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2 지방선거 이후 6개월이 지났다. 야권연대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각각 '공동정부 운영'을 약속했다. 실제로 각기 단위 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6·2 지방선거 이후 달라진 지역별 공동정부 상황을 점검했다. 점검의 대상은 지난 선거에서 공동정부 운영을 약속했던 자치단체들이다. 서울·인천·경남·경기도 고양시 등 다양한 지역현장의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비전을 묻는 생중계 좌담도 마련했다. 모두 5차례로 나눠 지방정부 6개월 성과와 한계를 따져본다. [편집자말]
6.2 지방선거 당시 선거연합에 나섰던 도봉구의 제 야당·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010년 12월 14일 구의회 앞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원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6.2 지방선거 당시 선거연합에 나섰던 도봉구의 제 야당·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010년 12월 14일 구의회 앞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원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경태

관련사진보기


"구청장님! 영재교육원은 다른 구에서도 사교육 시장만 확대시켰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영재교육원 문제는 국립 서울과학관 유치나 혁신학교 육성 등과 연관된 공약 사항입니다. 제가 영재교육원을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도봉구청장실에서는 이동진(민주당) 도봉구청장과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소속 학부모의 긴급 면담이 있었다. 현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30여 분 동안 논쟁에 가까운 토론이 진행됐다. 도봉구청이 덕성여대와 협약을 맺고 2011년부터 추진하기로 한 영재교육원에 대한 입장이 판이하게 갈린 것이다.

시민사회 인사들은 관내 학생 110명을 대상으로 한 영재교육원 신설은 "교육 분야의 수월성 교육을 위한 예산 편성은 지양한다"는 인수위원회 합의사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 구청장은 "영재교육원 신설은 공동공약으로 합의한 사항으로 도봉구의 교육 환경 변화를 염두에 둔 사업"이라고 반박했다.

결론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면담에 함께 참여했던 정보연 도봉시민회 대표는 "각자의 입장을 명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 "미리 일정을 잡지 않았음에도 구청장이 긴급히 시간을 마련할 만큼 시민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정치' 약속했던 11곳 중 7곳에서만 '협의체' 꾸려져

6·2 지방선거 이후 7개월이 흘렀다. 야권연대 연합정치로 당선된 자치단체에는 어떤 변화가 일고 있을까.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지방선거 당시 '연합정치'를 약속했던 자치구는 모두 11곳. 이 중 선거연합을 했던 정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하는 자치구는 모두 7곳이다. 아직 '협의체'를 꾸리지 못한 4곳 중 금천구는 지난 12월 비정규직센터 건립 등에 대한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연합정치' 대오에서 낙오했다. 나머지 3곳은 '구정협의회' 혹은 '정책협의회'를 가동하기 위해 서로 협의 중이다.

6·2 지방선거에서 핵심 정책의제였던 '친환경 무상급식'의 추진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강남·서초·송파·중랑구를 제외한 21곳의 자치구는 모두 초등학교 1개 학년의 무상급식을 위한 예산을 책정했다. 이 중 구의회의 반발에 부딪힌 동작·양천·영등포구를 제외한 나머지 18곳은 구의회의 예산심의도 통과했다.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및 주민참여기본조례 제정을 통해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각 자치구별로 편차가 크다. 대다수 자치구는 구의회 정기회가 열리는 올해 2~3월에 주민참여기본조례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다수 관계자들은 6·2 지방선거로 태동한 각 자치구의 '연합정치'가 아직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직 걸음마 수준 벗어나지 못했다"... 지역별 편차 심해

서울 기초단체 연합정치 현황표

 연합정치 합의주체구정협의체
건설 여부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주민참여
기본조례
제정 여부
도봉구민주당·민노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시민사회 도봉발전협의회
건설
예산원안 통과(18억9600만 원, 초등학교 일부 학년)2011년 초 추진
예정
노원구민주당·민노당·국민참여당·시민사회11인 정책협의회
구성
예산원안 일부 삭감 통과(10억 원, 초등학교 일부 학년) 2011년 2~8월 주민기본참여조례 제정 및 참여예산학교 운영 예정
서대문구민주당·민노당·국민참여당·시민사회10인 정책협의회
구성
예산원안 통과(22억2000만 원, 초등학교 일부 학년)구체적 계획 미정
성북구민주당·민노당 생활구정위원회
구성
예산원안 일부 증액 통과(17억5000만 원, 초등학교 일부 학년)주민참여예산제
확대 계획
구로구민주당·민노당·
시민사회
공동구정운영위
구성
예산원안 통과(12억5100만 원, 초등학교 일부 학년)주민참여예산제
추진 계획
동대문구민주당·민노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정책협의회
구성 예정
예산원안 일부 삭감 통과(8억5527만 원, 초등학교 일부 학년)구체적 계획 미정
성동구민주당·민노당·시민사회(구두합의)정책협의회 구성예산원안 통과(13억4700만 원, 초등학교 일부 학년)구체적 계획 미정
양천구민주당·민노당·시민사회(구두합의)양천 거버넌스
위원회
예산 심의 중(26억 원)구체적 계획 미정
강서구민주당·민노당 거버넌스
위원회 제안
예산원안 일부 삭감(21억 2400만 원, 초등학교 일부 학년 실시)구체적 계획 미정
은평구민주당·창조한국당 은평재창조 주민
참여위원회
예산원안 통과(7억2132만 원, 초등학교 일부 실시)2010년 12월
주민참여기본조례 구의회 통과
금천구민주당·민노당 비정규직 센터 건립 관련 이견차로 합의 파기


<2010년 1월 5일 기준> 6.2 지방선거 당시 서울 25개 구청 중 선거연합을 했던 11개 구청 대상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찾은 도봉구는 '연합정치'를 실험 중인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이동진 구청장도 다른 야당이나 시민사회와 '연합정치'를 하겠단 의지가 분명해, 주변으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는 단체장 중 한 명이다.

도봉구는 지난해 9월 1일 민주당·민노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 인사 20명이 참여하는 '도봉발전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의장은 이동진 구청장이, 부의장은 민노당의 김승교 전 후보가 맡았고 협의회의 50%는 비 민주당 인사들로 구성했다. 또 협의회 산하에 참여행정·보건복지·도시건설 등 3개 분과위원회를 꾸려 구체적인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는 민노당 2명, 국민참여당 2명, 시민사회단체 2명, 민주당 5명이 참여하는 '11인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격월 1회 전체회의, 격월 1회 실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민노당과 참여당, 민주당이 참여하는 10인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 어린이도서관 ▲ 근로복지센터 등을 추진하고 있다. 양천구청은 민노당과 시민단체가 공동 참여하는 25명 규모의 '양천 거버넌스 위원회'를 구성했다. 선거 당시 합의문은 없었지만 '양천 생활자치네트워크'를 결성하는 등 연합정치의 포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는 도봉구만큼이나 '연합정치'가 잘 실현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지역이다. 성북구는 김수현 세종대 교수 등 학계 인사와 민노당, 시민사회 인사 18명이 참여하는 '생활구정위원회'를 구성한 뒤 연합정치를 실험하고 있다. 생활구정위원회는 월 1회 전체회의와 구청장 및 실·국장과 간담회를 진행한다.

지방선거 당시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던 민노당은 구청장 산하 친환경무상급식 추진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에도 합류했다. ▲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 ▲ 참여예산제 확대 ▲ 비정규직 축소 및 사회적 일자리 확대 등 민주당-민노당의 공동 정책공약을 함께 추진하는 중이다.

단체장의 '변심' 혹은 구의회의 '저항'... 만만치 않은 '장애물'들

동대문·강서·성동구 등은 아직 연합정치가 본격화되지 않았다.

선거 당시 공동정부를 구두합의했던 성동구는 지난 11월 부구청장과 민노당·민주당·시민사회단체 쪽 인사 각각 2명이 참여하는 구정협의체를 건설하자고 합의했다. 동대문구 역시 구청장과 민주당·국민참여당·민노당 등이 참여하는 정책협의회를 만드는 데 합의했지만 진도는 빠르지 않은 편이다. 강서구는 거버넌스위원회를 건설하기로 제안은 됐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지 상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송정순 민노당 서울시당 지방자치위원장은 단체장의 '변심' 때문에 지역적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정당·시민사회단체간 소통이 너무나 다르게 나타난다"며 "일부 단체장들이 선거 당시엔 공동지방정부 운영에 흔쾌히 응했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니 마음이 변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연합정치에 대한 구의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재 연합정치를 실험 중인 대다수 구의회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당이 동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연합정치 성과물에 대한 조직적 반발도 만만치 않다. 앞서 예로 든 도봉구처럼 영등포구나 양천구도 무상급식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한 채 2010년 마지막 정기회를 폐회하거나 회기를 연장한 바 있다.

노원구는 지난 12월 '노원구 교육복지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과 '노원구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한나라당의 조직적 반발에 부딪혀 '미료(未了·폐기되지 않고 다음 회기에 심의·처리함)' 처리됐다. 한나라당의 '연합정치 발목잡기'에 당한 셈이다.

'지분 나누기' 넘어 '민관 거버넌스'로 진화 중인 연합정치

그러나 연합정치가 6개월 동안 답보 상태에만 머무른 것은 아니다. 각 기초단체가 선거 당시 목표했던 공동지방정부는 아니지만 각 협의체를 통해 민관협치(민관 거버넌스) 모델이 형성되고 있는 것. 오히려 선거연합을 했던 정치세력 간의 '지분 나누기'식으로 공동지방정부가 구성되는 것보다는 지역주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쪽으로 '진화'하는 셈이다.

은평구는 서울 기초단체 중 유일하게 '주민참여기본 조례'를 통과시켰다. 김우영(민주당) 구청장은 지난 8월 은평 지역시민단체 및 학계 인사 17명이 참여하는 '은평재창조 주민참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던 황홍연 창조한국당 후보를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또 구청장 직속 '참여구정추진반'을 설립해 주요 구정에서 주민 참여 폭을 확대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했다.

은평구청은 앞으로도 '주민참여위원회 운영 조례',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 등 실질적인 주민참여 제도들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김영팔 은평구 참여구정추진반 과장은 "조례가 통과되면 구의회의 기능을 축소할 수 있다는 반발 때문에 '은평구 주민의 범위'를 한정시키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며 "올해 2~3월 임시회 땐 그 부분을 개정하는 노력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은평재창조 주민참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용재 은평시민회 운영위원도 "아직 경험이 적고 시민사회의 역량도 부족하긴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춰볼 때 (은평구가) 앞서가고 있는 상황임은 틀림없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은평재창조 주민참여위원회' 황홍연 위원장은 "은평구의 주민참여기본 조례는 호적만 올렸다고 본다"며 성급한 판단을 유보했다. 그는 "민관 거버넌스에 대한 상은 위원회에 속한 이들 사이에서도 수위가 크게 차이 난다"면서 "조례화보다 이행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연합정치' 학습하는 단계, 한두 가지 정책 차이로 깰 수 없다"

다른 구청들 역시 올해 2~3월에 '주민참여기본 조례'를 관철시키겠단 계획이다. 정보연 도봉시민회 대표는 6·2 지방선거 당시 야권과 시민사회가 합의했던 '공동지방정부'를 '정당연합체'가 아닌 '민관 거버넌스'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대선 당시 DJP연합을 '정당연합체'의 예로 들었다. 정책 혹은 인사부문에서 합의된 사안이 이행되지 않을 때 '파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 '정당연합체'라면 민관 거버넌스는 '주민참여'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점진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란 설명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한두 가지 정책에 대해 의견이 다르다고 지금의 틀을 깰 순 없다"며 "지금은 '작은 차이'를 넘어 '연합정치'를 학습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관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선 상호 협동과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지금 구성된 협의체를 깬다면 4년 후에도 같은 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생활구정기획단을 기초로 활발한 구정협의를 벌이고 있는 성북구의 경우도 주목할 만 하다. 성북구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시민참여형 지방정부 구성'을 목표로 삼았다.

조석진 민노당 성북지역위원장은 "다른 정당과 구정협의를 진행한다고 해서 연합정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각 구청의 예산편성이 서울시의 예산편성과 맞물려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자율적 판단에 한계가 명백하고 비 민주당 구의원이 없는 이상, 조례 발의도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다.

조 위원장은 무엇보다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업무보고를 받고 정책협약 진척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과 소통을 통해 정책을 함께 만들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단 얘기였다. 실제로 그는 지금도 많게는 1주일에 4번씩 구청을 방문해 단체장뿐 아니라 담당과장들까지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체장이 긍정적으로 응하더라도 집행단계에서 실현 불가능하단 답변을 듣는 경우가 있지만 비판만 하고 있을 순 없다"며 "정책 집행 단계의 밑바닥까지 훑고 들어가 소통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회정책 비서관이었던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지방정부의 연합정치를 진행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명확한 평가를 내리긴 힘들다"고 말했다. 은평구 등 각 자치구가 주민참여기본조례나 참여예산제 확대를 꾀하는 것에 대해서도 "나쁘진 않지만 조례 제정이 끝이 아니라 이행과정이 더 중요하다"며 구체적 평가를 유보했다. 김 교수는 현재 성북구 '생활구정운영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개혁적 지방정부를 사실상 처음으로 실험해보고 있다"며 '연합정치'에 대한 성급한 판단을 경계했다. 또 개혁적인 지방정치를 위한 네트워크도 형성되지 않았고 각 자치구가 사용할 수 있는 재원도 한계가 있다며 현재의 '연합정치'가 지방선거 당시의 '기대감'보단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정부는 사실 정책 발굴 및 기획을 하기보단 정책을 집행하는 단위라 볼 수 있다. 각종 정책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긴 힘들다. 하지만 지금의 연합정치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실험 과정인 만큼 앞으로 계속 나아질 수 있다. 지금으로선 각자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게 개혁적인 연합정치를 실현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태그:#연합정치, #공동지방정부, #6.2 지방선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