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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들의 영화-한국 독립영화가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카이로스총서 93)
저자 : 이도훈 ㅣ 출판사 : 갈무리

2023.03.31 ㅣ 384p ㅣ ISBN-13 : 9788961953160

정가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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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B6(188mm X 127mm, 사륙판)
제품구성 단행본
이용약관 청약철회
국내도서 > 예체능 > 연극/영화 > 영화/연극이론서
한국 독립영화는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우리 곁에 머물고 싶어 하는 이방인이다. 이 책은 그 이방인의 자리에서 대안적, 실험적, 저항적 영화 운동을 벌인 한국 독립영화에 관한 기록이다. 이도훈의 『이방인들의 영화』는 세 가지 마주침의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그것은 한국 독립영화가 사회적 현실과 마주하는 방식, 영화라는 매체와 마주하는 방식, 그리고 미지의 관객과 마주하는 방식이다. 이 책에서 한국 독립영화는 민중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역사적으로 잊힌 이들에게 이름을 부여한다. 그리하여 관객인 우리의 감각을 재구성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만든다. 이 책은 미지의 관객이 이름 없는 영화와 만나 우정을 나누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꿈꾼다. 그것은 한국 독립영화가 우리에게서 안식처를 찾고, 우리 또한 한국 독립영화에서 안식처를 찾는 공통적 변화의 순간에 대한 꿈이다.


이름 없는 영화들이 있다. 극장 개봉을 해도 관객이 보러 가지 않는 영화, OTT에 서비스되어도 추천 목록에 뜨지 않는 영화, 영화제에서 상영되어도 평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영화, 다시 말해서 영화산업 시스템의 바깥에 있는 예술영화, 독립영화, 실험영화, 대안영화가 그것이다.
한국 독립영화는 이방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방인을 위한 영화이다. 아직 이름 없는 영화로 존재하는 한국 독립영화는 관객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도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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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서문 5

1장 혼돈의 사회와 도시의 리듬 30
2장 영화의 도시에 대한 권리 72
3장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가 역사와 벌이는 한판 내기 113
4장 현장을 전유하는 다큐멘터리 158
5장 불안에 대한 에세이적 성찰 203
6장 포스트 시네마적 상상 256
7장 이 지루함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302
부록 : 사유하는 영화, 에세이영화 316

참고문헌 364
인명 찾아보기 380
용어 찾아보기 382

[본 문]

1. 한국 독립영화가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

관객인 우리는 한 편의 영화를 만나기 전에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고 그로 인해 편향된 지식을 가진 상태로 작품을 감상한다.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영화사 걸작, 올해의 영화, 아카데미 수상작 리스트는 정전과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영화 보기를 강제한다.
― 서문, 5쪽

도시 교향곡 영화는 1920년대에 나타난 두 개의 영화사적 흐름 속에서 형성되었다. 첫 번째 영화사적 흐름은 1920년대의 아방가르드 영화운동이다. 이 당시 프랑스의 순수영화나 독일의 절대영화와 같이 실험적인 경향이 강한 작품들은 영화의 매체적인 특성이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것에 있다고 믿었으며, 실제로 그중 일부 작품은 속도전이 지배하는 도시의 삶을 기록한 영상을 주요하게 활용했다.
― 1장 혼돈의 사회와 도시의 리듬, 37쪽

용산 참사는 정치적인 것의 두 요소인 치안과 평등의 관계가 비대칭적인 상태에서 발생한 경우이다. <두 개의 문>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해당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에 치안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사실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 2장 영화의 도시에 대한 권리, 96쪽

<김군>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김군의 행방을 추적하면서,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진정성을 둘러싼 논쟁을 하나의 담론으로 구축하고, 더 나아가 아직 공백으로 남아 있는 이름 없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한다. 특히 이 영화는 아직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역사에는 서술된 부분보다 서술되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 3장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가 역사와 벌이는 한판 내기, 150쪽

<들랑날랑 혼삿길>에서 중요하게 쓰인 가상배경은 현실을 연장하는 동시에 그것을 대체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이러한 가상배경의 활용은 성 소수자의 문화적 영역과 그들의 활동 범위가 오프라인을 넘어서 데이팅 앱과 같은 온라인 공간으로 확장된 상황을 반영한다.
― 4장 현장을 전유하는 다큐멘터리, 194쪽

문정현, 이원우 감독이 공동 연출한 <붕괴>는 문정현 감독이 일상적으로 경험한 불안을 바탕으로 자아의 외면과 내면, 자아와 타자, 자아와 세계 사이에서 감지되는 불안을 총체적으로 형상화한다. 수사적으로 표현하자면, 이 작품은 불안의 몽타주라고 할 수 있다.
― 5장 불안에 대한 에세이적 성찰, 225쪽

<야광>은 영화에 대한 오래된 질문으로 시작해 영화에 대한 새로운 질문으로 끝나는 작품이다. 영화의 어둠 속에서 우리는 이미지를 지각할 수 있는가, 극장이 사라진 자리에서 영화의 위치는 어디인가,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현실인가 꿈인가 등의 의문을 제기한다.
― 6장 포스트 시네마적 상상, 298쪽

<호수길>과 <환호성>은 각각 재개발과 노동의 지속·반복·재생산을 통해 삶의 단조로움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영화임이 틀림없다. 이 두 영화의 문제의식은 <도돌이 언덕에 난기류>로 이어진다. 이 영화는 삶의 목적과 좌표를 잃은 인간의 경험을 감각적으로 변환해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7장 이 지루함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309쪽

에세이영화는 장르적으로 다큐멘터리, 극영화, 아방가르드를 횡단하는 형식적 실험 속에서 영화사의 전통과 장르적 양식의 공고한 체계에 균열을 내고 그것을 붕괴시킨다. 이러한 에세이영화는 주관적 사유와 공적인 경험 사이의 긴장 속에서 끊임없이 분열되는 자아의 모습을 통해서 현실을 비판적으로 사유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에세이영화는 경화된 영화적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횡단하면서 두 세계를 비판적으로 분열시키는 영화적 실천이다.
― 부록 : 사유하는 영화, 에세이영화, 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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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영화, 한국 독립영화
우리 주변에는 이름 없는 영화들이 있다. 이름 없는 영화는 관객의 관심 바깥에 있어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영화를 가리킨다. 극장 개봉을 해도 관객이 보러 가지 않는 영화, OTT에 서비스되어도 추천 목록에 뜨지 않는 영화, 영화제에서 상영되어도 평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영화 등이다. 이외에도 영화산업 시스템의 바깥에서 만들어졌기에 관객과 만날 기회가 적은 영화, 특히 예술영화, 독립영화, 실험영화, 대안영화로 분류되는 작품이 이름 없는 영화에 속한다.
『이방인들의 영화』는 한국 독립영화가 이름 없는 영화의 상태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독립영화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한국 독립영화는 1970년대에는 소형영화, 1980년대에는 작은영화, 민중영화, 민족영화, 1990년대 이후에는 독립영화, 저예산영화, 다양성영화, 독립예술영화로 불렸고, 그 이름이 무엇이든 자본, 권력, 상업영화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 유통, 상영하는 대안적인 영화 모델과 영화 실천을 만들어 왔다. 1980년대 이후 아마추어 영화인들이 제작 집단을 결성해 공동으로 작품을 연출하고 극장이 아닌 장소에서 상영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제도권과 상업영화 시스템을 벗어나 만들어진 한국 독립영화는 관객과 만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 결실은 2000년대를 기점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영화제 수상 실적을 바탕으로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거나 극장 개봉을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는 작품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김동원 감독의 <송환>(2004),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2008),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2011), <소공녀>(2018), 김보라 감독의 <벌새>(2019) 등이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어느 정도의 대중적 인지도를 획득한 작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한국 독립영화가 이름 없는 영화의 상태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방인 : 한국 독립영화와 관객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키워드
소수의 한국 독립영화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독립영화 전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저자는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의 글 「이방인」의 한 구절 “오늘 와서 내일 떠나는 그러한 방랑자가 아니라 오늘 와서 내일도 머물 그러한 방랑자”를 인용하면서 한국 독립영화와 관객의 관계를 이방인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이방인은 우리가 속해 있는 집단의 내부 구성원으로 포함되지만, 그 집단 고유의 경향에 의해 설명될 수 없는 존재이다. 이방인은 방랑자와 같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로 여기저기를 방랑하지만, 어딘가에 속할 기회를 기다리는 존재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 독립영화는 이방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방인을 위한 영화이다. 왜냐하면, 상업영화 시스템 바깥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들이 한국 독립영화의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독립영화는 관객과 이방인의 관계를 맺는다. 아직 이름 없는 영화로 존재하는 한국 독립영화는 관객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방인들의 영화』는 한국 독립영화 중에서도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로 분류될 수 있는, 즉 논픽션 계열에 속하는 작품을 주로 분석한다. 극영화에 비해서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적은 편이다. 저자는 한국 독립영화에 대한 기존의 담론이 극영화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음을 지적하면서, 독립영화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방인들의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라는 장르적 구분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다. 저자는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 모두 대안적인 영화 만들기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본다. 이런 관점은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서술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1970~80년대 전후에 만들어진 이익태 감독의 <아침에서 저녁사이>(1970), 김홍준, 황주호 감독의 <서울 7000>(1976), 서울대학교 영화동아리 얄랴셩의 <국풍81>(1981)은 대도시의 삶을 기록했으며, 그 작품들 모두 다큐멘터리적 경향과 아방가르드 영화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한국 독립영화의 초창기 작품들에 다큐멘터리적인 경향과 아방가르드적 경향이 혼재되어 있었음을 드러내는 이러한 분석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역사와 전통을 설명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역사와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다
많은 영화연구자들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가 전통적으로 액티비즘(activism)을 지향해 왔다고 설명한다. 이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가 사회적 이슈가 발발하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갈등을 기록하여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영화를 도구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작품 속에서 연출자는 카메라 뒤편에서 사건을 관찰하거나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에 대한 기존의 해석과 정의를 부분적으로 수용한다. 저자는 김동원 감독의 <상계동 올림픽>(1988)과 김일란, 홍지우 감독의 <두 개의 문>(2012)을 나란히 분석하면서,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가 오랜 시간에 걸쳐서 도시 재개발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기록하고 그 사건의 주된 갈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방인들의 영화』는 이 두 작품을 포함해서 낙후된 구도심에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의미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다룬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를 분석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 저자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는 사회적 이슈가 발발하는 현장을 지키는 가운데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기록함으로써 사회적 이슈에 개입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저자는 액티비즘을 지향하는 전통이 변화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비교적 최근에 제작된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중에서 현장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들에 주목한다. 오늘날 현장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품들은 연출자가 현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현실의 현장을 가상의 현장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에 포함되는 작품들이 현장을 이해하고 그것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가 사회적 의제를 드러내는 방식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대안적인 영화 만들기 : 에세이영화와 포스트 시네마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에서 나타나는 대안적인 영화 만들기를 살펴보려는 저자의 시도는 에세이영화, 포스트 시네마에 대한 논의로 확장된다. 저자는 에세이영화에 관한 국내외의 논의를 정리하고, 한국 독립영화에서도 에세이영화가 제작된 사례가 다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2000년대를 기점으로 연출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다루는 사적 다큐멘터리가 다수 제작되었다. 사적 다큐멘터리는 개인의 일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자전적 다큐멘터리, 홈 비디오, 초상영화와 유사한 것으로 이해된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역사 속에서 사적 다큐멘터리는 액티비즘을 지향한 다큐멘터리와 구분되는 것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액티비즘을 지향하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는 촬영 대상을 권위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따르지만, 사적 다큐멘터리는 촬영 대상과 연출자의 상호작용을 드러내는 방식을 따른다는 것이다.
한국 독립영화 진영의 사적 다큐멘터리 제작 흐름은 에세이영화를 제작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에세이영화는 장르적 경계를 넘나들고, 연출자가 일상적으로 경험한 것에 대해 자신의 주관적 사유를 표출하고, 그러한 사유를 공적인 것과 관련짓는다. 에세이영화는 스크린에 연출자의 사유를 시각화하는 작품을 가리킨다. 저자는 문정현, 이원우 감독의 <붕괴>(2014)를 분석하면서, 그 작품이 사적 다큐멘터리의 특징과 에세이영화의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붕괴>는 불안에 관한 연출자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적 다큐멘터리로 분류할 수 있으며, 그와 동시에 불안이라는 비가시적인 대상에 대한 사유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에세이영화로 분류할 수도 있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를 에세이영화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이러한 시도는,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와 전통을 현재의 관점에서 새롭게 서술하려는 저자의 의도를 보여준다.
한편, 저자가 주목하는 또 다른 대안적 영화 만들기는 포스트 시네마와 관련된 논의를 통해서 설명된다. 포스트 시네마는 아날로그 영화가 디지털 영화로 대체되는 시기를 설명하기 위해 학술적으로 고안된 용어이다. 그것은 영화(cinema)에 접두사 포스트(post)를 붙여 문자 그대로 영화 이후의 영화를 지시한다. 여기서 ‘영화 이후’란 필름으로 제작된 영화가 역사적으로 퇴장하고 그 자리를 디지털로 제작된 영화가 대체하면서 나타나는 영화 경험 전반의 변화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 영화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로 제작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인터넷을 통해서 유통되며, 디지털 기기의 작은 스크린으로 상영되고 있다. 저자는 포스트 시네마에 대한 논의의 핵심이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른 영화의 개념적 변화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임철민 감독의 <프리즈마>, <야광>을 분석한다. <프리즈마>는 시나리오에 기반한 전통적인 영화 제작 방식이 휴대전화와 같은 디지털 기기로 일상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대체될 수 있음을 암시하며, <야광>은 극장에서 영화를 바라보던 경험이 디지털 기기로 가상 세계를 바라보는 경험으로 바뀌고 있음을 드러낸다. 임철민 감독의 작품을 통해서 감지할 수 있는 포스트 시네마와 관련된 변화들은 오늘날 영화에 대한 개념적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 즉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여 누구나 영상을 제작할 수 있고, 인터넷을 활용하여 누구나 영상을 유포하고 감상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영화의 개념과 위상은 급진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처럼 『이방인들의 영화』는 현재 한국 독립영화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경향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경향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영화적 실천에 주목한다. 그 영화적 실천은 한국 독립영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쇄신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을 아우른다. 그리고 변화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예술적 조건 속에서 영화를 통해 현실에 개입하고,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현실을 대안적으로 상상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포함한다. 이와 같은 새로운 흐름 속에서 대안적인 영화 만들기가 계속 시도된다면, 미래의 관객은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그로써 현실을 새롭게 지각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구성
「서문」은 이 책의 집필 과정과 이 책에서 다루게 될 한국 독립영화를 소개한다. 저자는 한국 독립영화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독립영화’에 붙은 이름들에 주목한다. 한국 독립영화는 시기마다 다르게 불렸다. 1960~70년대의 소형영화, 1980년대의 작은영화, 민중영화, 민족영화, 1990년대의 독립영화, 저예산영화, 다양성영화, 독립예술영화는 모두 제도권 바깥에서 만들어진 대안적인 영화를 지칭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 이름은 독립영화의 제작 수단, 독립영화의 정치적 지향점, 독립영화의 제도적/산업적 위치 중 하나를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한국 독립영화는 단일한 의미로 정의될 수 없는 복합적인 개념이다.

1장 「혼돈의 사회와 도시의 리듬」은 1970~80년대 제작된 일부 한국 독립영화가 도시 교향곡 영화의 장르적 특징을 가지고 있음에 주목한다. 도시 교향곡 영화는 도시에서의 하루를 시적인 이미지들의 몽타주로 표현한 작품을 의미한다. 이 장르는 한편으로는 실험적인 영화 만들기와 관련된 것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근대 대도시의 삶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과 관련된 것으로 이해된다. 도시 교향곡 영화의 프레임으로 1970~80년대 한국 독립영화를 살펴본다는 것은, 이 시기 한국 독립영화의 미학적 가능성과 정치적 비전을 함께 고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익태 감독의 <아침과 저녁사이>는 도시를 배회하는 한 청년의 모습을 따라가면서,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소외된 인간의 형상을 비개연적인 서사와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통해서 표현한다. 김홍준, 황주호 감독의 <서울 7000>은 스톱모션 기법으로 자동차, 버스, 열차, 군중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서울대 얄랴셩의 <국풍>은 관제적인 행사로 기획된 국풍81의 이면을 드러내고 그것을 비판하기 위해 이질적인 이미지와 사운드의 배치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2장 「영화의 도시에 대한 권리」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가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 개입하고 그것을 기록하는 방식을 다룬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구도심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권리와 직결된 사회적 문제이다. 일찍이 앙리 르페브르는 산업화 이후로 도시화가 전 지구적인 현상이 되었다고 지적하면서, 도시에 대한 권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도시권은 도시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거주권, 생존권, 시민권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고전에 속하는 <상계동 올림픽>과 그러한 전통을 계승하는 <두 개의 문>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과 결과를 구조적으로 분석하면서 도시권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한편, 최근의 일부 독립 다큐멘터리는 연출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에 얽힌 흔적, 기억, 추억, 욕망이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해 파괴된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3장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가 역사와 벌이는 한판 내기」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와 역사의 친연성을 살펴보기 위한 시도이다. 영화이론가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에 따르면 사진적 매체와 역사 모두 데이터를 기록하고 수집하는 리얼리즘적 경향과 데이터를 처리하고 배열하는 조형적 경향을 가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주현숙 감독의 <당신의 사월>(2019)과 소수노조의 활동을 다룬 장윤미 감독의 <깃발, 창공, 파티>(2019)는 리얼리즘적 경향이 두드러진 경우이다. 두 작품은 연출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역사적 현실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강상우 감독의 <김군>(2018)과 장기실종 아동 사건을 다룬 김성민 감독의 <증발>(2019)은 조형적 경향이 두드러진 경우이다. 두 작품은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사진 이미지를 바라보는 사람들 간의 상반된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역사적 사건의 모호함을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분석 과정을 통해 저자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가 역사 속에서 이름 없는 자로 존재했던 대상들의 존재 가치를 복권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주장한다.

4장 「현장을 전유하는 다큐멘터리」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로서 현장이 갖는 의미와 그런 현장을 기록하거나 해석하는 방식의 변화에 주목한다. 과거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는 사회운동과 연대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발발하는 현장과 기민하게 결합했다. 하지만 한국 독립영화를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변화로 인해서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에서 현장이 갖는 의미가 달라졌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저자는 액티비즘을 지향하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를 현장-기반형 다큐멘터리, 현장-전유형 다큐멘터리, 현장-창출형 다큐멘터리로 구분할 것을 제안한다. 현장-기반형 다큐멘터리는 액티비즘을 지향하는 다큐멘터리에서 주로 나타나는 방식으로 사회적 이슈가 발발하는 현장을 기록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연출자의 시선으로 재현한다. 현장-전유형 다큐멘터리는 수행적 다큐멘터리나 에세이영화처럼 특정 현장을 지배하는 힘에 저항하면서, 연출자 또는 출연자가 현장에서 사건을 발생시키거나 연출자가 현장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경험을 드러낸다. 현장-창출형 다큐멘터리는 현장의 범위를 물리적 세계에서 가상적 세계로 확장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유형의 작품들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나 파운드 푸티지 작업에서 주로 나타난다. 이처럼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에서 현장의 의미는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다. 사회적 이슈에 개입하고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는 모든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는 저마다의 현장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유한다.

5장 「불안에 대한 에세이적 성찰」은 문정현, 이원우 감독이 공동 연출한 <붕괴>에 나타난 에세이영화의 특징을 분석한다. 이 작품은 연출자의 주관적 경험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2000년대 초반 이후로 국내 독립 다큐멘터리 진영 내에서 하나의 지배적인 흐름을 형성한 사적 다큐멘터리로 분류할 수도 있다. 또한,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불안이라는 비가시적인 대상을 가시화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에세이영화로 분류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을 포함한 다양한 텍스트들을 배열하여 연출자와 관객 사이에 가상의 대화를 구축하고,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활용하여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이러한 형식적 실험을 통해 이 영화는 연출자가 오랜 시간 겪은 불안에 대해 성찰한다. 결론적으로 이 장은 에세이영화가 감정, 정서, 관념 같은 비가시적인 세계의 경험에 대한 연출자의 사유를 표현한다고 주장한다.

6장 「포스트 시네마적 상상」은 임철민 감독의 <프리즈마>(2013)와 <야광>(2018)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포스트 시네마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영화 모델에 관해 탐구한다. 포스트 시네마는 필름 영화가 쇠퇴하고 그 자리를 디지털 영화가 대신하면서 나타나는 일련의 변화를 지칭한다. 이와 관련된 논의로는 필름의 쇠퇴를 영화의 죽음으로 해석하는 종말론적 접근, 매체 환경의 변화를 통해 영화 문화의 변화를 설명하는 제도적 접근, 영화를 개념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아방가르드 영화인들의 실천에 주목하는 대안적 접근이 있다. 임철민 감독은 <프리즈마>에서 전통적인 극영화 모델을 넘어서 아마추어리즘과 우연성을 포용하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든다. 그 우연은 디지털의 오류까지도 포함한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야광>은 전통적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관람 경험이 디지털 가상 세계의 관람 경험으로 대체될 것임을 암시한다. 이처럼 포스트시네마에 대한 논의는 한편으로는 과거의 영화 모델이 새로운 영화 모델로 대체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지의 영화에 대한 비전을 제공한다.

7장 「이 지루함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는 정재훈 감독의 <호수길>, <환호성>, <도돌이 언덕에 난기류>를 분석하는 글이다. 저자는 정재훈 작품을 관통하는 연출의 일관성이 바라보기의 지루함, 즉 관객이 작품을 관람하면서 지루함을 느끼는 경험에 있다고 본다. 지루함은 근대의 산물이다. 그것은 근대 이후 인간의 지각 경험이 객관성, 안정성, 확실성을 잃고, 인간의 의식이 주의 집중에서 벗어나 주의 산만의 상태에 빠지면서 나타났다. <호수길>은 어느 재개발 지역이 생기를 잃고 폐허로 변하는 모습을 정적으로 표현하며, <환호성>은 노동과 휴식이 반복되는 단조로운 삶의 시간성을 한 노동자의 신체를 중심으로 그린다. <도돌이 언덕의 난기류>는 어느 이름 모를 산의 풍경이나 어느 조선소의 노동 현장을 긴 호흡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들은 롱테이크로 포착한 일상의 풍경을 통해서 지루함에 대한 감각, 즉 시간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정재훈의 장편영화는 지루함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실존적인 동시에 영화적인 고찰이라고 할 수 있다.

부록에 수록된 「사유하는 영화, 에세이영화」는 에세이영화에 관한 이론적 지형을 그리기 위한 시도이다. 문학의 에세이가 그러하듯이 에세이영화의 주요 특징은 장르적 실험, 주관성의 표출, 공적인 영역에의 개입으로 정리될 수 있다. 저자는 총 세 단계로 나누어서 에세이영화의 주요 특징들을 살펴본다. 우선, 문학적 에세이의 전통과 관련해 게오르그 루카치, 막스 벤제,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글을 검토한다. 이들은 에세이란 실증적인 학문의 전통에 반기를 들면서 저자의 사유를 형상화하는 장르라고 설명한다. 다음으로, 1940년대 에세이영화의 등장에 주목한 일부 비평가, 영화감독들의 논의를 살펴본다. 이들은 에세이영화가 지성의 보고이자 매개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끝으로 1990년대 이후 에세이 영화의 정의를 둘러싼 논쟁을 검토한다. 이 시기에 에세이영화의 형식적 층위와 내용적 층위를 둘러싼 몇 가지 쟁점들이 불거졌다. 이처럼 이 글은 에세이영화가 출현하고 발전하는 과정을 검토함으로써 에세이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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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Lee Do Hoon
영화연구자. 영상학과 문화연구를 전공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거리영화의 발전과 분화: 근대적 형성 과정과 장르적 특성을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부터 강원대학교, 가톨릭대학교, 수원대학교, 연세대학교에서 미디어, 대중문화, 영화 관련 강의를 했다. 독립영화, 에세이영화, 포스트 시네마, 다큐멘터리, 디지털 시각효과 등과 관련된 학술 논문을 썼다. 저서로 『이방인들의 영화 : 한국 독립영화가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갈무리, 2023), 공동 저서로 『21세기의 독립영화 : 서울독립영화제 40주년』(한국독립영화협회, 2014), 『21세기 한국영화 : 웰메이드 영화에서 K-시네마로』(앨피, 2020), 『1990년대 한국영화 :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영화의 모든 것』(앨피, 2023) 등이 있고, 공역서로 『대테러전쟁 주식회사 : 공포정치를 통한 기업의 돈벌이』(솔로몬 휴즈, 갈무리, 2016)가 있다. 현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회원, 영상비평 전문지 『오큘로』 편집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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