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처럼 요양보험법 적용
활동지원 '월 527 → 30시간' 뚝
인권위 서비스 지속 권고했지만
경기도 “관련 법 개정해야 가능”
/사진출처=연합뉴스

 

“제겐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많은 손길이 필요한데, 왜 지원이 줄어드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이제 정말 더는 버티기가 힘들어요.”

2007년 6월 교통사고로 가슴 아래 하반신이 마비된 배모(65)씨. 공직생활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이어오던 그에게 교통사고는 모든 것을 앗아갔다. 53세라는 다소 이른 나이에 명예퇴직했고, 치료와 재활을 위해 병원에서 6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직장과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아내와 별거를 하게 되면서 가족들의 발길도 점차 줄어들었다. 그런 그가 가장 기댈 수 있는 것은 장애인 활동 지원사였다.

장애인 활동 지원사는 '장애인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장애인활동지법지원법)'에 따라 매달 활동 지원급여를 받아왔기에 이용할 수 있었다. 곁에 아무도 없던 그에겐 손과 발이 되어 주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만 65세가 된 배씨의 생일이 지나자 장애인 활동 지원급여는 현저히 줄었다. 65세가 되면서 장애인활동지법지원법이 아닌 비장애인에게 적용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으로 활동 지원급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배씨가 생일 직전 6개월 동안 한 달에 제공된 시간은 527시간이었다. 생일이 지난 다음 날부터는 매달 30시간으로 줄었다. 배씨에겐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다.

배씨는 매달 300만원 정도를 부담하며 간병인을 이용했다. 한 달에 30시간은 하루에 1시간가량이기에 배씨에게 터무니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모아둔 재산에 바닥이 보이기 시작해 이마저도 불가능한 처지에 놓였다. 곁에 누군가 없으면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배씨는 눈앞이 깜깜했다.

이 때문에 배씨는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에선 올해 3월 만 65세 이상 중증장애인들에게 활동 지원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라는 긴급구제를 각 지자체에 권고했다. 배씨가 그 대상이었다. 하지만 경기도는 이에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서울시는 긴급예산 편성 등으로 지원, 대구시에선 긴급돌봄 사업 등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배씨처럼 도내 고령장애인은 25만4000여명에 이른다. 65세를 넘은 이들 대부분은 비장애인처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으로 적용돼 하루 최대 4시간의 방문요양보호서비스를 받는 실정이다.

배씨는 “정부 차원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다른 지자체와 다른 경기도의 의견을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많아지는 고령장애인을 이대로 방치하는 행위는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하루빨리 일정 부분이라도 지원이 이뤄져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