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3일 CPI는 마이너스'…잭슨홀 수준까지 회복한 주가
미 중앙은행(Fed) 제롬 파월 의장의 강력한 메시지에 이은 Fed 위원들의 계속된 매파적 발언, 유럽중앙은행(ECB)의 기록적 75bp 금리 인상 등에도 불구하고 사흘째 뉴욕 증시의 강력한 반등이 이어졌습니다.

9일(미 동부 시간) 주요 지수는 0.3~0.8%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한 뒤 계속 내달렸습니다. 결국, 다우는 1.19%, S&P500 지수는 1.53% 올랐습니다. 나스닥은 2.11%나 급등했습니다. 수요일부터 반등이 이뤄지면서 이번 주 다우는 2.66%, S&P500은 3.65%, 나스닥은 4.14%나 상승했습니다. S&P500 지수는 4.067.36으로 마감해 중요한 기술적 저항선인 50일 이동평균선(4030) 위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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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까지는 유틸리티 등 경기 방어주가 선전하고 기술주가 상대적으로 저조했지만, 오늘은 좀 달랐습니다. S&P500 업종 모두가 상승했고, 애플(+1.88%) 테슬라(+3.60%) 등 기술주가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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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으며 의미 있고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라며 "오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수요를 분명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 금리를 만들기 위해 또 다른 상당한 인상(a significant increase)을 지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긴축 통화정책이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지만 △누적된 가계 저축 △빡빡한 노동시장 △공급망 혼란으로 지연됐던 소비 등이 상쇄할 것으로 봤습니다. 또 Fed는 실업률이 5%에 달하기 전까지 물가와의 전쟁에서 공격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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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도 "75bp 인상으로 기울고 있었고 지난 금요일 8월 고용보고서는 상당히 좋았다. 다음 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진전을 보여줄 수 있지만 나는 하나의 데이터가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결정하도록 놔두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75bp를 향해 더 강하게 기울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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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매파적 발언에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 3.489%에서 3.569%로, 10년물 금리는 전날 3.291%에서 3.321%로 상승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의 9월 75bp 인상 베팅은 90%로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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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증시의 랠리를 탈선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인플레이션 둔화로 Fed의 금리 인상 주기가 얼마 가지 않아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는 덕분입니다. 13일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CPI)는 그런 관측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베스터 플레이스의 루이스 네블리어 설립자는 "전월 대비 마이너스(혹은 오르지 않거나) CPI는 Fed에 엄청난 압력을 가할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최소 75bp 금리를 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마지막 Fed의 금리 인상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CPI 발표로 인한) 9월 21일 이전 랠리의 일부"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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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는 8월 CPI에 대해 "헤드라인 CPI가 두 달 연속으로 전월 대비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7월은 -0.002%였음). 이는 지난 6월 1.3% 올랐던 것에 비하면 완전한 반전이다. 전년 대비로는 헤드라인 수치는 7.9% 상승해 지난 6월의 40년 내 최고였던 9.1%보다 1.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8월 CPI는 헤드라인 수치가 전달 대비로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고 근원 물가도 0.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월가 컨센서스도 전월 대비 헤드라인 CPI는 -0.1%를 기록할 것으로 봅니다. 전년 대비 수치의 컨센서스는 8.1% 상승인데, 만약 모건스탠리의 전망처럼 7%대가 나온다면 긍정적일 겁니다. 물론 헤드라인 CPI는 휘발유 등 에너지 하락에 의한 부분이 큽니다. 그래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고 7월보다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현재 컨센서스는 근원 물가는 전년 대비 6.1%(7월 5.9%), 전월 대비 0.3%(0.3%)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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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다음 주 CPI 말고도 중요한 물가 지표가 줄줄이 나옵니다. 14일 생산자물가(PPI) 발표가 있고요. 15일에는 뉴욕주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가 발표되는데, 세부 지수중 지불 가격이 나옵니다. 이는 9월 지표로는 처음이어서 중요합니다. 또 16일엔 9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가 나오는데요. 이 조사엔 소비자의 12개월,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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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은 아시아에서부터 좋은 소식이 나왔습니다. 중국의 8월 물가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한 것으로 나오면서 아시아, 유럽 증시도 모두 상승한 것입니다.

중국의 8월 CPI는 작년 같은 달보다 2.5% 상승해 2년 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전월(2.7%)보다 낮아졌습니다. 또 8월 PPI는 작년 대비 2.3% 올라 2021년 3월 이후 18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월(4.2%), 예상치(3.1%)보다도 크게 낮았습니다.

중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제로 코비드' 정책에 따른 국내 수요 약화, 세계 경제 둔화 등도 원인이긴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우선 이렇게 물가가 안정되면 중국이 인플레이션에 신경 쓰지 않고 좀 더 강력한 경제 부양에 나설 수 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중국 런민은행이 경제 지원을 위한 추가 완화 정책에 제약을 받지 않게 될 것이다. 올해 남은 기간 더 많은 정책 금리 인하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의 PPI 물가 안정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감소에도 도움이 됩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기 때문입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오늘 '인플레이션과 싸움이 이제 대부분 과거 일이라는 9개 차트'라는 보고서를 내고 인플레이션이 꺾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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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구매관리자조사(PMI)에서 지불가격은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Fed의 2% 물가 목표와 부합하는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⑵ 실질 임금은 떨어지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는 주장에 부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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⑶ 실소득 증가율은 2.8%에 그치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1.5% 수준의 CPI 물가에 부합한다.
⑷ 매우 강한 달러는 과거 인플레이션 하락과 일치한다.
⑸ 글로벌 공급망 압력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⑹ 근원 원자재 인플레이션은 지난 2월 정점을 찍고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⑺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주거비로 인해 상승하고 있지만, 근원 상품 인플레이션은 2월에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
⑻ 경기 선행지표(LEI)가 5개월 연속 하락해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하락은 침체를 동반하지 않은 적이 없다.
⑼ ISM 합성 PMI는 인플레이션보다 약 6개월 앞서 있다. ISM 지수의 하락은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해야 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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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둔화 관측은 달러 가치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전략가는 "이코노미스트들은 인플레이션 예측을 약간 낮추고 있으며 이는 Fed가 4% 이상 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라면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낮아질 것이란 낙관론이 커짐에 따라 달러 랠리가 기력을 다해 가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IEC 달러 인덱스(DXY)는 전날보다 -0.67% 내린 108.9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6일 110까지 오른 뒤 사흘 연속 약세를 이어갔습니다. 이와 관련 JP모건은 "DXY가 추세 채널의 상단에 도달하지 못한 채 내려가고 있다. 이는 확실히 추진력의 상실이다. 50일 이동평균선은 추세 채널 하단인 107.5에 있다. 이게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JP모건은 지난주 "우리의 모멘텀 신호는 달러 강세의 모멘텀이 극한 수준에 접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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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하락에는 일본 엔화가 반등한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최근 엔화 움직임이 빠르다.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구두 개입을 함에 따라 1% 이상 상승한 것이죠. 구로다의 발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논의한 뒤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도 정부가 외환 움직임에 대한 옵션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로화는 전날 ECB의 75bp 인상에도 강세를 지속하질 못했습니다. 하지만 회의 이후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 등 여러 명의 ECB 위원이 지속해서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자 10월에도 75bp를 올릴 것이란 예상이 컨센서스가 되면서 다시 달러와의 패리티(1:1)를 되찾았습니다. 도이치뱅크는 10월 회의에서도 ECB가 75bp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을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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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S&P500 지수는 지난달 26일 제롬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을 했던 날의 저점 수준까지 회복했습니다. 사흘간 반등한 결과입니다. 어떻게 보면 시장이 다시 중립적 상황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단기 과매도 된 상황에서 최근 ISM 서비스업 지수 등 경제 지표가 전반적으로 양호하고 나오고 금리와 환율 상승세가 약간 누그러진 것도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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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두가 지속적 상승을 점치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새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다시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9월, 10월은 계절적으로 불안한 시기입니다. 또 Fed 등 세계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매파적입니다. 인플레이션 둔화의 기반인 유가는 오늘 큰 폭으로 반등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3.57% 오른 배럴당 86.53달러, 브렌트유는 3.59% 상승한 배럴당 92.37달러를 기록해 다시 각각 85달러, 90달러 선을 넘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는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골드만삭스는 유럽 에너지 위기는 올해 겨울 추위의 심각성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골드만은 유럽발 에너지 위기는 단기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이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3일 CPI는 마이너스'…잭슨홀 수준까지 회복한 주가
JP모건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앞으로 강세장이 이어질 수 있는 사례와 약세장이 만들어질 수 있는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옮깁니다.

<강세장 케이스>

① Fed는 9월에 마지막으로 대규모(>25bp) 인상을 합니다.
② 양적 긴축(QT)의 월 최대한도가 두 배로 커졌지만, 변동성이나 금리 폭등은 없습니다.
③ CPI가 계속 낮아지고 있고, 하락 속도가 빨라집니다.
④ WTI는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유지되고 있고, 더 중요한 것은 급격한 상승은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⑤ 시장이 안정됨에 따라 주식 보유(포지셔닝)가 증가합니다.
⑥ 금리는 단기 고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FOMC 이후에는 변동성이 소진되면서 하락할 수 있습니다.

<약세장 케이스>

① Fed는 11월/12월에 대규모 금리 인상을 계속하여 기준금리를 4.0% 이상으로 끌어올립니다.
② QT는 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하여 10년물이 연고점인 3.47%를 다시 테스트합니다.
③ CPI는 8~9% 범위를 유지합니다.
④ WTI는 공급 차질 혹은(and/or) 중국 수요 증가로 인해 다시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합니다.
⑤ 공매도 레버리지가 증가하고 주식 포지셔닝은 계속 가볍게 유지됩니다.
⑥ Fed 스피커들이 계속 매파적이며 CPI의 방향/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으므로 금리 변동성이 계속 높게 유지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