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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대 학교측이 22일(일요일) 덕성여고에서 중간고사를 강행하자 학생들은 오전 8시30분부터 교문을 막아섰다. ⓒ 오마이뉴스 김미선
"토요일 학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일요일 시험을 덕성여고에서 본다고. 세상에 말이 됩니까? 대학생이 일요일날 그것도 고등학교에서 시험이라니..."

"온 덕성인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합니다. '학교가 미쳤네.'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인데, 그래서 공무원 시험도 일요일에는 안 본다는데...학교측은 우리가 왜 수업거부를 하는지 본질을 보십시오."

4월21일을 전후해 학교측으로부터 한 통의 빠른우편과 전화통보를 받은 덕성여대 학생들은 아연실색했다. '4월22일 종로에 있는 덕성여자고등학교에서 교양시험을 치른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4월16일, 17일 총투표를 거쳐 수업거부에 돌입한 학생들에게 덕성여대 측이 '일요일 중간고사 실시'로 맞대응한 것이다.

학교측은 "몇몇 극렬 소수학생의 '수업거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이상한 시험'을 강행했다. 11년간을 끌어온 덕성여대 학내분규가 이젠 '일요일 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 강행'으로까지 번졌다.

그러나 4월 22일 덕성여고에서 시험에 응한 덕성여대생들은 전체 응시대상자 1300여명 가운데 10여명에 불과했다. 이날 덕성여고 정문앞에서는 시험을 반대하는 총학생회측 학생들과 시험을 강행하려는 학교당국의 신경전이 4시간 이상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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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2일 오전 8시30분] 학생들, 시험장 정문을 막다 "수업거부중인 학생들을 분열시키려는 처사다"

덕성여고 정문을 막아선 학생들을 맞은편인 덕성여중 앞에서 바라보고 있는 변종수 사무처장과 권순경 총장직무대리.ⓒ 오마이뉴스 김미선
덕성여대생들의 중간고사장인 덕성여고 앞에 50여명의 학생들이 들어섰다. 이들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될 학교측의 중간고사 시험강행을 막는다며 정문 앞을 막았다. 시험감독은 물론, 학생, 교직원 모두의 출입이 통제됐다.

한 학생은 "학생들이 박원국 문제재단 물러가니까 학교측이 학생들을 분열시키기 위해 일요시험을 들고 나왔다"며 수업거부의 본질을 보지 못한 처사라고 학교측을 비판했다.

골목 저만치에는 학교측이 '시설보호'를 이유로 요청한 전경 60여 명이 배치되어 있고, 교직원들은 덕성여고의 맞은 편인 덕성여중 앞에 대기해 있다. 전경들은 학교측의 '시험을 무사히 치를 수 있게 해달라'는 몇 차례의 요구에 의해 조금씩 덕성여고쪽으로 가까이 오고 있다.

[오전 10시 10분] 시험시작 시간이 10여 분 흘렀다. 권순경 총장직무대리가 서너 차례에 걸쳐 학생들을 뚫고 학교 안으로 진입하려다가 실패했다. 학생들도 시험을 보기 위해 또는 상황을 보기 위해 덕성여고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아직 학교 안으로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했다.

[오전 10시 50분] 서너 명씩의 여경에게 붙들린 채 강제연행

덕성여대 학교측의 시설보호 요청에 따라 학생들을 강제연행하고 있는 여경들.ⓒ 김자영
"선생님만이라도 들어가게 길을 터달라"는 요구에 정문 앞을 막던 학생들이 길을 텄다. 순간, 40여 명의 여경들이 앞줄에 있던 학생들부터 연행하기 시작했다.

"이거 놔요", "왜 이러세요" 울면서 또는 악을 쓰면서 학생들은 반항했다.
이들은 1명당 서너명의 여경들에게 붙들려 대기중인 전경차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한 학생은 "이게 학교가 학생들에게 할 짓입니까"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그 순간 맞은편 덕성여중 앞에서는 권순경 총장직무대리를 비롯한 교직원들이 팔짱을 낀 채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총 20여 명이 15분 남짓한 시간에 연행됐고, 이들을 실은 두 대의 전경버스가 골목 중간에 놓여 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해산하라, 그러면 학생들을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먼저 풀어달라, 그러면 해산하겠다"고 맞섰다. 경찰과 학생들 사이에 '시위대 해산이 우선인가, 연행자 석방이 우선인가'라는 실랑이가 오가는 가운데 11시30분경 전경버스 1대가 출발했다.

[오전 11시30분] 권순경 총장 직무대리 "몇몇 학생들의 수업거부, 믿을 수 없다"

경찰의 학생연행은 덕성여대측의 '시설보호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덕성여중 교문 안쪽에서 바깥쪽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권순경 총장 직무대리의 말이다.

- 일요일날 학교 밖에서 시험보는 것에 대해 학생들로부터 비판이 많은 것 같다.
"일요일 시험은 며칠전에 통보한 것이다. 장소만 추후에 공고하기로 했었는데 어제 전화로 돌리고 인터넷으로도 공지했다. 일요일 시험은 1천명이 한꺼번에 시험볼 수 있는 시설을 빌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 학생들이 총투표 절차를 밟아서 수업거부 중인데, 학교 밖에서 시험을 강행한다는 것은 투표결과를 존중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수업거부는 불법적이었다. 학교에서 왜 자료를 인터넷에 올리겠는가. 학생들은 수업거부를 몇 차례에 걸쳐서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마지막 투표가 과반수가 넘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몇몇 학생들의 일방적인 결정이다. 학생들이 말하는 숫자를 믿을 수 없다. "

- 지금 시간이 11시가 넘었다. 늦더라도 오늘 시험을 강행할 것인가.
"이 상황이 종료되면 오후에라도 시험을 볼 것이다. 단 한 명이 시험을 보러 온다고 해도 강행할 것이다. 다만 오늘 시험을 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재시험 기회를 주겠다."

-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 교직원들도 "재단 퇴진"이라는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학내 구성원들의 이런 목소리가 타당성이 없다고 보는가.
"재단부분은 이미 대법원 판결에 의해 법적인 타당성을 얻은 부분이다. 그리고 학교에 교협교수는 10여 명밖에 안된다. 그리고 학생들의 대부분도 수업을 원하고 있다. 지금 이런 시위는 극소수의 학생들이 대부분 주도하고 있다. 언론에서 보도를 잘해줘야 한다."

- 몇몇 민주적 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됐다는 학생들과 일부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에서 탈락된 교수들이 많다. 그들은 시보교수들이 대부분이다. 1년 동안 일하고 난 뒤 교수가 될 것을 결정하는 것인데 그 기간 동안 시위를 하고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우리뿐만 아니라 이화여대도 여러 명의 교수가 탈락한 것으로 안다."

- 인문사회대 등 일부 단과대는 조교들이 시험감독을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부한 조교들은 이 자리에 오지 않았다. 나머지 조교들과 일반직원들이 와 있다."

연행된 학생들.


[오전 11시52분] 시험보러왔던 학생들도 다 돌아가고

"계속 해산하지 않을 경우에는 주동자 몇 사람을 경찰서로 연행해서 사법처리하겠다. 이렇게 학생들이 나서서 불법행위를 하는 것은 장래를 위해서도 안좋다. 이래 가지고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자진해산을 당부한다."(종로경찰서장)

"'대학이 정당한 이유없이 다른 곳에서 시험을 보는 것은 학사행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교육부 해석이 나왔다. 그리고 경찰에게 다시 한번 말하겠다. 우리는 지금 연행됐다가 돌아오고 있는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경고와 협박만 계속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김나영 총학생회장)

한동안 시험장 주변을 서성이던 학생들도 어느새 다 집으로 돌아갔다.ⓒ 오마이뉴스 김미선
덕성여고 주변은 더 많은 학생들로 붐볐다. 학교측 관계자들은 학생들을 향해 "12시부터 시험을 시작한다"며 빨리 시험장에 들어가라고 말하고 있으나 학생들은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도,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상황만 지켜볼 뿐이다. 덕성여고 정문을 막고 있던 학생들은 더 이상 정문출입을 통제하지 않은 채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일요시험 강행 무효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학생들의 일부는 정문 밖으로 나와 학생들에게 시험보지 말 것을 호소하고 있다.

"시험을 보러 왔다"는 심리학과 이경진(2년) 양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 학교측에서 일요일에 시험강행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학교 안도 아니고 학교 밖에서 시험이라니..."

- 학생들의 일부가 지금 덕성여고 정문 앞에서 일요일 시험강행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상황을 봐서 같이 할 수 있다면 같이 하려고 왔는데 연행되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학생들의 요구는 "재단퇴진"이다. 이 요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학생들편이다. 족벌체제의 재단이라는 것도 맘에 안들고.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반감이 든다. 이번 시험을 못본다고 졸업 못하는 것도 아니다."

[오후 12시 30분] 학교측 시험 강행, 1%의 학생들만 응하다

비어있는 시험장.ⓒ 오마이뉴스 김미선
12시부터 1학년 1반과 2반 교실에서 시험이 시작됐다. 교양일어. 1반과 2반을 통틀어 시험에 참가한 학생은 10여 명 안팎. 오늘 시험봐야 할 1300여 명 중 1%가량만 학교측의 요구에 응했을 뿐이다. 일부 학생들은 들어갔다가 그냥 나오기도 했다. 그들은 "시험을 보러 갔는데 시험보는 학생들이 너무 적어서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시험을 본 두 여학생은 시험장 복도에서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기도 했다. 이중 한 여학생은 "난 97학번이다. 1학년 때와 달라진 것도 없고, 졸업도 해야 한다..."며 시험에 응한 사유를 밝혔다. 1층 복도에는 학생들의 시험장으로 마련됐던 교실 앞에 한두 명의 교직원들만 서 있을 뿐이다.

ⓒ 오마이뉴스 김미선
"덕성인들의 학습권을 걱정한다면서 졸속적으로 주말에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보게 할 수 있습니까. 이미 총투표를 거쳐 수업거부에 들어간 것인데 전투경찰이 웬말입니까. 전경들 앞에서 '길만 열어라, 선생님들만 들어가겠다'고 해서 길을 열어줬더니 전경들이 그 틈을 타고 학생들을 연행하기 시작했습니다. 1명의 학생에게 3-4명식 달라붙어 연행해 갔습니다."

시험장 밖은 또 다른 풍경이다. 학교 앞에 대기하고 있던 대다수의 학생들은 임나정 사학과 회장의 호소에 따라 집으로 돌아간 듯하다. 대신 연행됐던 학생들이 덕성여고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오후 1시27분] 학교측으로부터는 계속 '해산'을 요구받고 있다고 밝힌 종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이제 정문을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연행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운동장대신 시험을 보고 있는 건물 정문 앞으로 이동해 시험장으로 향하는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시험장으로 들어서려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오후 3시] 학교측, "23일에는 운현궁에서 중간고사를 치르겠다"

시험장 건물 앞을 막아선 학생들. ⓒ 오마이뉴스 김미선
덕성여대 측의 중간고사 강행을 저지하던 학생들은 이제 해산할 준비를 하고 있다. 더 이상 시험이 치러지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험장 안에 있는 직원들은 '시험장이 있는 건물 안에서 4시까지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측의 중간고사 강행은 23일(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알려져 학생들과의 마찰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학교측은 23일부터는 운현궁(대학원 소재)에서 5일간 중간고사를 치를 계획이다.

김나영 총학생회장.ⓒ 오마이뉴스 김미선
김나영 총학생회장은 이날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학교측이 시설보호 요청을 한 것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가.
"몰랐다.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생각해봤다. 8시 30분에 50여 명이 학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교문 앞에서 구호를 외치며 학교 안으로의 출입을 통제했다."

- 일요시험 강행에 대한 입장은.
"일요일에 시험을 본다는 것 자체가 파행이다. 인문 사회대 조교가 시험감독을 거부하고, 수업거부 동참자도 늘고 있다. 학교측은 툭하면 교직원들의 폭력으로, 또는 공권력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

- 일요일에 시험을 강행한 이유로 학교측은 수업거부 투표 결과를 못믿겠다고 한다.
"2차 비상총회에서 1900명만 투표해서 성사되지 못했었다. 그 때의 결과만 놓고 학교측이 우기는 것이다. 총투표에는 과반수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고, 과반수 이상이 수업거부에 찬성했다. 150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표했기 때문에 속임수란 있을 수 없다."

- 학교측은 23일부터는 운현궁 등에서 시험을 강행한다는 입장인데.
"단과대별로 돌아가면서 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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