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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목소리를 누군가 수집해 팔고 있다

화제의 드라마 ‘보이스’에는 절대청감을 가진 강권주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과거 불의의 사고로 눈을 다치면서 남들은 못 듣는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된 그는 112 신고센터에 걸려오는 피해자의 목소리와 범인이 내는 독특한 소리, 주변의 잡음을 통해 범인과 범죄 장소를 특정해내는 활약을 펼친다. 한 사람의 목소리는 유일무이하고 성격과 버릇 등 특이성까지 더해 고유성을 갖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당신의 목소리를 누군가 수집해 팔고 있다면?

매스미디어 산업에 정통한 조셉 터로우 펜실베니아대 교수의 저서 ‘보이스 캐처’(미래의창)는 가장 중요한 생체 정보로서 목소리가 어떻게 거대 테크 기업들의 전략 산업이 됐는지, 음성 산업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게 될지 집중 탐색한다.

음성 산업의 중심에는 스마트 기기로 불리는 AI스피커가 있다. 시리,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같은 것들이다. 기계가 말을 알아듣고 반응한다는 사실에 호기심으로 반겼던 음성 시장은 이제 기업들에게 새로운 금광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령 아마존의 알렉사는 사용자가 기침하는 소리를 듣고 감기에 걸렸음을 인지하고 죽을 권하거나 처방제를 조언·주문해줄 수 있다. 바로 아마존의 약국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또한 아마존이 2020년 출시한 헤일로라는 건강 밴드는 사용자의 어조를 분석,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구글은 말투, 음색 같은 음성 특징으로 방에 누가 있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조용히 그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을 알아낼 수 있다. 아이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를 판단, 부모에게 이를 알려 저지할 수 있게 한다.

저자의 우려는 여기에 있다. 음성인식기업들이 수집하는 정보와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들이 주장하는 일상생활의 편의를 넘어 감시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음성비서들이 개인이 하는 말을 분석하는 기계 학습 및 심층 신경망 프로그램과 연동되는 건 시간문제로 본다.

사용자들이 거부감 없이 생체정보인 목소리를 내주는 사이,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이윤을 얻는 일을 노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고, 우리는 각자 알아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음성인식 산업 기업들의 비즈니스 전략을 개인정보 모으기와 길들이기, 습관화, 체념의 4단계로 설명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디지털 감시가 찜찜해도 피하지 못하는 체념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그 결과, 개인의 자유와 선택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제공한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이 제공하는 것들만 선택하게 되고 그런 반복적 개인화된 선택의 세상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음성 AI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제시하며 상대적으로 둔감한 보안, 프라이버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보이스 캐처/조셉 터로우 지음, 정혜윤 옮김/미래의창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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