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뇌출혈,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

평생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던 발렌티나(44) 씨. 하지만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출근을 하지 못했습니다. 출근 시간을 넘겨본 적이 없는 발렌티나 씨였기에 동료들은 발렌티나 씨가 지내는 기숙사로 찾아갔고, 쓰러져 있는 발렌티나 씨를 발견했습니다. 원인은 뇌출혈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발렌티나 씨의 일상은 180도 변했습니다. 뇌출혈로 인해 발생한 오른쪽 팔다리 마비는 심각하게 진행되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인지능력 감퇴로 실어증이 생겨 이제는 간병인 없이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치료에만 전념하기도 바쁜 상황이지만 발렌티나 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자신만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 걱정뿐입니다. 자주 만나진 못해도 1년에 한 두번은 만나던 가족이었지만, 집에 돌아가지 못한 지 1년이 훌쩍 넘어버린 지금, 뇌출혈은 다시 가족을 갈라놓았습니다.

굳어버린 몸을 짓누르는 가장의 무게

한 가정의 생계를 부양하고 있는 발렌티나 씨는 자신의 몸을 돌볼 경제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습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발렌티나 씨는 조부모님이 일제 강점기에 강제 이주한 가정의 고려인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두 아이와 어머니는 발렌티나 씨가 멀리 한국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최근 어머니마저 병세가 악화되어 쓰러지시는 바람에 어머니는 물론, 아직 어린 두 아이는 발렌티나 씨 없이는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조금 불편해도 숙식이 제공되는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는 발렌티나 씨. 매일 성실하게 일해서 번 돈을 모두 아껴 멀리 있는 가족을 책임져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출근은커녕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에 가족들에게 찾아가지도, 생활비를 보내주지도 못해 마음이 무거워져만 갑니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라도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 가족들에게 가고 싶지만 야속한 몸은 마음처럼 움직여 주지 않습니다.

늘어만 가는 치료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혼자서는 앉아 중심을 잡을 수도 없는 발렌티나 씨. 재활 치료라도 지속해서 받는다면 상태가 빨리 좋아질 수 있겠지만, 길어지는 입원으로 수입이 끊겨 재활 치료가 빨리 중단될 상황입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마비된 우측 팔다리 관절입니다.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장애가 더욱 심해지지 않도록 보조기를 착용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발렌티나 씨의 형편에는 버겁기만 합니다. 다행히 발렌티나 씨가 일하던 회사 대표는 발렌티나 씨의 성실했던 근무 태도를 인정하여 그간 병원비와 병간호비를 개인 사비로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커져 가는 금액에 더 이상 개인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되었습니다. 고려인이지만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아 공적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 발렌티나 씨. 쌓여가는 병원비와 병간호비, 재활 치료비에 대한 부담은 현재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발렌티나 씨가 감당하기에 벅차기만 합니다.

아이들을 보러 집에 가고 싶어요

1년에 몇 번 안 되지만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온 발렌티나 씨.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은 발렌티나 씨를 더욱더 힘들게 합니다. 아이들이 걱정할까 봐 엄마가 아프다는 이야기조차 전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발렌티나 씨가 쓰러지고 얼마 안 돼 있었던 큰아이의 생일날, 생일인데도 전화 한 통 오지 않는 엄마에게 전화한 아이들은 그제야 발렌티나 씨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돌봐 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발렌티나 씨는 아이들 생각에 하루하루 걱정만 쌓여갑니다. 한시라도 빨리 아이들을 만나러 집으로 가고 싶지만 혼자서는 밥을 먹기도, 똑바로 앉아있기도 힘듭니다. 발렌티나 씨가 재활 치료를 통해 건강해진 몸으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세요. 발렌티나 씨의 굳어버린 몸과 마음을 다시 일으켜 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