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학 살인범 "공부만 하다 이런 일 생겼다"
외국생활 부적응으로 귀국후 1년 반 동안 게임 중독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공부만 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미국 유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귀국하고서 게임에 중독돼 이웃 주민을 죽인 20대 청년이 경찰에서 털어놓은 살인 동기다.
17일 서울 서초경찰서가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박모(23)씨는 불과 4~5년 전만 해도 국내 최고 학부 법학과 진학을 꿈꾸는 성실한 고등학생이었다.
중산층 집안 출신으로 이른바 '강남 8학군'에 속한 고교에 다니던 박씨는 줄곧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만, 수능시험을 망치는 바람에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
다른 대학 법학과를 다니다가 1년 만에 그만두고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비극의 싹이 자라기 시작했다.
미국 동부의 한 주립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유학 생활의 외로움 때문에 공부에 전념할 수 없었다.
할머니가 뒷바라지하러 미국으로 건너갔는데도 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3학년 때인 지난해 7월 귀국했다.
고교 시절에도 내성적었던 데다 오랜 유학 생활로 인간관계가 끊겨버린 그는 최근까지 1년 반 가까이 철저히 외톨이로 지냈다.
하루 반 갑씩 피우는 담배를 사러 갈 때를 제외하면 집 밖으로 전혀 나가지 않아 경찰이 탐문수사를 벌일 당시 CCTV에 찍힌 그를 알아보는 이웃이 아무도 없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컴퓨터 게임을 매일 대여섯 시간 동안 즐기는 일 말고는 삶의 낙이 없었다.
그는 지난 5일 범행 직전까지도 밤을 새워가며 각종 무기를 이용해 일대일 격투를 벌이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경찰이 그를 체포하러 자택에 들이닥쳤을 때 그는 이불만 덩그러니 깔린 휑한 방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경찰서에서 형사들의 추궁에 입을 다물고 있던 그가 범행을 시인하며 내뱉은 첫 마디는 "공부만 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였다.
조사를 받으면서는 "몇 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도 했다.
그의 방에서는 각종 기하학적 문양과 게임 아이템을 손수 그린 노트 하나가 발견됐다.
경찰은 "박씨가 범행 직후 집으로 돌아가서는 흉기를 씻어 원래 자리에 갖다 놓고 방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유학 때 F학점을 받아 좋아하던 공부마저 싫어지면서 특이한 정신세계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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