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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2조·철강 1조 손실…車부품사는 "이미 한계, 줄도산 위기"

[화물연대 파업 피해 일파만파]

산업계 "이번 주가 셧다운 마지노선"

철강사 선재·냉연공장 설비 스톱

열연강판 등 생산 중단 품목 늘어

화학업계는 "NCC 가동 멈출 시

하루 평균 3000억 규모 피해 발생"

시멘트 일부업체는 '소성로' 멈춰

"핵심시설 중단은 천재지변급 사태"

채소·청과 등 수출 선박 못 실려

제조업 넘어 농업까지 잇단 차질

14일 오후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의 한 도로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이 불과 8일 만에 남긴 상흔은 산업계에 천문학적 숫자로 남았다. 석유화학·철강 등 국내 제조업을 떠받치는 주요 업종이 너 나 할 것 없이 조(兆) 원 단위의 손실을 입었다. 이들은 이제 핵심 생산 설비 가동까지 당장 중단해야 할 정도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산업계는 “이번 주가 피해의 전방위적 확산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며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관섭(왼쪽 세 번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장정우(왼쪽 네 번째)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 등 화주협의회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수출입 화물 운송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 주최 기자 간담회에서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13일까지 발생한 철강업계의 누적 출하 피해 규모가 대형사 기준 총 72만 1000톤, 피해액은 1조 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중소·중견기업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치 공간의 부족으로 후판·열연강판 등 철강재 품목으로도 생산 중단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포스코는 매일 포항제철소 2만여 톤, 광양제철소 1만 5000여 톤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선재 공장과 일부 냉연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석유화학 업계도 약 2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이미 일부 회사들이 지난주 말께부터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중단하면서 현재 물량의 10%만 출하 중”이라며 “대형 8개사 기준으로 하루 평균 600억 원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고 누적으로는 5000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32개사 기준으로 보면 피해 금액은 4배 수준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화학 업계의 고심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핵심 시설인 나프타분해시설(NCC)의 가동 중단까지 현실화할 경우 매일 수천억 원대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NCC는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김 본부장은 “15일 저녁 정도면 상당수 업체의 NCC 가동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주 중반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일평균 30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시멘트 산업의 핵심 시설인 소성로 또한 이번 주 안으로 가동이 멈출 위기에 처했다. 시멘트의 운송 차질로 레미콘 공장의 90% 이상이 운전을 멈추는 등 건설 현장에서는 ‘셧다운’이 이미 현실이 됐다. 일부 시멘트사는 벌써 소성로 가동을 멈췄다. 소성로 가동 중단은 시멘트 업체로서는 천재지변을 제외하고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시멘트를 받지 못하는 레미콘 업계는 하루에 500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김영민 한국시멘트협회 이사는 “파업 시작 이후 누적 손실액이 912억 원에 달하고 14일이 지나면 피해 규모는 1000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수도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시멘트 업체들의 재고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 파업을 멈추지 않을 경우 이번주 말께는 소성로 등 주요 생산 설비가 가동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위기감이 높은 것은 완성차 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부품사는 현재도 집단 운송을 거부 당하는 형편이다. 현대차는 매주 월요일 확정하던 주말 특근 일정을 이번 주에는 수요일께 정하기로 했다. 윤경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실장은 “반도체 수급난에 화물연대 총파업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업계에서는 13일까지 5700여 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며 “아직까지는 대체 화물차와 미리 확보한 재고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이번 주 후반부터는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생산 차질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만약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생산 차질 현상이 퍼지면 이미 한계 상황에 이른 부품 업체가 줄도산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부산항에서는 컨테이너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야적장의 여유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무협에 따르면 국가 지정 혈액제제 의약품을 생산하는 A 사는 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혈장을 부산항에서 공장으로 들여오지 못해 생산을 미뤘다. 이에 따른 손실만 30억 원에 달했다.

물류대란으로 인한 피해는 제조업에서 농업 분야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화주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농가에서 생산한 양파·양상추·청과류는 제때 선박에 실리지 못해 막대한 보관 비용이 발생했다. 수출용 오리털은 출고 작업을 진행하지 못해 폐기되기도 했다.

무협은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13일 오후 6시까지 화주들로부터 총 236건의 애로 사항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수출 관련이 151건(64.0%)으로 집계됐다. 수출 관련 애로 사항 중에는 납품 지연이 63건(26.7%)으로 가장 많았고 선박 선적 차질 51건(21.6%), 위약금 발생 37건(15.7%) 등이 뒤를 이었다.

수입 관련은 85건(36.0%)이었다. 이 가운데 물류비 증가가 32건(13.6%), 원자재 조달 차질로 인한 애로가 31건(13.1%), 생산 중단이 22건(9.3%)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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