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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군부대 폐건물 격리…'아픔이 죄가 되는 곳'

경기도의 한 공군부대 소속 A 병사는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몇 달 동안 휴가 한 번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지난 1월,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열이 갑자기 시작됩니다.
 
"열이 심하게 났어요. 38도, 39도까지. 감기몸살이겠거니 했는데 몸살기가 생각보다 더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그 당시에도 보고했는데, 아무래도 그 당시에 당직사관도 그렇게 크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 A 병사 -

그렇게 2, 3일이 지나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찾은 병원에서 PCR 검사를 받게 됩니다. 그제야 격리가 시작됐는데 격리 장소는 폐건물이었습니다.

사람이 쓰지 않는 건물의 상태는 처참했습니다.

공군부대, 코로나 의심 병사 폐건물에 격리

영하 20도 이하의 날씨에 상수도관은 터져버렸고, 터진 물이 얼어붙어 바닥은 빙판이었습니다. 병사들 손엔 곡괭이가 쥐어졌고, 아픈 병사들이 곡괭이로 얼음을 깨고 깬 얼음을 쓸어 지낼 곳을 마련해야만 했습니다.

코로나 의심 장병들 폐건물에 격리한 공군
"PCR 검사를 받을 때는 결과가 다른 사람들한테 보고가 전혀 안 되고, 당사자 본인의 문자를 통해서 본인만 확인할 수 있다. 분명히 이렇게 전달을 받았는데 정작 저희가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했을 때는 개인 문자로도 전혀 아무것도 온 게 없었고 제대로 듣질 못하니까 저희대로 공포심이 더해지고."
- A 병사-

확진 사실조차 뒤늦게 다른 병사를 통해 들었던 A 병사는 치료센터로 이송될 때까지 화장실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그 폐건물에서 버텼습니다.

휴가도 나가지 못한 자신이 왜 코로나에 걸렸는지, 다른 남는 건물들이 있는데 왜 폐건물에 방치됐는지, 밥과 물은 왜 제때 오지 않은 건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

A 병사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던 질문들을 기자가 대신 공군에 묻자, 돌아온 공군의 대답은 간단히 요약 가능했습니다. 어쩔 수 없었다는 겁니다.
 
"부대 자체의 시설이나 여건이 충분치 않은데 그리고 처음 겪는 일이고 어떻게 보면 그런 상황에서 사실 부대에서 할 수 있는 나름 최선의 노력을 한 거예요."
- 공군 관계자-

군의 대답에서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아픈 사람을 대하는 군의 태도였습니다.

폐건물에 가장 오래 격리됐던 4명의 병사는 모두 열이나, 오한, 설사와 같은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었던, 아픈 환자들이었습니다.

아픈 환자들을 건강한 병사들도 쓰지 않는 폐건물에 격리한 게, 정말 최선이었는지. 코로나 사태 1년 동안 군은 뭘 한 건지 기사로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폐건물에 확진자 가둔 공군 논란
"저희가 복귀를 하고도 후유증들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어요. 실제로 심각하게 아파서 음압병동 이송된 친구도 있었고 새벽에 호흡기 문제를 호소해서 앰뷸런스 타고 긴급 이송된 사람들도 있었었는데, 아무래도 근무 투입 문제가 겹치다 보니까 격리기간도 끝났는데 왜 근무 투입 안 하냐며 따가운 시선이 있었죠."
- A 병사 -

군대에서 감염됐고, 열악한 군시설 때문에 더 힘들었지만 이를 다 극복하고 온 병사에게 돌아온 건, 위로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닌, 차가운 시선이었습니다.
 
"군에서 환자가 되는 경험했던 병사들이 제일 설움이 많거든요. 내가 아픈 것도 힘든데 부대에서 왜 나는 짐짝 취급당해야 되고…. 너는 아파서 근무도 못 세운다 이런 얘기만 듣고, 눈치만 계속 봐야 되고 환자들을 위한 어떤 최선의 여건들을 마련해주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가 제대로 식별이 안 되고 환자는 병이 깊어지고, 반복이죠."
- 군인권센터 방혜린 상담팀장-

공군이 코로나 감염 병사를 폐건물에 격리했단 기사가 나간 뒤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중 가장 마음이 아팠던 댓글은 신종플루 때도 똑같았다, 십몇 년 지나도 바뀐 게 없다는 군 경험담들입니다.

군이 병사, 특히 아픈 병사를 대하는 인식 자체를 바꾸지 않는 이상, 코로나가 아닌 또 다른 질병에도 폐건물 격리와 같은 일은 또 벌어질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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