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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급난 장기화로 전전긍긍하는 완성차업계

김지환 기자

‘임시부품’ 투입 현대차, 품질 문제 없을까?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전기차 아이오닉5 / 현대차 제공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전기차 아이오닉5 / 현대차 제공

“오늘은 현대자동차 공장 완전 정상 가동(공피치 없음)한다고 한다. 생산량이 조금 더 늘 것 같다.”

“계속 공피치 생산이 된다고 들었다.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지난해 말 자동차 동호회 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자연재해,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빚어진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으로 차량 출고가 늦어지자 카페 회원들끼리 현대차 공장 가동 정보까지 공유하고 있다.

‘공피치’는 컨베이어 벨트 일부가 차량 없이 빈 채로 돌아가는 것을 뜻하는 말로, 생산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생산 라인이 듬성듬성 비어 있는데도, 라인이 돌아가는 것은 현대차가 혼류생산을 하기 때문이다. 혼류생산이란 하나의 라인에서 복수의 차종을 함께 만드는 방식을 일컫는다. A차량의 특정 부품 조달이 어려워 라인을 세워버리면 B차량까지 생산을 못 한다. 이 때문에 문제가 생긴 차량 작업을 멈추더라도 다른 차량의 생산 라인은 계속 돌리는 공피치 방식이 나오게 됐다.

완성차 업계에선 2023년은 돼야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증권사 서스퀘하나 파이낸셜 그룹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리드타임(반도체 주문 후 전달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22.3주다. 리드타임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7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말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도 현재 차량용 반도체는 2022년 생산 능력 대비 약 20~30%가 초과 예약된 상태라고 밝혔다. 국내 1차 이하 협력사와 거래하는 반도체 대리점들은 1년 6개월 이후 인도 물량을 주문받고 있다.

■기상 이변 시 오작동 가능성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부족 사태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우선 반도체가 들어가는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해 5월 정리한 시장동향을 보면, 닛산은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의 수를 3분의 1로 줄였다. 푸조는 308 해치백(차량에서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으며 트렁크에 문을 단 승용차) 모델의 속도계를 구식 아날로그 속도계로 바꿨다. 미국 픽업트럭 브랜드 램은 닷지 램 1500의 사각지대 감시용 지능형 백미러 제공을 중단했다.

반도체 업체에 공급업체 표준 사양을 충족하지 않은 반도체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한 업체도 있었다고 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런 반도체를 사용하면 브레이크를 포함한 안전 필수 요건에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기상 이변 시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또는 배기가스 모니터링 시스템이 오작동할 가능성은 높다”고 짚었다.

현대차·도요타·테슬라·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를 직접 개발해 사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른바 ‘반도체 내재화’ 전략이다.

이 같은 대응에도 필수 부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급에 실패하면 불가피하게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수차례 공피치·휴업을 실시해온 현대차는 올해 들어 라인 정상 가동을 위한 새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단 반도체를 뺀 임시부품을 투입하고 사후 재작업을 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물량이 달린다고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보다 일단 만들어놓고 반도체 상황이 나아질 때 부품을 갈아끼우는 방식으로 판매하면 훨씬 빠른 시간에 매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을 적용한 차량은 현대차 울산1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아이오닉5’다. 아이오닉5에는 여느 전기차처럼 열 관리 주요 부품인 ‘전동 콤프레서’가 들어가는데 여기엔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모든 콤프레서에 반도체를 넣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울산공장은 지난 3일부터 임시부품(반도체 없는 콤프레서)을 장착한 아이오닉5를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이 방식을 적용한 차량의 예상대수는 6000대다. 현대차는 향후 반도체 수급 상황이 나아지면 콤프레서 납품업체인 한온시스템을 통해 임시부품을 정상부품으로 바꾸는 재작업을 하고 별도로 품질 점검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시부품 투입을 두고 현장에선 품질 저하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노동자들의 현장조직인 ‘공동행동’은 울산공장에 게시한 대자보에서 “임시부품은 리워크(수정)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개념상 비정상부품, 불량부품”이라며 “사측은 가동률만 높이면 된다는 생산제일주의에 빠져 불량부품 공급을 종용하고, 조합원에게 불량차량 6000대 조립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현장에 많은 문제점 발생

임시부품을 적용한 차량의 재작업 및 점검을 협력사와 품질관리 파트에서 각각 실시하겠다는 것도 “어떤 방식으로 수정하든 PE룸(전기차 구동시스템) 내 일부 부품을 뜯어야 하고 사륜구동의 경우 앞부분 서스펜션(노면의 충격이 차체나 탑승자에게 전달되지 않게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을 내린 후 작업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문성도 없는 협력사에 수정 작업을 맡긴다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울산1공장사업부 의장부 대의원회는 사측에 보낸 공문에서 “3일 임시부품 투입 이후 (에어컨 가스 압력이 낮아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고, 수정반 추가 작업을 요구하는 등 현장에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설명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노조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5 사륜구동 차량에는 반도체가 들어간 콤프레서를 장착하고 있고 이륜구동 차량에만 임시부품을 투입하고 있다”며 “이륜구동의 경우 사후에 임시 콤프레서를 통째로 꺼내고 반도체가 들어간 콤프레서를 넣는 재작업이 필요한데 나사 몇개만 풀고 다시 조이는 작업이기 때문에 품질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대차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후 장착, 부품 교환 등 다양한 방안을 적용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런 방식 때문에 품질 문제가 불거진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9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 1위 자리를 도요타에 내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도요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뒤 반도체를 비축해왔는데 이것이 코로나19 국면에서도 공장 가동률을 높게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 반도체 수급을 안정화할 수 있는 조달 전략 마련과 품질 저하 없이 생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역량이 올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희비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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