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인문학 위기’…대학 인문학과 8년새 148개 사라져

백두산 | bds@dhnews.co.kr | 기사승인 : 2021-12-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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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서 인문학 학과‧정원 대폭 감소
교육부, “인문학 교육‧연구의 활발한 수행 위한 기반 조성”
2022~2026년 ‘제2차 인문학‧인문정신문화 진흥 계획’ 추진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가 ‘내:일을 여는 인문학’ 콘텐츠를 통해 ‘도시로 보는 유럽사’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사진=한국기술교육대 제공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가 ‘내:일을 여는 인문학’ 콘텐츠를 통해 ‘도시로 보는 유럽사’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사진=한국기술교육대 제공

[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대학과 연구현장에서 외치던 인문학의 위기가 현실로 닥쳤다.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가 지난 8년 사이 148개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취업시장에서의 소외와 대학들이 구조개혁 시 인문학 학과를 최우선적으로 없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대학과 연구소, 학문후속세대 지원을 통해 인문학의 위기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과학기술분야 중심으로 이뤄지던 융‧복합 연구 지원을 인문학 중심 융‧복합 연구에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21일 교육부는 ‘제2차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공학계열 중심의 학과 구조조정 현상이 심화하면서 기초‧순수 학문 전공 학과의 입학 정원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문계열 학과수와 입학정원은 2012년 976개 학과 4만6108명에서 2020년 828개 학과 3만7352명으로 8년 사이 148개 학과가 사라지고, 입학정원은 8756명 줄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들이 인문학 학과들부터 우선적으로 구조개혁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고, 소위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로 상징되는 인문학 전공자들의 취업시장 소외 장기화로 인문학 학계 전반의 사기 저하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인문학 전공 대졸자의 동기 고용률 추세는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1차 대유행기인 2020년 3월부터 4월까지 고용률은 –5.6%를 기록했으며, 2차 대유행기인 2020년 8월부터 9월까지는 –7.2%, 3차 대유행기인 2020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5.7%를 기록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학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인문학 교육‧연구의 활발한 수행을 위한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며 “사회 변화에 대응해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인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학문간 지원 격차 커진 1차 진흥 계획


앞서 교육부는 1차 인문학 진흥 정책(2017~2021년) 발표와 함께 인문학의 외연 확대에 힘써왔다. 당초 ‘대학’과 ‘연구’에 한정됐던 인문학을 초‧중등교육과 대학 및 평생교육까지 인문소양 교육 활성화를 추진한 것이다.


이와 함께 더 많은 인문학 연구자들이 연구비 지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인문학 관련 학술지원 예산규모도 점진적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인문사회분야 학술지원 예산은 2017년 3391억원에서 2022년 3629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또한 비전임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문 후속세대 지원사업을 전면 개편해 A유형(최대 5년, 매년 4천만원 지원)과 B유형(1년, 1400만원 지원)으로 나눠 연구비를 지원했다. 인문학 분야 연구소도 예산지원이 소폭 확대됐다.


그러나 과학기술분야와 비교했을 때 인문사회분야 학술지원사업 예산규모는 3천억원 수준에서 답보한 수준에 불과했으며, 예산지원 규모 격차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실제로, 인문학 관련 현장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못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처럼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책이 추진되는 경우도 있었다.


2026년까지 ‘제2차 인문학‧인문정신문화 진흥 계획’ 추진


이같은 인문학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제2차 인문학‧인문정신문화 진흥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대학들의 인문학 교육과 연구역량 강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각 대학의 중장기 발전방향을 기반으로 대학별 자율적인 인문학 교육‧연구역량 강화를 지원하며, 국립대학은 인문학을 포함한 기초‧보호학문 육성과 관련해 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마련을 추진한다.


대학부설연구소의 경우 인문학 교육‧연구 거점으로서 HK+(인문한국플러스) 연구소의 내실 있는 운영을 지원하고,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이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 성과가 탁월한 인문학분야 우수 연구소는 후속연구 지원을 검토하고, 장기적으로는 인문학분야의 ‘자립형 연구소’를 육성한다.


학문후속세대 지원도 확대한다. 대학생에게는 ‘인문100년 장학금’을 통해 내년 총 3773명에게 276억원을 지원하며, 석박사급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원생 연구장학금, 신진연구인력 인건비 비원 등이 이뤄진다. 또한 ‘신진연구자지원→중견연구자지원→우수학자지원’으로 이어지는 인문학분야 전문연구자에 대한 단계별 지원도 추진한다.


지금까지 과학기술 중심이었던 융‧복합 연구를, 앞으로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융합 연구가 필요한 주제를 발굴해 지원한다. 이와 함께 인문학 중심 융‧복합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거점 마련을 위한 연구소 지원사업도 신규 추진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에서 우수한 인문학 교육을 제공하고 대학부설연구소를 중심으로 인문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며 “기존의 과학기술 중심 융합연구와 차별화되는 인문학 중심 융복합 연구가 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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