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5월에는 ‘평등의 봄’을

2022.05.10 03:00 입력 2022.05.10 03:01 수정

이 칼럼이 지면에 실리는 날이 공교롭게도 20대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날이다. 이 칼럼을 쓰는 필자는 초조하다. 대통령 취임식 준비로 바쁜 국회 2문 앞에서 오늘로 한 달째 단식농성 중인 두 활동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반쪽이 됐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나날이 그들의 몸은 말라간다. 독자들이 이 글을 보는 시간에 어쩌면 그들이 단식농성을 벌이는 국회 농성장은 치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평등의 봄’을 맞자는 절실함은 치워버릴 수 없을 것이다. 새 대통령 취임식에 방해될 리 무방한 단식농성장이 안전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찬성여론 압도적인데 국회만 회피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이니 벌써 15년째다. 그사이에 법안이 발의되었다가 철회되기도 했고, 법안 발의만 되었다가 단 한번의 법안심사 없이 폐기된 것도 여러 차례였다. 우리 사회의 차별 기준을 만들고, 차별 행위들을 점차 없애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지극히 정당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국회에서 번번이 심사조차 못했던 것은 국회의원들이 그때마다 핑계를 찾으면서 회피해왔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기독교의 반대 때문에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이 그 핑계였다. 그런데 최근 이런 핑계를 댈 수 없는 여론조사들이 발표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리얼미터에 의뢰해서 조사한 결과를 지난 8일 공개했다. 국회에 차별금지법안 4개가 발의되어 계류 중인 사실을 알리면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한 사람들이 67.2%였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28%에 그쳤다. 이런 정도면 압도적인 지지다. “차별 해소는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 해결해야 할 사회적인 문제”라는 데에는 75%가 동의했고, 66%는 우리 사회 차별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지난주에 발표된 갤럽의 여론조사도 비슷하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의견이 57%로 반대 의견 29%의 두 배에 달했다. 또 차별 항목별로는 “빈부(貧富) 차별과 비정규직 차별 80% 내외, 학력·학벌 차별과 장애인 차별 70%대, 성소수자 차별, 국적·인종 차별, 성(性) 차별 60% 내외, 나이 차별 54%”로 나타나서 우리 사회의 차별상황이 심각하다고 국민들은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전국에서 고르게 찬성 여론이 높았는데 가장 낮은 지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52%로 나타났다. 앞선 기독교계 여론조사에서조차도 차별금지법 제정 여론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민주당, 결자해지 차원서 매듭져야

이제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루는 핑계를 그만 찾기를 바란다. 오늘로 30일째 단식 중인 미류 활동가가 어제 쓴 글에서 “차별금지법은 서로의 용기를 연결하는 법이다.… 대응한들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 지레 포기했던 사람들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예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은 형사처벌을 위한 법이 아니다. 다양한 차이를 인정하면서 서로 존중하며 살자는 캠페인성 법률이다. 차별을 당해서 좌절하거나 비하감을 느끼지 않게, 그래서 배제되지 않게 하자는 법이다. 고용과 교육과 행정, 금융 서비스 등의 영역에서 존재만으로 부당하게 차별당하지 않게 하자는 법률이다. 새 정부가 제시하는 공정과 상식에도 부합하는 법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차별에 대한 감수성과 인식은 높아지고 있는데 정치권만은 아직도 일부 혐오 세력들의 목소리에 기울어 있다. 법안심사조차 거부하는 국민의힘만이 문제가 아니라 법안 공청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더불어민주당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송두환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국회는 여야가 합의한 바 있는 평등법(차별금지법) 공청회를 조속히 개최하고 법안심사 진행을 위한 입법 절차를 지체없이 시작”하기를 촉구했다. 15년 전에 시작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민주당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마무리하기 바란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으로서 차별금지법의 제정에 나섬으로써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정당이라는 오명을 불식하기를 바란다.

지금 이 시간에도 차별에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국회가 희망을 줄 때다. 이번 5월에는 ‘평등의 봄’을 맞을 수 있도록, 이젠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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