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급발진 운전자 “무죄”.. 제조사 책임 인정될까 관심 쏟아졌다

그랜저 TG 급발진 사고
운전자 무죄 선고받았다
현대차가 책임지게 될까?

급발진 사고는 국내 자동차 시장 역사 속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슈로 자리해 왔다. 지난 2020년, 현대차 그랜저 TG를 몰던 운전자가 서울의 한 대학교 주차장에서 학교 경비원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운전자 A씨는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다 차단봉을 들이받고 인도를 올라탄 뒤 차량을 제지하던 학교 경비원 B씨를 충돌했다.

A씨는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부는 차량 급발진이 의심된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급발진 의심 증상에 따른 형사소송 무죄 판결은 손에 꼽을 수준인 만큼 화제를 모은다. A씨가 어떻게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는지, 현대차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될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페달 헷갈렸을 수 없어
가족도 함께 타고 있었다

사고 당시 A씨가 운전한 그랜저 TG 차량은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우회전할 때까지만 해도 속도가 10.5km/h였다. 하지만 직후 원인 모를 급가속으로 속도가 68.3km/h까지 치솟았고 B씨를 친 이후에도 보도블록과 가드레일을 충돌하는 등 약 13초에 이르는 시간 동안 급발진이 지속됐다.

재판부는 A씨가 그 시간 동안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았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당시 차에 A씨의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도 동승하고 있었기에 고의로 비정상적인 주행을 할 이유도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 차량이 급발진하는 동안 수차례 브레이크 등이 점등된 장면 또한 이를 뒷받침했다.

최소 12~18년 지난 모델
제조 결함 입증하기 어려워

이러한 이유로 A씨는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지만 책임 소재가 현대차로 넘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가 몰았던 그랜저 TG는 2005년 출시돼 2011년 단종된 모델로 노후 차량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차령이 12~18년인 만큼 노후로 인한 결함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출시 시점에서의 제작 결함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만약 제작 결함으로 인한 사고일지라도 제조물책임법을 적용하기 위해선 소비자가 제조사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기에 승산이 낮다. 좀 더 자세히 파고들면 사용자가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한 경우가 입증됐을 때만 제조물책임법을 적용할 수 있다. 만약 동일 차종을 보유한 이들을 모아 집단 소송을 시도한다 쳐도 구형 모델인 만큼 제조사가 책임을 회피할 방법이 많다.

급발진 입증 주체 바뀔까?
운전자 보호 3법 발의됐다

한편 급발진을 비롯해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은 제조물 사고에 대해 제조사의 입증 책임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있어 주목받는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4월 3일 ‘제조물 책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여기에 제조물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한 심의 기구를 한국 소비자원에 마련하는 ‘소비자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 자동차 사고 기록 장치 탑재를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표준화하도록 국토부 지침을 마련케 하는 ‘자동차 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까지 운전자 보호 3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이 최종 통과된다면 제조사의 책임감을 강화하고 소비자 권리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