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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법을 공동체 마을 만들기와 대안교육 현장에서 찾은 조한혜정 교수의 칼럼집
 위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법을 공동체 마을 만들기와 대안교육 현장에서 찾은 조한혜정 교수의 칼럼집
ⓒ 또 하나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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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가 된 현대사회

불행하게도 현대인들은 유년의 기억을 거의 지니지 못한다. 유년의 기억 창고가 될 가정·학교·마을 등 공동체적 기반이 근대화라는 괴물에게 허물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삭막한 도시에서 태어나자마자 경쟁으로 내몰리는 현대인들에게 따스한 유년의 기억이나 자연과의 교감이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규격화된 사회, 규격화된 교육을 받고 규격화된 삶을 살아가야하는 현대인들은 기계처럼 규격화된 삶을 타성적으로 살아간다. 규격에 맞지 않으면 불량품 취급을 하기에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은 던져버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맞추어 억지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재단하여 생존하는 것이다.

괴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에 맞춰 자기를 잘라내 개인의 생각과 개성이 죽어버린 현대사회는 정신적으로 이미 죽은 사회다.

우리는 지금 가만히 멈추어 서서
바라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혼자 있을 시간이
타인과 관계 맺을 시간이
창조적인 일을 할 시간이
즐거움을 주체적으로 즐길 시간이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그저 감각을 움직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구상하고
기획할 시간이 필요하다
- 폴 라파르그

이 글은 백년 전에 한 통찰력 있는 지구인인 폴 라파르그가 남긴 당부의 말이라고 한다. 이미 백년 전, 그는 달리는 시간 위에서 자기 의지대로 멈추지 못하고 태엽 감긴 자동인형처럼 살아가야 할 현대인의 비극을 감지한 것일까?

여기저기서  정신이 허물어지는 신음소리와 생의 위험을 호소하는 소리가 높아지자 "나는 자동인형이 아니에요. 내 아이도 더 이상 자동인형으로 키울 수는 없어요"라며 자기 정체성을 찾아 자기들의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바로  육아공동체·대안학교·공동먹을거리 생산과 분배 등 전통적인 마을공동체를 이루어 두레정신의 미덕을 되살리며 기성품이 되기를 거부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위험사회에서 살아남을 비법은 똑같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방식이라는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새마을 운동과 근대화라는 괴물이  황폐화시킨 전 국토와 인간의 마음을 되살리는 방법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본 아름다운 공동체 마을 라다크와 전통 농촌 사회의 모습일지 모른다. 도시 삶에 지친 이들은 한 번쯤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모여 사는 전원에서의 한가로움을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삭막한 도시에 사는  현대인치고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의  삶이나 스페인 ‘몬드라곤 공동체’ 혹은  윤구병 선생의 ‘변산 공동체’ 같은  마을을  마음에 그려보지 않은 이들이  어디 있을까?

꿈을 지닌 '탈선'한 어른들은 아름답다

지은이 조한혜정은?
조한혜정 교수
▲ 조한혜정 조한혜정 교수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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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또 하나의 문화' 동인들과 페미니스트 운동을 펼쳤다. 90년 이후 청소년과 대안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실험적 사업들을 효율적으로 펼치며 즐거운 일탈을 20년간 즐겼다.

현재는 모든 세대가 어우러지는 '돌봄의 사회'인 마을 만드는 일과 '피스 앤 그린 보트 크루즈'에 참여한 후 한일 간 평화문제 만이 아니라 환경문제에도 '필'이 꽂혀 생태적인 마을 만들기에 온 에너지를 쏟고 있다.
<다시, 마을이다>를 통해 젊은이부터 어르신까지 '탈선'을 부추기고 있는 조한혜정씨는 그 자신이 '탈선'이 주는 즐거움을 충분히 맛 본 사람이다. 하자작업장과 성미산 마을학교 교장으로 곁길의 삶이 주는 재미를 20년 동안이나 만끽한 조한혜정씨는 한때 마음에 맞는 일들과 함께 사는 공동의 집을 꿈꾼 적이 있다.

실제로 그는 공동체 삶을 살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곧 단순한 집이 아닌 마을이 생겨야만 세대 간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그는 그가 본 위험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능성을 <다시, 마을이다>에 소상하게 담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돌봄의 사회’ 즉 품앗이가 살아있는 사회, 각자의 개성이 장점이 되어 서로에게 유익이 되는 사회, 어린이와 노인이 함께 있어 행복한 사회가 현대사회에도 분명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성미산마을에서 본다. 성미산 마을은 골목길을 돌면 만화가게가 있고, 엄마의 손맛을 살린 반찬가게가 있으며, 유기농 아이스크림 가게와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세운 마을 학교가 있다. 

그가  힙합을 즐기는 자녀 세대만이 아니라 부모세대에게도 기꺼운 마음으로  '탈선'을 권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가족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공동체적 기반이 여지없이 허물어져 가는 시대일수록 가족이기주의와 조직화에서 탈피하여 ‘탈선’한 어른들이 많이 생겨나야만 전 세대로 확장된 관심이 생겨나고 시대를 헤쳐 나갈 해법도 생겨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신뢰하는 준거 집단 안에서의 최소한의 안정성 회복과 관계의 확장만이 신자유주의가 가져 올 실업과 위험사회에서 자기 새끼만 아는 ‘축생이’의 비극을 벗어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해법을 제사할 수 있으리라는 말은 불안안 현대인이 귀기울여 봄직하다.

신뢰하는 준거집단은  고도의 관리체제에 포획되지 않고 두런두런 마을을 이루어 살기 시작한 탈선한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 꿈을 지닌 '탈선'한 어른들은 꿈쟁이 요셉이 그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듯, 그들 역시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하나하나 현실의 자리에서 만들어 간다. 그러기에 " 꿈꾸는 자들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꿈은 ★ 이루어진다!

꿈을 지닌 크고 작은 마을과 마을들이 레이스 코처럼 엮여 ‘천개의 고원’을 이루며 웅장한 교향악을 연주하게 될 때 천지개벽이 일어 날 것이라는 그들의 아름다운 꿈이 한 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질 그날을 그리며 다시, 마을이다!

덧붙이는 글 | <다시, 마을이다 - 위험 사회에서 살아남기> / 조한혜정 지음 / 또 하나의 문화 펴냄 / 9800원



다시, 마을이다 - 위험 사회에서 살아남기

조한혜정 지음, 또하나의문화(2007)


태그:#조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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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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