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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에 봄 향기가 가득하다. 아직은 성곽에 서면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지만 연못과 고샅길 사이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돌담장 밑에 파릇파릇한 이름 모를 잡초는 작은 꽃망울을 머금었다. 담장 나무에 가득한 참새들의 지저귐에서, 마늘밭을 매는 아낙의 손끝에서, 주막의 굴뚝에서 봄이 아른거리며 피어오른다.

 

 

오리가족의 봄나들이

 

개울에는 오리가족이 봄나들이를 나왔다. ‘꽥~ 꽥~~’ 힘차게 목청을 돋우며 봄노래를 부른다. 털을 갈무리하는가 하면 힘찬 날갯짓을 하기도 하고 개울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닌다. 부지런히 먹이를 먹는 녀석도 있다. 한쪽에선 수컷 두 마리가 힘겨루기를 한다.

 

감나무에는 가오리연이 가지에 걸렸다. 봄바람에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어 버둥대며 안달이다.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수많은 참새 떼들이 모여앉아 재잘댄다. 아니 참새가 나무에 주렁주렁 열려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오가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그들만을 봄을 즐기고 있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성곽을 따라가다 보면 초옥에 장독대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봄볕이 쪼이는 양지녘에는 따스함이 묻어난다. 환한 햇살을 듬뿍 받은 초가지붕은 온화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읍성의 봄은 아마 포근한 초옥의 안방에서 머물고 있지 않을까?

 

거대한 고목에 오색천이 묶여 있다. 수백 년은 됐음직한 고목은 얼기설기 앙상한 뿌리를 밖으로 드러내놓고 있다. 발길이 잘 닫지 않은 북쪽의 성곽은 또 다른 비움이 있어서 좋다.

 

성곽을 내려와 읍성으로 들어서면 좌우에 기기묘묘한 장승들이 길손들의 발길을 붙든다. 이곳에서 안내판에 새겨진 낙안읍성 지명의 유래와 낙안의 산, 놀이, 낙안팔경 등의 내력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600년 전 모습 오롯이 간직한 민속마을

 

초옥 230여 채가 모여 600년 전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낙안읍성마을.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읍성 마을은 한국의 농경문화와 주거 및 생활환경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 또한 주민들이 마을에서 직접 살고 있기 때문에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민속촌과는 전혀 다르다. 서민들이 살아왔던 옛 모습 그대로이기에 우리 이웃들의 체취와 정감이 물씬 넘쳐난다.

 

읍성으로 걸음을 옮기다 보면 체험가옥이 눈에 띈다. 전형적인 초가집이다. 마당에는 관광객이 투호놀이를 하고 있다. 이곳에 잠시만 머물러도 그저 마음이 편안하다. 뜨끈한 대추차 한잔에 몸마저 훈훈해져 온다. 대추차는 꿀에 재워 만들었다는데 그 맛이 너무 좋다.

 

중요민속자료 제95호인 낙안읍성 김대자 가옥은 동서를 잇는 큰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는 초옥이다. 반듯하고 넓은 대지에 자리한 이 집은 대문을 들어서면 안채가 있고 대문 옆 서쪽에 화장실이 있다. 안채는 서쪽으로부터 부엌, 안방, 마루, 작은방으로 배열되어 있다.

 

평면구조와 일부 건축구조에서 특수한 면을 보이고 있어 좋은 연구자료가 되고 있다. 집안 곳곳에 널려 있는 옛날 생활용품인 남포등, 멍석, 숯다리미, 풍로, 절구통, 물레, 디딜방아 등이 눈길을 끈다.

 

봄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마을 고샅길에는 아이들이 토끼를 안고 놀고 있다. 마늘밭에는 아낙이 김매기를 한다.

 

낙안읍성에 봄 향기가 가득하다. 낙안읍성의 봄은 아이들의 함성에서, 아낙네의 손끝에서 아른아른 피어오른다. 참새도 재잘재잘 봄노래를 한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승주 IC 우회전 - 22번국도 낙안읍성 방향 -승주읍 857번국도 죽학 삼거리 좌회전 금전산 금둔사 -낙안온천 -낙안읍성

◐고속버스: 서울-순천간 고속버스(센트럴시티, 30분 간격으로 운행)이용. 순천시외버스터미널 앞 낙안읍성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63, 68번 낙안읍성행 버스 40분 간격 운행 약 30분소요)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낙안읍성, #오리, #봄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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