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재정난 주범이 정부 정책 실패인데, 왜 시민에게 부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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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파업 ②

매일 안전하게 출근해서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걱정 없이 병원에서 치료하고, 구석구석 편리하게 아름다운 한반도를 기차로 이동하는 상상을 합니다. 가능합니다. '공공성'과 '노동권'이 깊고 넓게 퍼진 한국 사회라면 우리의 미래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지하철, 의료, 철도 등 내 곁에 노동자들이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동 파업을 합니다. 이들은 먹고 살기 어려운, 불안이 불안을 낳는 시대의 대안은 시장주의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성 확대라고 주장합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보내온 여섯 편의 기고를 싣습니다. 편집자주

①요지경 속 김포공항역 이야기…생색만 내고 요금 부담은 시민에 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산지하철 승객은 감소했다. 부산시로부터 받는 재정지원금은 2019년 2279억원에서 2022년 3490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런 이유로 부산시는 최근 지하철을 포함한 대중교통 요금 30퍼센트 인상안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부산지하철 운영 기관인 부산교통공사는 2023년 노-사 단체 교섭을 앞두고 임금동결과 경영효율화 방안으로 역무 분야 업무 효율화, 기술 분야 관리분소제, 사업소 통합 등을 제시했다. 지하철 재정난을 이유로 부산시는 시민에게 요금 인상을, 부산교통공사는 지하철 노동자에게 구조조정을 강요한다. 부산지하철 관리와 운영 책임을 가진 적 없는 부산시민과 노동자가 지하철 재정난 책임을 덮어쓰고 있다.

지하철 재정의 급격한 악화는 사회적 재난 코로나19 때문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대중교통 이용객이 줄었다. 지하철 재정난의 또 다른 요인은 노인, 장애인 등 교통 약자에 대해 복지 혜택으로 제공하는 무임 승차다. 정부가 법으로 공익서비스 제공을 규정했다. 무임승차로 발생한 재정 손실은 지하철 운영기관과 지방정부 부담으로 방치했다. 지하철 재정이 어려워진 건 정부 정책 때문이다.

신규 노선 건설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부산지하철은 90년대 말 외환위기 후 ‘노선 늘면 구조조정'이라는 공식을 반복해왔다. 99년 2호선 개통을 계기로 2인 승무에서 1인 승무로 전환하고 전동차 정비를 외주 용역으로 전환했다. 2004년 3호선은 역사 관리역제와 역무시스템 자동화(무인화)와 함께 운행을 시작했다. 2011년 4호선은 국내 최초로 기관사 없는 무인 운전을 시작했다. 효율성을 높이려고 최신 설비를 도입하면서 신규 노선 건설 비용은 급격히 증가했다. 1km당 건설 비용은 90년대 500억원대에서 2000년대 1,000억원으로 두 배 증가했다. 부산지하철은 외환위기 후 20년 이상 운영 및 편의시설을 자동화(무인화)하고 안전 인력을 계속 줄였다. 지하철 공공성은 훼손되고 시민 불편과 불안은 증가했다.

그렇다고 지하철 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2012년 1,490억원이었던 재정지원금은 2021년 3,490억원으로 증가했다. 운행 거리로 나눠서 비교하면 10년 사이 2.2배 증가했다. 건설 비용을 두 배로 들여 지하철을 건설했으나 효율성은 더 떨어져 지하철 재정난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도 부족해 연례행사로 일상적으로 경영 효율화를 발표한다. 시민 호주머니를 털어 30퍼센트에 달하는 요금 인상을 해야 할 형편이다. 한편에서는 지하철 노동자의 고임금을 제기하기도 한다. 공공기관 소속인 지하철노동자는 정부가 정한 임금가이드라인과 총액임금 한도 내에서 임금을 책정한다. 지하철 노동자 임금은 사실상 정부가 정한다. 지하철 재정난 원인이 지하철 노동자 고임금이라면, 정부가 지하철 노동자에게 임금을 퍼주었다는 말이다. 지하철 노동자 파업에 해고와 구속을 남발한 정부가 그랬을까? 거짓말이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역이 지하철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정책 실패가 지하철 재정난 주범

지하철은 세금으로 건설한다. 정부와 지방정부는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수익성을 포함한 면밀한 정책 분석을 통해 노선을 확정하고 건설한다. 이런 절차를 거친 전국 모든 지하철은 운영에 돌입하는 순간 재정난에 봉착하고 효율화와 구조조정이 당면 과제가 된다. 왜 이럴까? 결국 정부 정책과 지하철 운영 기관의 경영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재정 안정화에 효과 없는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는 왜 했을까. 정책 실패와 경영 실패를 은폐하고 지하철 노동자에게 책임을 돌리기 위해서다.

지하철 요금 인상은 해법인가? 민간 부문에서 발생한 시장 실패조차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목적으로 재정을 투입한다. 정부 정책과 경영실패로 발생한 지하철 재정난 해소를 위해 요금 인상으로 시민 부담을 짊어지게 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 지하철 재정난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정부 재정 투입이다. 재정난은 정부 정책과 지방정부 및 운영기관의 경영실패로 발생했고,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공익서비스 제공과 사회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심각해졌다. 잘못하고 주체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다.

부산지하철 노동자의 사회 공공성 강화·확대 투쟁은 지하철 재정난의 원인을 찾고 책임을 묻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다. 누군가 책임 은폐를 목적으로 재정난 논란을 일으켜 지하철을 흔들 때, 지하철 노동자의 투쟁으로 지하철이 안정화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지하철 공공성을 강화하기 우한 부산지하철 노동자의 투쟁이 성과를 낼 때, 부산지하철은 더 안전하고 편리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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