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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의 스펙트럼] ‘펀(Fun)’한 마케팅이 불편한 이유


입력 2021.05.28 06:01 수정 2021.05.28 05:52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우유 용기에 든 바디워시, 소주병 디퓨저 등 도 넘은 콜라보

먹거리로 오인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규제 마련 절실”

홈플러스 매장에 '온더바디 서울우유 콜라보 바디워시' 제품이 판매대에 배치되어 있다.ⓒ트위터 캡처

최근 유통업계에 ‘펀슈머(Fun+consumer)’ 마케팅이 활발하다. 펀슈머는 재미(Fun)과 소비자(consumer)를 합친 신조어로 물건을 살 때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주요 타깃층은 소비를 통해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이를 위해 유통업계는 각종 콜라보레이션(협업)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LG생활건강, 서울우유와 협업한 ‘온더바디 서울우유 콜라보 바디워시’를 내놨다.


서울우유 우유갑 패키지 디자인을 활용한 이 제품은 산양유 추출물 성분 바디워시다. 서울우유의 로고, 서체, 색깔 등을 적용했으며 크기 또한 우유갑과 비슷하다.


앞서 GS25는 문구회사 모나미와 협업해 ‘유어스 모나미 배직 스파클링’ 2종을 출시했다. 이 음료는 모나미 매직 상품의 외형을 음료병 디자인에 반영하고 내용물도 잉크색이 연상되도록 빨간색과 검은색으로 만들었다.


하이트진로도 소주병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듯한 특별 한정판 굿즈 ‘진로 소주병 디퓨저’를 내놨다.


이 밖에 문구용품 딱풀 디자인을 본뜬 사탕 ‘딱불캔디’, 바둑알 모양의 초콜릿 ‘바둑 초콜릿’ 등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콜라보한 상품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제작되다 보니 유아, 지적장애인, 치매 노인 등에게 혼동을 줘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5월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2019년 어린이 안전사고 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가 이물질을 삼키거나 흡입하는 사고는 2016년 1293건에서 2019년 1915건으로 증가했다.


또한 2017~2019년 3년간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스템에 접수된 유아 장난감 관련 위해 건수 중 입이나 코, 귀 등에 넣어 발생하는 삼킴과 삽입 관련 사고는 52.6%로 가장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식품이나 유해물질의 패키지 디자인과 유사한 펀슈머 제품들이 더해지면 사고는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제품을 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6살 아이를 키우는 주부 김 모씨는 “마트에서 아이가 우유인줄 알고 카트에 넣었는데 느낌이 이상해 자세히 보니 바디워시였다”며 “아이가 먹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말했다.


4살 자녀를 둔 주부 정 모씨도 “어른들도 얼핏 보면 착각할 정도”라며 “어린이나 지적장애인, 치매 노인 등을 중심으로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재미보다는 안전을 우선시하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펀슈머 마케팅을 제재할 규제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법은 식품에 올바른 표시와 광고만 하도록 권고하는 수준일 뿐 명시적 기준이 없다.


최근에서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법(식품표시광고법)’과 ‘화장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재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펀슈머 마케팅의 본질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당국과 업계가 이번 논란을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고 심기일전해 규제 마련 등에 적극 나서길 기대해본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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