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밤 11시 서울 상암동 자원회수시설 앞에 쓰레기를 가득 실은 트럭이 줄지어 서 있었다. 반입장 개장 1시간 전부터 기다리던 트럭들은 문이 열리자마자 종량제 쓰레기를 한가득 버리고는 서둘러 다시 수거하러 갔다. 하루 반입량이 제한돼 있어서 아침이 오기 전에 반입장 문이 닫혀버리기 때문이다.
쓰레기 수백t이 쌓여 있는 반입장 내부는 메스꺼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거대한 집게가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쉴 새 없이 소각장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시설 관계자는 “여기는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냄새가 몸에 배서 직원들도 들어가기 꺼린다”며 방진복과 방진마스크, 장갑을 건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고강도 거리두기가 시행된 8~9월 수도권매립지로 보낸 서울 생활폐기물은 5만4016t. 지난해 같은 기간(4만2522t)보다 27%가량 증가했다.
일회용 포장용기로 쓰이던 각종 플라스틱은 재활용 가격이 연일 하한가다. 한국유통지원센터의 재활용 플라스틱 판매단가는 올해 초 1㎏에 751원(PET 기준)이었는데, 10월에는 594원까지 떨어졌다. 버려지는 양을 재활용 수요가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재활용업체를 운영하는 유모씨는 “단가가 떨어져서 팔지 못한 플라스틱을 쌓아 둘 공간이 부족할 정도”라며 “분리수거를 잘못한 재활용 쓰레기는 소각해야 하는데 그 비용마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3차 유행이 현실로 닥쳐 거리두기는 1.5단계로 격상됐다. 지난여름 같은 ‘쓰레기의 계절’이 반복되지 않도록 효율적 재활용에 참여하는 시민의식이 절실해졌다.
사진·글=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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