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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의 감옥>
 <내 청춘의 감옥>
ⓒ 상상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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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미당 서정주는 자신이 지은 시 <자화상>에서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바람이다'라고 읊었다. 작가의 실제 나이 스물 세 살 때 지어진 이 간명하고 단호한 문장에는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흔적과 각오가 담뿍 묻어 있다.

한 80년대 운동권이 소셜 미디어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단초가 되어 출간된 <내 청춘의 감옥>은 읽고 있으면 서정주의 싯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책이다. 감옥 주변을 전전하며 청춘을 보낸 저자 이건범씨는 8할도 아니고 '내 인생에 필요한 것은 모두 감옥에서 배웠다'고 말한다.

인생의 필요요소들을 감옥에서 배웠다고 해서 무슨 대단한 무용담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내 청춘의 감옥>(상상너머 펴냄)은 1980년대 '운동권 학생'이었던 이씨가 감옥에서 겪은 '생활의 기록'이다.

우유곽으로 화투를 만들어 놀고, 간수 몰래 건전지 껍질을 벗겨 칼을 만드는 등 즐겁고 유쾌하지만 어디가서 '인생 필수품'이라고는 말하기는 다소 민망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씨의 입담에 빠져 계속 읽다 보면 그가 말한 배움이 모든 생활 속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유머와 낙관, 긍정의 사고방식임을 발견하게 된다.

망막색소변소증을 앓고 있는 1급 시각장애인인 이씨의 직업은 출판 편집자이자 작가다. 지난 2010년에는 <좌우파사전>이라는 책으로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을 공동수상했다. 시력을 잃기 전에는 교육용 멀티미디어 콘텐츠업체의 최고 경영자로 연 100억 매출을 올리다가 파산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감옥에서 배운 긍정과 낙관의 힘일까. 감옥을 두 번 다녀온 이후 그의 삶은 안전바가 채워진 롤러코스터처럼 그려진다. 그저 하강과 상승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자신을 얽매려고 하는 격동의 시대를 몸으로 겪어낸 기록이다 보니 지금의 청춘들에게도 시사하는 지점이 적지 않다. 소설가 공지영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누군가는 이 기록을 역사로 읽고 누군가는 추억으로 읽겠지만 나는 이 글을 시퍼런 젊음이 가닿을 가치를 찾기 위해 몸부림쳤던 방황으로 읽었다"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0~90년대를 청년으로 살았던 현재의 중년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청춘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 청춘의 감옥 - 시대와 사람, 삶에 대한 우리의 기록

이건범 지음, 상상너머(2011)


태그:#이건주, #내 청춘의 감옥, #상상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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