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작가들이 운영하는 동네책방 ‘구구절절’

윤희일 선임기자
시인, 작가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대전의 동네 책방 ‘구구절절’에서 정덕재 시인(가운데)과 김병호 작가(왼쪽)가 지난 24일 오후 책방을 찾아온 손님과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시인, 작가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대전의 동네 책방 ‘구구절절’에서 정덕재 시인(가운데)과 김병호 작가(왼쪽)가 지난 24일 오후 책방을 찾아온 손님과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이런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종이로 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책을 읽을 때는 가능하면 좋은 책, 제대로 된 책을 골라서 읽어야 하고요. 그리고 글을 쓰는 능력, 더 나아가서는 책을 쓰는 능력까지 키워야만 해요.”

구구절절 옳은 소리만 한다. 지난 24일 오후 찾아간 대전의 동네 책방 ‘구구절절’에서 북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정덕재 시인과 김병호 작가는 이 책방의 탄생 배경과 설립 목적에 관해 이처럼 설명했다.

책방은 소위 ‘집단운영체계’로 운영된다.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정 시인을 비롯해 시인·소설가·방송작가·글쓰기강사·출판편집자·대학교수 등 지난 10년 동안 왕성한 저술·기획 작업을 해온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소속 작가 6명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26㎡(8평) 남짓 되는 작은 책방에서는 새 책과 헌책 1500여권이 진열돼 있었다.

“새 책은 주로 문학과 인문학 서적을 중점적으로 큐레이션 하고 있어요. 헌책은 기증자의 기부나 판매를 대행하는 형식으로 거래를 진행하고요.”(김 작가)

사람들이 책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들은 작가적 상상력만큼이나 독특하다. 가령 2023프로축구 개막을 앞둔 지난 2월 ‘알베르 카뮈! 한국에서도 축구시즌이 시작됐다고’라는 타이틀의 행사를 열었다. 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카뮈는 수상소감 인터뷰를 축구장에서 진행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다.

책방 측은 ‘도덕과 의무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축구에서 배웠다’는 카뮈의 말을 인용해 만든 포스터를 붙인 뒤 카뮈의 소설과 축구에 대한 책을 집중 진열했다. 프로야구 개막 때에는 ‘마구 던지지 말고 마구 읽자-야구기획전’을 열어 야구 관련 소설과 인문학 서적을 전시했다.

배우 민경진씨가 지난 19일 오후 책방 ‘구구절절’에서 책방 손님 등의 앞에서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낭독하고 있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제공

배우 민경진씨가 지난 19일 오후 책방 ‘구구절절’에서 책방 손님 등의 앞에서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낭독하고 있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제공

이런 행사들은 모두 사람들이 책과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재미있는 기획은 이밖에도 많다.

지난 19일 영화배우 민경진씨를 초청해 ‘그냥 배우가 읽는 낭독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7시에는 ‘찬찬히 읽고 막무가내로 쓰는 시장착 강좌’가 열리고, 5월부터는 ‘내 인생은 내가 쓴다-생활 글쓰기 강좌’가 열린다.

오는 5월 3일부터 20일까지 ‘5월 대전에서 광주를 읽습니다’라는 주제의 행사를 진행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시집·소설집 등을 엄선해 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책방은 매달 지역 상품과 지역 이슈를 다룬 월간 형태의 간행물인 ‘별책 부록 스토리’도 발간한다. 지역과 상생하는 책방을 만들어가기 위한 작업이다.

책방에 최근 반가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작가와 함께 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에 대전·충청권 서점 중 유일하게 선정되면서 인건비·문학프로그램운영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책방은 이를 계기로 좋은 소설과 시를 선정해 독자들과 함께 읽는 ‘낭독회’를 비롯해 ‘작가와의 만남’, ‘북 콘서트’ 등을 지속해서 펼쳐나갈 예정이다.

정 시인은 “사람들이 책을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남이 읽는 것을 들어보기도 하고 직접 자신만의 글을 써보는 등 글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책을 더 좋아하고,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책방을 드나들다 보면 독자가 작가로 바뀌기도 하고, 작가가 독자로 바뀌는 신비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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