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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마이크론 구매 금지"…미국 반도체 처음으로 제재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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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세계 3위 겸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제품에서 '비교적 심각한' 사이버 보안 위험이 발견됐다며 중국 주요 정보시설 운영자들이 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회사에 대해 사이버 보안 심사를 하고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심사 결과는 중국·러시아 등을 겨냥해 '중요물자 공급망 강화'를 골자로 한 경제안보 성명을 발표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의 폐막일에 맞물려 공개됐다. 미·중 반도체 전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거대한 자국 시장을 무기로 미국에 반격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중국신문망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에 대한 사이버 안보 심사 결과 이같이 결론 내렸다. 중국 당국은 "마이크론 제품에는 비교적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존재해 중국의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초래해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따라 CAC는 "인터넷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법에 따라 중요한 정보 시설 운영자는 마이크론의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당국은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 "국가의 중요한 기초정보시설의 안전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법률과 법규를 준수하기만 하면 각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CAC의 검토 결과는 지난 3월 말 마이크론 제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지 약 2달 만에 나왔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 제품에는 비교적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존재해 중국의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초래해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중국 CAC 홈페이지 캡처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 제품에는 비교적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존재해 중국의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초래해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중국 CAC 홈페이지 캡처

로이터통신은 CAC가 어떤 위험을 발견했는지, 어떤 마이크론 제품이 영향을 받을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마이크론 측이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다만 마이크론 입장에서 중국은 미국·대만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라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중국에서 회사 전체 매출의 11%가량을 올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이번 검토 결과가 미국이 중국 반도체를 견제하기 위해 각종 제재를 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짚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 기업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고 같은 해 12월 중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YMTC를 포함하는 36개 중국 기업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다.

이번 갈등의 '불똥'이 한국 업체까지 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중국이 마이크론의 자국 내 반도체 판매를 금지해 중국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이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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