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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BUSINESS STORY] AI·기후변화…거대한 파도가 몰려온다, 올라탈 텐가 도망칠 텐가

이축복 기자
입력 : 
2022-01-13 04:04:01
수정 : 
2022-01-13 09: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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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황형준 BCG코리아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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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제 금융 최고경영자(CEO)의 관심사가 전통적인 수익창출 대신 스마트시티·모빌리티로 옮겨 갔다. 인공지능(AI)과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이른바 '빅웨이브'가 산업계 전반에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2022년 새해가 열렸다. 각 기업과 최고경영자들은 경영 화두를 던지고 다시금 회사를 이끌 전열을 빠르게 갖췄다. 이들은 경영 환경과 산업계 전반을 뒤흔들 '빅웨이브'에 대응하는 여정에 몸을 실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국내 10대 그룹 신년사에는 '고객' '미래' '혁신'이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에 올랐다.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단어들이다. 또 지난해엔 없었던 '에너지'가 올해 핵심 키워드 20위권에 들어오면서 눈길을 끌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변화를 피해 갈 수 없음을 담고 있는 대목이다. 매일경제 MK 비즈니스 스토리는 최근 서울 중구에 있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코리아 사무실에서 황형준 BCG코리아 대표를 만나 올해 경영 화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황 대표파트너와의 일문일답.

―거시적 관점에서 2022년 산업 트렌드 핵심 주제를 짚어 달라. ▷BCG코리아에서는 산업계 전반을 뒤흔들 빅웨이브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먼저 AI다. 회사 사업 모델이 AI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이른바 '바이오닉 컴퍼니(생체공학적 기업)'가 될 수 있을지 여부다. 바이오닉 컴퍼니는 다음 세대 소비자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내부적으로 기계와 AI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완성도와 효율성이 높아진 기업이다. 즉, AI 디지털 기술과 사람이 공존하는 기업을 말한다. 두 번째는 기후변화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보호를 위해 여러 규제를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계가 빠른 속도로 재편되기 때문에 (기업 등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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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관련한 빅웨이브란 무엇인가. ▷AI가 산업계 내에서 어느 수준까지 진화할 수 있느냐를 살펴보자는 뜻이다. AI 도입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눠서 보자. 1단계는 기존에 사람이 수작업으로 맡던 일을 AI가 대체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시기다. 이후 기술력이 발전하고 적용 과정에서 긍정적 효과를 봤다. 이 과정에서 2단계, 즉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디지털 전환)'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 2단계에서는 AI가 특정 작업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생산 과정에 개입한다. 사업 모델이 먼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치 사슬(밸류체인)에 AI를 접목하는 것이다. 고객 관리, 상품 설명, 판매 등 영업사원이 맡는 다양한 업무를 대신하도록 시킨다. 2년 전까지 정말 많은 기업이 DT에 관한 컨설팅을 요청했다. 3단계는 사업 모델 초기 구상부터 AI를 기반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아날로그를 대체하는 수준이 아닌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금융·제조업 등 모든 분야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국내 산업계에도 AI를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닉 컴퍼니'가 가능한지, 바이오닉 컴퍼니가 시장에서 얼마나 영향을 줄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닉 컴퍼니의 실제 사례는. ▷바이오닉 컴퍼니는 AI 등 디지털을 고도화해 제조 공정, 공급망, 비즈니스 모델 등 모든 분야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을 말한다. 독일계 글로벌 화학기업인 바스프가 대표적인 사례다. 바스프는 스마트 서플라이 체인을 도입해 주요 대형 고객사는 물론 자사에 납품하는 원료 공급사까지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수직 통합했다. 이후 소비자 측 트렌드와 요구 사항을 함께 분석해 제품 연구개발에 활용했다. 미국의 농기계·중장비 제조업체인 존디어의 경우에는 트랙터, 콤바인, 파종기 등 건설 중장비에 사물인터넷(IoT)을 도입해 성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로 장비 성능을 향상시키고 사용자인 농부들에게 파종 시기, 적정 비료 수치 등 더 향상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번 'CES 2022'에서는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이면서 단순한 농기계 회사가 아닌 농업 솔루션 회사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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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빅웨이브로 지목한 '기후변화'는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주겠는가. ▷기후변화 영향 역시 두 단계로 나눠서 볼 수 있다. 먼저 수비적인 단계다. 탄소세와 같은 환경 규제가 생기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계획을 수립한다는 뜻이다. 대상은 탄소 발생이 많은 산업, 굳이 꼽자면 자동차·정유·발전과 같은 굴뚝 산업이며 이미 업계에서는 굉장히 많이 고민한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1단계일 뿐이다. 앞으로 기후변화는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파도가 될 것이다. 서비스, 유통, 금융 등 다른 산업에서도 친환경 사업 운영 모델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BCG코리아 역시 최근 고객사와 기후 위기 대응 방안을 두고 함께 고민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중 갈등 이슈부터 보자. 중국이라는 세계적인 거대 생산기지가 저성장을 하면서 글로벌 생산 기반 공급망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과거에도 공급망 확보, 생산 기반 확대, 물류 체계 구축과 같은 고민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해당 문제를 바라봤다. 이제는 다르다. 지정학적 문제가 급부상하면서 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해졌다. 특정 지역에 생산기지를 뒀다는 이유로 경영상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처럼 고민해야 하는 리스크가 늘어났다.

―이에 따른 변화가 있었는가. ▷중장기 전략을 짜는 기업이 사라졌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매년 연초에 올해 전략을 짜겠다며 컨설팅 회사를 불렀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중장기 전략의 효용도가 굉장히 떨어졌다. 전략을 짜는 게 의미가 있다기보다 시장 변화에 가장 효과적이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운영 체계를 갖췄는지가 더 중요한 시기다.

가상세계, 플랫폼, 수평조직, ESG, 디지털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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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에 급부상할 경영 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올해 떠오르는 이슈는 가상세계다. 가상세계를 어떻게 규정하고 이를 사업·경영 전략에 반영할지가 중요해졌다. 최근 코로나19 영향과 함께 MZ세대가 급부상하면서 대다수 기업이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재를 확보·관리하던 과거 방식이 맞지 않게 되면서 이에 어떻게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지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외에 눈여겨봐야 할 주제는. ▷또 하나의 주제는 에코시스템(생태계) 경제다. 모든 회사들이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플랫폼 내에서 어떻게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낼지, 또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브랜드도 상당히 많아졌다. 커머스 사업을 보더라도 과거엔 신세계, 쿠팡 정도였지만 이제는 훨씬 더 세분화됐다. 플랫폼 업체는 중고·렌탈 등 촘촘해지고, 유통 분야 역시 신선상품 등 특정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 늘어났다. 1개 화장품 대기업에서도 브랜드가 하루에만 몇 개씩 생겨나고 있다. 그래야 에코시스템에서 의미 있는 파트너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대기업에 어떻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가. ▷대기업이 힘을 못 쓰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생태계 경제에서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세분화·분절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지가 성공의 요인이 된다. 작은 플랫폼이 연결돼 생태계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문어발식으로 한다고 해서, 그룹 차원에서 뛰어든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최근 국내에서 직급체계를 없애려는 곳이 많아졌다. 실효성이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우선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본다. 수직적인 조직 체계·직급과 같은 요소는 정신세계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민첩성을 뜻하는 '애자일' 조직에서는 수평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 각 부서에서 모인 사람으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운영한다. 단 직급체계를 없애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늘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구성원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보상을 할 수 있게끔 바뀌지 않으면 민첩하고 효과적인 조직이 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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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체계 자체가 문제인 것인가. ▷과거에는 일사불란한 조직체계가 필요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조직은 군대다. 직급체계를 갖추고 공식화를 중요시한다. 이는 방향성이 명확한 경우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지금은 시장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군대 같은 조직체계로는 혁신성·창의성을 높이기 어렵고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 지금 시장 환경에 대응하려면 훨씬 민첩한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급체계를 없애 조직문화를 깨는 움직임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ESG(환경·책임·투명경영)의 중요도는 여전히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가. ▷그렇다. ESG라고 하는 가치는 기존 기업이 중요시하는 경영 가치와 조금 다르다. 고객, 주주, 회사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ESG는 경영 전략적으로 볼 때 글로벌 선두 기업이 다른 기업과의 경쟁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나쁘다고 볼 게 아니다. 한국 기업은 여기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하리라고 본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은 ESG로 앞서나갈지, 아니면 뒤처질 거라고 보는가. ▷결국은 앞서 나갈거라고 본다.

―금융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다.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와 만날 기회가 많은데 이들은 요즘 디지털 혁신 없이는 생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기관도 고객 자산 규모보다 고객 경험·시간을 많이 확보해야 실제 가치로 인정받는다는 데 눈을 뜬 것이다. 전통적인 금융기관은 이미 핀테크 기업에 고객의 시간과 경험을 많이 뺏겼다. 그리고 핀테크 기업이 확보한 고객과의 접점은 혁신성·성장성 형태로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기업이 상장하는 과정에서 핀테크 기업에 상당히 높은 가치를 쳐주고 있다는 뜻이다. 확충한 자본으로 다시 투자를 하고 고객을 확보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금융그룹 회장 신년사가 대개 디지털 혁신을 강조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빨리 상황을 인식해 다행이다.

―금융 시장 내 참여자를 나눠서 설명해 달라. ▷고객, 기업, 정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한국 고객은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 참여하는 플레이어인 기업은 생존을 위해 빠르게 안 변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선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스마트한 정부가 필요하다. 정부가 무언가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보다는 맥을 잘 짚고 막힌 혈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따르는 개인정보 침해 문제는 어떻게 보나. ▷큰 흐름에서 봐야 한다. 다만 안전 장치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면 '경쟁자죽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곤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같은 경쟁자를 죽이기 위해 싹을 자른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대기업이나 금융그룹에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건 생존 DNA를 이식하기 위해서다. 내부에서 혁신성을 키워보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수한다고 해서 경쟁자가 죽는 것도 아니다. 플랫폼 경제에서는 특정 주제에서도 세분화된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대기업과 같은 거대한 공룡이 누구 하나를 죽인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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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시대 글로벌 자금이 흘러가는 방향이 어떻게 바뀌었나. ▷코로나19는 직접적으로 바이오 기업에 자금이 많이 흘러가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코로나19는 디지털 전환·인공지능(AI) 도입 등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열었다. 디지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도록 하면서 '빅 웨이브'를 앞당긴 셈이다. 그래서 앞서 말한 AI나 기후변화 등 사회·산업계가 직면한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에 자금이 갈 것이라고 본다. ESG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그런 의미다.

―소비재 분야 혁신 사례는 주문형 승차 공유, 음식 배달 등을 드는데 다른 것은 없는가.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의 전환을 들고 싶다. 우리나라 이커머스에서 발전한 '오픈마켓'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존에는 판매자를 모아 장을 열고 수수료를 받아 운영했다. 이제는 다르다. 판매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 관리·마케팅 등을 돕고 있다. 배송 고도화를 통한 '풀필먼트'도 있다. 신선제품 등 배송 속도를 앞당길 뿐만 아니라 장소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도 혁신 사례라고 생각한다.

▶▶ 황형준 대표는… 20여 년간 국내외 대기업과 금융그룹·금융사(은행·운용·증권·보험·카드), 유통기업 등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했다. 2017년에는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보스턴컨설팅그룹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이축복 기자 / 사진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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