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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줌 인 해외부동산] 나도 뉴욕 건물주 돼볼까…메타버스 달구는 미국 부동산

입력 : 
2022-03-11 0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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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상부동산 판매 10억弗 전망
대부분 현실세계 실제 주소 연동
꾸준히 오르는 안전자산 믿음에
美 샌프란시스코·맨해튼 등 인기

메타버스 `디센트럴랜드` 땅 매입
삼성전자, 전시관 열고 제품 공개
JP모건, 업계 첫 가상 라운지 개설
메타버스(Metaverse)란 단어는 1992년 미국 작가 닐 스티븐슨이 공상과학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가상 세계를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최근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온라인 추세 확산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산업군이 생겨나는 기회가 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기까지 하면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뜨거운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도 모두 메타버스와 관련된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거나 조만간 제공할 예정이다. 필자의 오피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본사가 있다. 캘리포니아 외에 한국과 뉴저지에도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동시에 업무를 병행해야 한다. 본사 오피스에 모여 업무를 하기도 하지만 타 지역 직원들과는 주로 '개더타운'이라는 가상 공간을 통해 소통한다.

가상 오피스에서 아바타를 활용해 업무를 하다가 회의가 필요할 때는 가상 오피스에 있는 회의실에 모여 전체 미팅을 하거나 실시간 1대1 영상 미팅이 가능하다. 약속 시간을 정해 미팅을 해야 하는 줌(Zoom), 구글 미트(Google Meet)와는 다르게 진짜 오피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한국과 미국을 연결시켜주는 실물 부동산 거래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가 실물이 아닌 가상 오피스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러 대학들은 개더타운을 이용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다. 회사들은 메타버스를 면접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 메타프라퍼티 포럼 역시 메타버스 공간인 개더타운에서 발대식을 거행했다.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 시장에서도 가상 부동산 인기는 뜨겁다. 몇만 달러, 몇십만 달러짜리 NFT가 거래된다는 점이 아직 많은 이들에게 낯설지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은행업계 최초로 부동산 메타버스 플랫폼인 디센트럴랜드 내 가상 라운지를 개설하였다. JP모건은 가상 라운지를 통해 연간 1조달러 이상의 시장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 또한 디센트럴랜드 내 땅을 매입해서 전시관을 오픈하고 이곳에서 제품 공개와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스눕독의 투자로 유명세를 보이고 있는 더샌드박스의 경우 명품 브랜드 구찌가 더샌드박스에 랜드를 구매하여 가상 명품매장을 오픈했고,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도 조만간 랜드를 구입해 K콘텐츠를 위한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특히 부동산 소유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메타버스 내에서도 철저하게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샌프란시스코, 맨해튼을 위주로 가상 부동산 거래를 하고 있는 업랜드나 서울, 뉴욕 등의 가상 부동산을 제공하는 메타버스2 등은 모두 실제 지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런 가상 부동산 투자판매액은 2021년도 기준 5억100만달러를 기록하였으며, 2022년도에는 두 배 규모인 약 10억달러로 성장하리라 예상된다. NFT 시장은 가상 부동산을 포함해 올해 총 25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상 부동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현실 세계와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만들어진 플랫폼들과 현실 공간을 그대로 복제해 실제 주소와 연동된 가상 부동산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대다수의 가상 부동산 플랫폼은 현실 공간에 기반한 곳들이며 이들 대부분은 미국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 가상의 공간에서조차도 미국 부동산이 인기 있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곳이어서 가상 공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안전하다는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가상 부동산 세계에서조차 미국 부동산은 '안전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부동산 투자는 안전자산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꾸준하게 오르는 곳이라는 생각에 투자 거래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1년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투자한 금액은 약 58억달러로 2020년 대비 11.5% 늘어난 규모다. 물류창고, 데이터센터, 오피스에 투자한 기관들을 제외하고 개인들의 투자가 많은 주거용 부동산까지 합칠 경우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투자가 매년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미국 부동산 투자 거래액이 가장 많은 이유도 바로 안전성 때문인 것이다. 가상 부동산 투자와 실물 부동산 투자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윈윈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가상 부동산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투자로까지 이어진다. 거꾸로 실물 투자를 해 본 사람은 해외 가상 부동산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이는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의미다. 매일매일 새로운 메타버스가 생겨나고 그 안에서 또 다른 가상 부동산들이 만들어진다. 시시각각 많은 것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메타버스 내에서도 중심이 되는 가상 부동산은 결국 미국 부동산인 것이다.

사진설명
[어태수 네오집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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