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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인생드라마…두 가지 색깔 유럽영화

송고시간2022-07-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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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기자
김계연기자

루마니아 '배드 럭 뱅잉' 프랑스 '임파서블 러브'

'배드 럭 뱅잉'
'배드 럭 뱅잉'

[알토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여름 성수기 화려한 볼거리를 앞세운 국내외 블록버스터 틈새에서 강렬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유럽영화 두 편이 관객을 찾는다.

루마니아 감독 라두 주데의 '배드 럭 뱅잉'(원제 'Babardeala cu bucluc sau porno balamuc')은 도발적 연출과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블랙코미디다.

에미(카티아 파스카리우 분)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명문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친다. 남편과 찍은 성관계 동영상이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인터넷에 올라가면서 사달이 난다. 학부모들은 에미를 해고하라고 학교에 요구한다.

'배드 럭 뱅잉'
'배드 럭 뱅잉'

[알토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스타일이 전혀 다른 3부로 구성됐다. 1부 '일방통행'은 마스크를 쓴 채 부쿠레슈티 시내를 배회하는 에미를 따라다닌다. 팬데믹이 바꿔놓은 풍경과 함께 루마니아 사람들의 팍팍한 일상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건조하게 비춘다.

2부 '일화, 기호, 경이에 관한 소사전'은 70여 가지 열쇳말을 아카이브 영상과 함께 정의한다. 예컨대, 사람은 차도를 따라 놓인 인도를 걸으며 늘 차들에게 추월당한다. 근사한 건물은 늘 근사한 폐허를 남긴다. 재정립된 개념들은 대체로 인간의 위선과 폭력성을 꼬집는다.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인민궁전을 짓는 데 2만여 명의 인력을 동원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루마니아의 어두운 과거와 현재를 짚는다.

'배드 럭 뱅잉'
'배드 럭 뱅잉'

[알토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같은 개념 정의는 '실천과 빈정거림'이라는 제목이 붙은 3부의 밑바탕이 된다. 에미에 대한 처분을 논의하기 위해 학교에 모인 학부모들은 루마니아 중산층의 허영과 위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 가지로 나뉜 결말까지 영화는 관객에게 끊임없이 사고의 전환을 요구한다.

크리스티안 문주와 함께 현대 루마니아 영화를 대표하는 라두 주데는 영화 한 편에 세 가지 작법을 동원하며 팬데믹부터 인종차별까지 루마니아 현실에 기반한 화두들을 던진다. 영화는 지난해 독일 베를린영화제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황금곰상을 받았다. 포르노그라피에 가까운 에미의 사생활 묘사가 포함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감독 자체검열판으로 상영된다.

'임파서블 러브'
'임파서블 러브'

[디오시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긴 고통에 지나지 않았던 영혼의 상태로부터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마멸되고 사라지는 이 세상에서 아름다움보다 덜 잔해를 남기면서 보다 완전하게 파괴되는 것. 그건 바로 슬픔이기에."

노년의 라셸(비르지니 에피라)이 딸 샹탈(제니 베스)에게 쓴 편지의 문구가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한다. '임파서블 러브'(원제 'Un amour impossible')는 라셸의 짧았던 사랑이 남긴 길고 잔혹한 상처에 관한 이야기다.

'임파서블 러브'
'임파서블 러브'

[디오시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젊은 시절 라셸은 지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남자 필립(닐 슈나이더)과 사랑에 빠졌고 아이를 가졌다. 그러나 필립은 원하는 걸 하고 싶다며 결혼을 거부하고 딸마저 인정하지 않는다. 엄마 성을 따른 샹탈의 출생신고서에는 '친부 불명'이라고 적혔다.

라셸은 이제 다른 여자와 결혼한 필립을 계속 만나려 한다. 사랑의 감정보다는 딸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서다. 필립은 몇 년에 한 번 꼴로 모녀를 만났다. 샹탈이 소녀가 된 뒤 주말을 함께 보내고 양육비도 보내기 시작한다. 필립은 이번엔 자신의 지적인 면모를 따르던 샹탈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임파서블 러브'
'임파서블 러브'

[디오시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샹탈을 화자로 삼아 라셸의 반세기 인생이 얼마나 쓰라리고 고통스러웠는지 그린다. 평소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는 라셸의 표정은 그래서 쓸쓸하게 느껴진다. 프랑스 작가 크리스틴 앙고의 동명 소설을 카트린 코르시니 감독이 스크린에 옮겼다.

▲ 배드 럭 뱅잉 = 28일 개봉. 106분. 청소년 관람불가.

▲ 임파서블 러브 = 28일 개봉. 135분. 청소년 관람불가.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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