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블랙핑크 런던 공연장 코앞 하저터널, K-건설사가 뚫었다

[비상하는 K-건설]③SK에코플랜트, 템스강 하저터널 시공
'그들만의 리그'에 K-기술력 입증…"英 노하우 배우고 있어"

(런던=뉴스1) 전준우 기자 | 2023-07-19 06:00 송고
편집자주 국내경기의 침체와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해외건설수주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우리경제에 큰 공헌을 했던 건설업계의 중요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이런 해외건설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원팀코리아'를 통한 세일즈 외교에 주력하고 있다. <뉴스1>에선 아시아, 유럽, 중동 등에서 다변화, 고수익 전략을 끌어 나가는 해외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새로운 방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돔공연장 '오투(O2) 아레나'와 300m 떨어진 곳에 실버타운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 News1 전준우 기자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돔공연장 '오투(O2) 아레나'와 300m 떨어진 곳에 실버타운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 News1 전준우 기자

이달 2일(현지시간) 블랙핑크가 화려한 무대를 장식한 영국 런던의 오투(O2) 아레나. 이 공연장에서 불과 300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건설 현장에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12일 방문한 런던 템스강 남부 그리니치 지역은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런던교통국이 발주한 '실버타운 터널 프로젝트'인데 SK에코플랜트가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회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민관 협력 사업(PPP)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을 따냈다.
◇120년 전 '마차' 터널만으로는 한계…런던교통국 사업 발주

실버타운 터널은 런던 도심과 동남부 지역을 잇는 1.4㎞ 길이의 편도 2차선 터널이다. 현재 런던 도심 내 터널은 마차 통행 목적으로 1897년 만들어진 블랙월 터널이 유일하다. 120여 년 전 만들어진 터널이다 보니 현대 차량 규격에 맞지 않고, 2층 버스 통행도 불가능하다.

뉴욕의 맨해튼과 같은 런던 금융지구 '까나리 와프'를 비롯해 런던시티 공항, 런던시청까지 유동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블랙월 터널만으로는 교통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2030년대 초까지 런던 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고, 이 중 40%는 동남부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런던교통국이 발주한 터널 공사에 SK에코플랜트도 참여했다.

영국을 포함해서 서유럽에서 국내 건설사가 PPP 사업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영국은 PPP 사업 종주국으로 불리며 유럽 시장에서 PPP 사업을 세계 최초로 정립하고 발전시킨 국가로 평가받는다. SK에코플랜트는 이 실적을 바탕으로 노르웨이 고속도로 PPP 사업도 2021년 30% 지분으로 참여하게 됐다.

박명은 SK에코플랜트 영국 현지사무소 소장. © News1 전준우 기자
박명은 SK에코플랜트 영국 현지사무소 소장. © News1 전준우 기자

◇"그들만의 리그에 K-건설사 진입…영국 노하우 배우고 있어"

터널 공사비는 약 10억파운드(약 1조5000억원)다. SK에코플랜트는 신트라(스페인), 애버딘(영국), 밤(네덜란드) 등 회사와 투자 컨소시엄 '리버링스'를 구성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SK에코플랜트의 리버링스 투자 지분은 10%다.

EPC(설계·조달·시공)은 SK에코플랜트와 함께 페로비알 아그로망(스페인), 밤(네덜란드)이 컨소시엄을 꾸렸다. 현장 사무소에는 최소 30개국 직원 300여명과 함께 머리를 맞대며 일하고 있다.

박명은 SK에코플랜트 영국 현지사무소 소장은 "영국 시장은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발주처 입장에서도 검증된 업체와 하고자 한다"며 "그런 프로젝트에 들어왔다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건설 관련 사업을 선도하는 영국 시장에서 페로비알·밤 등과 함께 사업을 수행하며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 기간은 총 5년으로 이중 인허가와 지질 조사, 시공 준비에만 3년이 걸렸다. 공사장 바로 옆에 시청을 비롯해 공항, 지하철, 고가도로, 케이블카 등이 있어 인허가 과정은 더욱 복잡했다.

박 소장은 "공사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조치를 철저히 해야 하고 지자체, 환경 전문가 등과도 끊임없이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며 "인허가만 대략 2000건으로 전담팀이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지난 4년간 위기도 많았다. 2019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비롯해 2021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영국 전역 봉쇄령, 지난해에는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초인플레이션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잇따랐다.

그는 "변수 때마다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 영국은 굉장히 성숙한 시장"이라며 "프로젝트 관련 이해관계자 중 누구 하나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지 않도록 갈등을 중재·조율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잘 갖춰져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템스강 지나는 실버타운 하저터널 내부(SK에코플랜트 제공). © News1 전준우 기자
템스강 지나는 실버타운 하저터널 내부(SK에코플랜트 제공). © News1 전준우 기자

◇템스강 하저터널, SK에코플랜트 손끝으로 K-기술력 입증

지난해 9월 시작된 터널 공사는 원통형 굴삭기를 땅속에 넣고 구멍을 뚫는 TBM(Tunnel Boring Machine·터널보링머신) 공법으로 진행 중이다. 초대형 굴진기는 지름 11.9m, 길이 82m로 무게가 1800톤에 달한다. 영국에서 쓰인 굴진기 중 가장 대형이다.

TBM은 실버타운에서 템스강을 건너 약 6개월 만인 올해 2월 약 1.1㎞ 떨어진 그리니치 지역에 도착했다. 국내에서는 보통 하루 평균 10~15m 전진하는데 하루 최대 34m씩 전진해 터널 끝을 관통했다.

이후 TBM을 분해하지 않고 방향을 180도 전환해 다시 실버타운 현장까지 1.1㎞에 달하는 두 번째 터널을 뚫고 있는데, 이 또한 영국에서 처음 하는 시도다.

현재 굴진은 마무리 단계로 이후 기존 도로와 터널의 진출입 교차로를 만들면 프로젝트가 내년 여름 마무리되고, 이후 테스트 과정을 거쳐 2025년 준공 목표다.

템스강을 지나는 실버타운 하저터널 공사 현장에 설치된 아치형 구조물(붉은 색으로 표시) .SK에코플랜트 엔지니어 아이디어로 설치됐다. © News1 전준우 기자
템스강을 지나는 실버타운 하저터널 공사 현장에 설치된 아치형 구조물(붉은 색으로 표시) .SK에코플랜트 엔지니어 아이디어로 설치됐다. © News1 전준우 기자

이번 공사 과정에서 SK에코플랜트 엔지니어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기도 했다. 초대형 TBM이 땅속으로 들어갈 때 필요한 아치형 구조물을 영국 최초로 만들어 사업 기간을 2.5개월 단축했고,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연말 영국 내 권위 있는 토목 터널협회로부터 상을 받았다. 박 소장은 "영국은 엔지니어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사회적인 평판도 높다"고 귀띔했다.

템스강을 관통하다 보니 터널에 물이 새지 않도록 원천 봉쇄하는 것도 관건이다. 시공 중 지하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파이프에 냉매를 넣고 아예 얼려 버리는 '횡갱굴착 동결공법'을 영국 최초로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영국은 공사 현장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며 박 소장은 혀를 내둘렀다. 그는 "영국에서는 현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격시험을 봐야 하고, 근로자 자신도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확실히 보장된다"며 "안전 관리는 한국이 특히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