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최전선, n개의 목소리(9)

배제된 당사자, 청소년이 제안하는 시민의회

김서경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기후위기 최전선, n개의 목소리⑨]배제된 당사자, 청소년이 제안하는 시민의회

청소년기후행동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기후대응을 위해 여러 활동을 만들어왔다. 다른 단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날이 갈수록 최악에 가까워지는 기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끊임없이 외쳤다. 당사자들이 논의 단위에 주체로서 참여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그리고 결과는 탄소중립위원회와 탄소성장법과 논리없는 그린워싱만이 난무하는 현실이다. 정책결정자들에게 당사자란 피해자, 사회적 약자로만 존재한다. 피해의 사실이 있어야 하며, 극적일수록 환영받고, 힘이 있는 사람은 이 약자들을 위해 함께 싸워준다. 이게 우리 사회가 다루는 기후위기의 현주소다.

피해는 특정한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다. 너무 평범한 사람들 모두에게 거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더 취약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모든 사람들은 대응과정에 포함되지 못한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들어달라고 발버둥치거나 체념하는 것이다. 그래서 청기행은 시민이 만드는 시민의회를 제안했다. 시민들이 누구나 모여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부가 듣지 못한, 혹은 듣지 않은 각자의 이야기를 공론화시키고 사회에서 지워버리지 못하게 끌어올려야 하는데 정부가 꾸리면 이 모든 건 불가능하다. 물론 모든 당사자들이 논의 과정에 포함될 수 없는 건 맞다. 정치란 건 그런 거니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정부에게 주도권을 내어주고 끌려다니는 방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말로만 하면 굉장히 이상적이기는 하나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건 그렇게 유쾌한 그림이 아니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일반 사람의 목소리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사실상 기적에 가까우며 많은 사람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면 결국 어떤 목소리도 닿지 못하는 게 현실이니까. 모든 방면을 신경 쓸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정당화하며 정부는 포기했다. 우리나라 정치가 포기했다. 이제 해결책은 정부가 아니라 시민들 안에서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우리는 “어쩔 수 없다”는 말로 합리화하며 쉬운 길만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김서경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기후위기비상행동 제공

김서경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기후위기비상행동 제공

물론 모든 문제의 나열만이 해결책을 찾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수많은 배제는 실제로 세상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인정된 적이 없다. 청소년이 미래세대이기에 당사자가 아닌 것처럼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주체가 실제로는 그저 대상에만 머물러 있다.

농민이라고 해서 하는 이야기가 기후위기로 인해 농사가 어떻고 생계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만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항상 대상화가 되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피해를 말했을 때만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다. 석탄발전소 지역에 사는 지역주민이 꼭 지역의 문제나 지역의 피해만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괜찮다. 애초에 지역에 사는 지역주민이라고 해서 왜 지역의 문제만을 이야기해야 할까. 당사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다. 현재의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어주기 전까지는 힘이 없는 것, 대상화가 되는 것, 타자에 의해 정의되는 것, 논의에서, 사회에서, 시민에서 배제되는 것.

이제 우리는 그저 대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직접 변화를 만드는 사회의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 시민이 만드는 기후시민의회는 대안을 넘어 권력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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