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05일 14:50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중앙연구소 / 사진=뉴스1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중앙연구소 / 사진=뉴스1
국내 1위 임플란트 업체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을 기타법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가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을 상대로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였던 강성부 대표의 KCGI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6거래일동안 ‘기타법인’이 594억원을 순매수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주식을 장내에서 매입하면 기타법인으로 분류된다. 인수금융을 활용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를 세워 주식을 사기 때문이다. 주로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매입을 나타내는 ‘사모펀드’도 일주일 동안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131억원 순매수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도 급등세다. 기타법인의 공격적인 매수가 있었던 지난 6거래일 동안 38% 이상 급등했다. 주가는 지난달 26일 997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이달 2일 13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횡령으로 인한 거래정지 직전 주가(14만2700원)를 거의 회복한 셈이다. 중국 정부의 임플란트 대량 구매 정책과 상반기 호실적 등 호재도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사모펀드의 매수를 주가 급등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해당 기타법인은 ‘강성부 펀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국내에서 이 정도 규모로 공격적인 지분 매입에 나설 수 있는 건 강성부 펀드가 유일하는 이유에서다. 한 행동주의 전문가는 “한진칼 투자를 통해 꽤 높은 수익을 올린 강성부 펀드의 기존 출자자(LP)들이 이번 투자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측은 “소액주주의 주식 매입 현황까지 다 파악할 순 없다”고 답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현재 상황은 2018년 강성부 펀드가 한진칼 지분을 매집할 당시와 비슷하다. 두 회사 모두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다. 한진칼은 2018년 땅콩회항 등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었다. 오스템임플란트도 지난해 말 2215억에 이르는 직원의 횡령 사건이 불거지면서 4개월 이상 주식 거래가 중지되는 등 취약한 내부 통제 시스템과 지배구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다. 회사 측이 감사위원회 설치 등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하면서 상폐 위기는 피했지만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

KCGI는 2018년 당시 약 1300억원을 들어 한진칼 지분 9%를 단숨에 확보하면서 바로 2대 주주주로 올라섰다. 최대주주인 고(故) 조양호 한진칼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분은 28.05%에 불과했다. KCGI는 이후 추가로 주식을 사들여 지난 3월말 기준 지분을 17.41%까지 늘렸다. 이후 지분 대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하며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지배구조는 더 취약하다.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 지분은 20.60%이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해도 20.64%에 불과하다. 그 뒤로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가 7.18%, KB자산운용과 국민연금이 각각 5.04%를 보유하고 있다. KCGI가 지분을 7%만 확보해도 단숨에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현재 오스템임플란트의 시가총액은 2조원 수준이다.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적대적 M&A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행동주의 전문가는 “한진칼과의 오랜 싸움을 끝낸 강성부 펀드가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5% 이상 지분을 사들여 관련 공시를 한 이후 강도 높은 경영 개선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오스템임플란트가 경영권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말 횡령 사건이 처음 세간에 알려졌을 당시 M&A업계는 회사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내다보고 다방면으로 매각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부 사모펀드와는 최근까지도 구체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최 회장 측이 매물을 거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 측이 너무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어 거래가 성사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