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농민 50만명이 '농업개혁법' 반대시위 나선 이유는

박은하 기자
인도 우타르프레시주 무자파르나가르시에서 5일(현지시간) 농업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무자파르나가르|APE연합뉴스

인도 우타르프레시주 무자파르나가르시에서 5일(현지시간) 농업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무자파르나가르|APE연합뉴스

세계에서 농민이 가장 많은 나라 인도에서 1년 넘게 농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인도 농민들은 정부가 ‘제2의 녹색혁명’을 내세우며 추진한 농업개혁법이 기업에게만 유리하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무자파르나가르시에서는 5일 농업 3법 반대하는 시위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2억4000만명이 거주하는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인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이자 대표적 농업지역이다.

현지 경찰 집계에 따르면 50만명 이상의 농민들이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 시위 주최 측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밝혔다. 시위를 조직한 농민 지도자 라케시 티카이트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반농민 정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주의 모든 도시와 마을을 방문해 시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시위는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펀자브 지방에서 처음 시작했다. 수도 뉴델리로 향하는 전국 각지의 주요 고속도로 길목마다 지난해 11월부터 농업법에 반대하는 수만명의 농민들이 먹고 자며 역대 최장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수천명의 농민이 트랙터를 앞세워 뉴델리 시내에 진입, 유적지 레드 포트 등을 누비고 경찰과 충돌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농번기가 시작되며 3월 시위가 주춤했으나 5월 수확철이 지나면서 다시 열기가 타올랐다.

농민들이 철회를 요구하는 법안은 ‘가격보장 및 농업서비스 계약법’, ‘농산물 무역 및 상거래 촉진법’, ‘필수식품법’이다. 모디 정부가 2차 녹색혁명을 내세우며 추진해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이다. 농산물 판매와 유통 등에 민간 기업을 끌어들여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 근본 취지다.

인도에서는 그간 정부 기관인 농산물시장위원회(APMC)의 관리 하에 농산물 가격 책정과 유통이 이뤄져 왔다. 생산가와 소매가의 차이를 줄여 농민을 보호하고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자는 취지였다. 영국 식민지 시절 식량부족 국가였던 인도는 이 법과 종자개량으로 식량증산을 이뤄냈던 1차 녹색혁명을 통해 1960년대 빠르게 기아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농업 3법이 통과되면서 농민들은 국가 도매시장 대신 민간 유통업체와 직거래할 수 있게 됐다. 농산물 비축규제도 느슨해졌고 농산물의 온라인판매 등도 수월해졌다. 인도 정부는 새 농업법을 통해 주곡작물 위주인 인도 농업이 과일 등 고부가가치 상품 위주로 재편될 것을 기대한다.

언뜻 보면 농민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시장화 압력이 커지면 자신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도 노동인구의 41.5%가 농업에 종사하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는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5%에 불과하다. 기존 농업정책으로 식량증산에는 성공했지만 농촌의 불평등은 해결하지 못했다. 농민들은 여전히 빈곤과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 1만281명의 농민들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자살했다. 토지의 55%를 5%의 인구가 소유할 정도로 토지 소유의 불평등도 심각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산물 유통을 민간에 개방하면 소농들은 저가판매 경쟁에 내몰리고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특히 새 법안은 인도의 핵심 농민 보호책인 최저가격제도를 흔들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최저가격제를 그대로 두겠다고 했지만 농민들은 바하르주의 경우 유통 시장을 민간 개방했다가 쌀 도매가가 크게 떨어졌다며 반박하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가 농업법을 철회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방침이며 이달 27일에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코로나19로 다소 주춤했던 시위가 다시 불타올랐다”며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시위가 불거져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우다르프라데시주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의 강세지역인 이곳에서 벌어진 대규모 농민 시위가 정부 심판 투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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