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사고에 고개 숙인 한전.. "효율에서 안전으로 패러다임 전환"
'중대재해 퇴출 원년' 선언.. 감전·끼임·추락 근절
1공사 1안전담당자 배치·불법하도급 차단
지난해 11월 하청업체 근로자의 감전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한국전력(015760)이 이에 대해 사과하고 올해를 ‘중대재해 퇴출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한전은 재발 방지를 위해 효율 중심의 현장 관리에서 안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감전·끼임·추락 등 3대 주요재해를 근절하겠다고 했다.
9일 정승일 한전 사장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지난해 여주지사 공사 현장에서 생명을 잃으신 고(故) 김다운님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께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작업자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충분한 안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11월 하청업체 근로자가 작업 중 감전으로 사망한 것이 최근에야 밝혀지면서 정부·경찰 조사가 시작되고 부정적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긴급 마련됐다.
한전은 올해를 ‘중대재해 퇴출 원년’으로 선언하고 ‘효율중심의 현장 관리’에서 ‘안전중심의 현장’관리로 패러다임을 전면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먼저 감전·끼임·추락 등 3대 주요재해는 미리 정한 안전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작업을 시행하는 등 안전 대책을 수립하고 즉시 실행하기로 했다. 감전사고의 경우 전력선에 작업자가 접촉하는 ‘직접활선’을 즉시 퇴출하기로 했다. 정 사장은 “2018년부터 간접활선(전력선 비접촉) 작업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약 30%는 직접활선 작업이 여전히 시행 중”이라며 “앞으로는 완전 퇴출시켜 작업자와 위해 요인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겠다”고 말했다.
직접활선 작업이 불가피한 환경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에 대해 정 사장은 “직접활선 작업이 어려운 곳도 간접활선으로 가능한 공법을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한전에 따르면 현재 간접활선 작업에 활용되는 공법은 9종이고, 올해 6종, 내년 3종이 추가로 개발될 예정이다. 전기 사용 불편 문제 등으로 잘 이뤄지지 않았던 정전 후 작업도 늘리기로 했다. 정 사장은 “정전 후 작업은 전기 사용에 민감한 사업체 등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충분한 예고와 임시 전기 공급 방법 등을 강구한 뒤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끼임사고 근절을 위해선 작업용 특수차량에 밀림 방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전기공사용 절연버켓(고소작업차) 차량에 풋브레이크와 아웃트리거간 인터록(Interlock) 장치’와 고임목을 반드시 설치한 이후 작업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록 장치는 2인 1조로 운전수가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만 아웃트리거가 조작되도록 하는 장치다. 한전은 절연버켓에 대한 기계적 성능 현장확인 제도를 도입하고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고임목 설치 여부를 확인한 후 작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추락사고 근절 방안으로는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르는 작업이 전면 금지된다. 정 사장은 “모든 배전공사 작업은 절연버켓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절연버켓이 진입하지 못하거나 전기공사업체의 장비수급 여건이 곤란한 경우에 한해 해당 사업소가 사전 안전조치를 검토·승인한 후 제한적으로 예외를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은 전국 4만3695개소 철탑에 추락방지장치를 설치하고 있는데, 이 역시 당초 계획보다 3년 앞당긴 내년까지 작업을 완료하기로 했다.
한전은 전 공사현장에 안전담당자도 필수로 배치하기로 했다. 연간 28만여건 공사 중 도급 공사비가 2000만원 이상이거나 간접활선 공사에는 현장 감리원을 상주배치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공사의 22%에 불과하다. 정 사장은 “한전 자체 직원 또는 외부 인력을 활용해 1공사 1안전담당자를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불법 하도급 관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사전에 신고된 내용이 실제 공사 현장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인력·장비 실명제를 도입하고, 전기공사업체의 자율안전관리를 유도하기로 했다. 전기공사업체간 직원 돌려쓰기, 불법하도급 등 부적정 행위가 적발된 업체와 사업주에 대해선 한전 공사의 참여기회를 박탈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에 대해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정 사장은 이번 대책들에 대해 “즉시 가능한 것은 바로 조치할 것이고, 준비가 필요한 사항들은 준비가 끝나는 대로 시행할 것”이라며 “한전 사장으로서 임직원 모두와 함께 이번 사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고용노동부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향후 법적 책임과 후속 조치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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