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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9 | 조회수 : 332

보이지 않아도 꿈을 향해 걸어갈 두 발이 있어 (김현아 선생님)



한 여름날
, 나는 서울맹학교를 찾게 되었다.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이었고, 살면서 큰 관심을 두 지 않았던 시각장애 청소년들이 공부를 하는 곳이었다.
서울동행에서 사전 교육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교육봉사는 내 졸업을 위해 필요한 시간을 채우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부끄럽지만 봉사에 대한 큰 소명과 열정이 나에게는 별로 없었다.

 
그렇게 서울맹학교에 서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서울맹학교의 첫인상은 경사가 가팔라서 아이들 혼자서 학교를 오기엔 많이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처음 온 입장에서 길을 찾기도 힘들었는데 초중등학교가 모두 섞여 있었고 학교 담당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중등 3층 어학실'이 어디인지 찾기 어려웠다. 건물을 두세 번 들어갔다 나오며 간신히 도착한 어학실에서는 봉사하러 온 선생님들이 북적였고, 오롯이 한 분 이서 학생과 선생님들을 정신없이 챙기고 계셨다.
 
나는 다른 선생님을 대신하여 급하게 투입이 되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인력이 필요한 장소에 들어갔다. 미리 수업 관련 사항을 확인하고 준비해오지 않았던 나의 부족함이 여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을 만나 수업을 하면서 느꼈던 나의 가장 큰 오해는 시각장애라고 해서 아예 안 보이 거나 서로 시각적인 상태가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처음에 만난 초등학교 1학 년 남짓의 남자아이는 공책에 눈을 붙이듯이 가까이하고 영어 단어를 읽었다. 그 외에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할 때에도 글씨를 키우고 화면을 밝히면 어느 정도 보이는 아이들이 많았다. 후천적으로 시각장애가 생긴 경우에는 원래 보이던 세상과 내게 익숙한 방식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법을 습득하여 세상을 살아가야 했기 때문에 귀찮고 짜증나는 마음이 가득했으리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학교에 나와 컴퓨터 기술을 익히고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나보다 더 크게 보였고 대단하게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나의 관점을 바꿔준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의 말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시각장애가 나와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될 수도 있던 장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우셨고, 오히려 자신은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밝았다고 말하는 학생을 보면서, 슬퍼 우시는 어머니를 조금이라도 위로하고자 자신의 슬픔을 마음속에 삼켰을 아이의 마음이 느껴졌다.
 

만약 시각장애에 걸리지 않았다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축구선수가 될 수도 있었던, 충분히 재능이 있던 학생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만약에 불과했고 이 학생은 이제 시각장애를 가지고 맹학교에 와서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야 했다. 장애는 사고처럼 학생의 인생에 찾아왔고, 학 생의 꿈을 빼앗았다. 이 아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은 운동이고 축구인데,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고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막막함을 헤아리기조차 어려웠다.
 
앞으로 할 직업에 대해서 생각해보면서 심리 전공을 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조금은 반가웠다. 내가 상담 심리 전공이기 때문에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그마저도 주저하며 자신이 심리를 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였다,
 

나는 "? 충분히 원하는 직업을 할 수 있지."라고 대답하였다.
 
 
시각장애가 생각보다 큰 벽이 되기도 하겠지만, 원하는 마음이 있다면 충분히 어떠한 경로와 방법이던 이룰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현실의 벽과 좌절, 거절을 여러 번 경험했을 아이가 느끼기에는 장애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의 이상적인 발언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후 몇 마디를 더 주고받다가 수업 진도를 위해서 아쉬운 마음과 함께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서울 동행을 통해 서울맹학교에 오게 되고 난 이후, 나는 미처 깨닫지 못 했던 나의 선입견을 발견했다.
 
 
아이들에게 꿈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도 해?'라는 생각이 내 안에서 여러 번 들었다. 핸드폰을 하고 연애를 하고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 나에게 당연한 순간들에 대해서 이 아이들에게는 동일한 시선과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고 신기하게 생각하였다. 이러한 나의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학교 밖에 나가게 되면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이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선입견과 시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이 변화되어야 하는지도 고민해보았다.
 
 
아이들이 바뀌어야 하는 것일까? 사회의 시선과 구조적인 문제가 바뀌어야 하는 것일까? 서울동행을 하며 나는 이 문제가 더는 한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변화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의 전환점이 생겼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단체에서는 지하철에서 시위를 벌이며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노력한다. 사회의 구조와 제도적인 개선을 위한 절실한 외침이었을 것이다. 이전에는 이 단체를 보며 출근길을 힘들게 하는 단체, 나에게 불편함을 주는 단체라고 인식하였지만, 지금은 그들이 무엇 때문에 불편해하고 어떠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가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되었다.
 
축구를 좋아하던 남학생을 만났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아이가 자신의 진로 고민이나 어려움 을 털어놓는다면,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너는 비록 보이지 않지만, 너에게는 여전히 꿈을 향해 걸어갈 두 발이 있어. 그러니 원하는 것을 찾아보고 그 길을 향해 마음껏 걸어도 보 고 뛰어도 보자." 만약 살아가면서 이 아이들이 겪을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함께 개선시켜 나가야 하고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서울 동행에서 내가 가장 크게 깨달은 동행과 함께 사는 사회의 의미이다.
 
 

 
* 2022 서울동행 공모전 김현아님의 [대상]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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