠더 노동자와 심층면담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소수자는 일터에서 다양한 이유로 차별·배제를 당하고, 불안정한 노동현실을 감내한다고 실례로 입증했다.

김종빈 연구자는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은 안정적인 삶을 구축하기 위한 자원획득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원가족의 생계부양 책임을 전가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하는 과정에서 원가족과 갈등·단절을 경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층면담 참여자 12명은 대체로 파트타임, 계약직, 프리랜서 신분이었다.

G씨는 “고3 때 탈가정을 해서 3~4개월 정도 (일을) 했는데, 오래 못했다”며 “제가 성인이라고 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자꾸 등본 떼어 오라고 해서 그만뒀다”고 전했다. 저임금은 장시간 노동으로 연결됐다. 김 연구자는 “월 수입을 높이기 위해 낮밤으로 일했다는 참여자는 하루 2시간, 주 1회 휴무했다고 말한다”며 “생계를 유지하고 트랜지션(성전환 수술) 비용을 모으기 위해 몇 개의 일자리를 병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터에서도 고충은 계속된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았다면 이를 감추는 과정에서 곤욕을 겪고, 밝힌 경우에는 ‘수위 높은 혐오’를 경험해야 했다. F씨는 “일터에서 커밍아웃하자 ‘수술한 상태냐’ ‘성관계는 어떻게 하냐’ 따위의 질문을 받아야 했다”고 전했다.

사회적 도움을 받을 엄두는 내지 못했다. F씨는 “(고충상담소 같은) 그런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이 혐오자면 어떻게 하지 고민하며 결국 성희롱이나 다름없는 대화를 넘겨야 했다”고 증언했다.

김종빈 연구자는 “트랜스젠더 노동자가 일터에서 경험하는 위험 상황에서 사회적 자원의 활용이 극히 제한적”이라며 “차별금지법 제정과 이를 통한 사회정책의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업정책=청년복지정책, 이대로 괜찮을까”

기후위기와 산업전환이 화두지만 정작 ‘탈성장’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인정 연구자(가톨릭대 박사과정)는 생태지향적 삶을 추구하는 청년의 삶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 복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인정 연구자는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가 : 생태지향적 삶을 지향하는 지역 청년들의 노동을 중심으로’에서 임금노동-정규직 일자리에서 벗어나 경남·전북·전남·충남 등에서 생태주의 활동을 하고 있는 20~30대 청년 10명을 심층면담한 결과를 담았다. 심층면담 참여자는 생태지향적 삶의 시작이 제각각 다르지만 타율적·착취적 삶에서 벗어나 지역에 내려가 농사를 짓고 생태주의 활동을 하는 점에서 유사했다.

한때 성공한 미디어 기업을 꿈꿨다는 A씨는 “(동물이) 잡아먹히는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카메라 앞에 묶어 놓고 촬영을 해 굉장히 혼란스러웠다”며 생태지향적 삶으로 전환계기를 전했다. 그는 “불을 피우거나 나무를 주워 와서 뭔가를 한다거나, 풀을 끼니때마다 뜯어 와 요리를 한다”며 덜 소비하는 형태로 자신의 삶의 신념을 실천한다.

하지만 이들도 현실의 벽에 부닥친다. 한인정 연구자는 “농촌에서 자급만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작료와 농사에 필요한 몇몇 도구들을 구입하면 오히려 경제적 손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생태주의적 삶을 실천하러 농촌으로 간 청년들은 임금노동 병행을 고민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한인정 연구자는 “그동안 실업정책으로 협소하게 이해됐던 청년복지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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