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모습만 놓고본다면 5명의 후보중 가장 앞서나가는 이는 이범석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모습만 놓고본다면 5명의 후보중 가장 앞서나가는 이는 이범석이라고 할 수 있다 ⓒ KIA 타이거즈

 

'자리는 하나, 후보는 다섯?'

 

KIA 타이거즈의 비시즌이 포지션 경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KIA 선수단은 현재 미야자키 휴가시에서 맹훈련을 거듭하고 있는데 몇몇 포지션을 빼놓고는 확실하게 정해진 보직이 없는지라 그 어느 때보다 자리다툼이 치열한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선발투수 경쟁. 타 포지션 같은 경우 확실한 기량을 갖춘 선수가 많지 않아 고만고만한 승부를 벌이고 있는데 반해 선발투수 쪽은 잘하는 이들이 워낙 많아 조범현 감독을 행복한 고민에 빠트리고 있다.

 

KIA는 성적이 좋지 않았던 지난 시즌에도 선발투수 쪽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중간계투에서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유동훈-손영민의 잠수함 계투조가 건재하고 한기주라는 확실한 마무리가 있는지라 전체적인 투수력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은 갖추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올해 같은 경우 선발 후보에서 밀리는 좋은 자원들이 많은 것으로 예상돼 미들맨 쪽도 상당부분 보강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약한 타선을 감안해 거포형 타자를 뽑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조범현 감독은 외국인선수들을 모두 투수로 뽑았다. 어설프게 약점을 보강하느니 강점을 더욱 강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선발왕국'답게 5선발 후보들의 면면도 쟁쟁

 

릭 구톰슨과 아킬리노 로페즈라는 두 외국인 투수의 가세는 KIA 선발진의 높이를 더욱 올려놨다. 이들이 제몫을 해줄 경우 KIA의 선발마운드는 기존의 윤석민-서재응과 함께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선수들의 부상만 없다면 두 쌍의 원투펀치를 보유했다고 평가받았던 2002년 마크 키퍼-다니엘 리오스-김진우-최상덕 라인 못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특별한 변수가 없는한 윤석민-서재응과 두 외국인 투수가 선발의 4자리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고있는 윤석민은 비단 KIA뿐 아니라 어느 팀으로 가도 1선발 후보에 오를 만큼 리그 최정상급 우완투수로 자리매김했고, 서재응 역시 지난해처럼 부상에 시달리지만 않는다면 10승은 무난한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외국인선수들 역시 전력상승을 위해 심사숙고해서 데려온 존재들인 만큼 중용될 수밖에 없다.

 

KIA의 고민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외에도 선발로써 제몫을 해줄 후보들이 넘친다는 점이다. 물론 그들이 윤석민-서재응처럼 확실한 선발자원이라면 애초부터 외국인투수들을 2명이나 선발하지는 않았겠지만 각자가 일장일단을 갖추고있는 선수들인지라 제각기 모두 가능성을 내포하고있는 상황이다.

 

현재 5선발 후보로 꼽히고있는 투수들은 강철민, 이범석, 곽정철, 이대진, 임준혁 등 총 5명이다. 이범석-곽정철-임준혁은 강력한 구위로 무장한 젊은 피들이며 강철민과 이대진은 노련함이 돋보이는 베테랑들이다. 적어도 이들 중에서 한두명만 확실한 모습을 보여줘도 KIA의 선발진은 여느팀 부럽지 않은 진용을 갖추게된다.

 

 

 곽정철(왼쪽)과 임준혁은 구위만 놓고 따지면 얼마든지 선발 한자리를 꿰찰수 있는 재목들이다

곽정철(왼쪽)과 임준혁은 구위만 놓고 따지면 얼마든지 선발 한자리를 꿰찰수 있는 재목들이다 ⓒ KIA 타이거즈

 

젊은 피들의 구위냐, 베테랑들의 경험이냐

 

최근의 모습만 놓고 본다면 이들 중에서 가장 앞서가는 선수는 단연 이범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지난 시즌 중간계투에서 선발로 갑작스럽게 보직을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28경기에 출전해 119 2/3이닝 동안 7승 10패 방어율 3.08로 엄청난 모습을 보였다.

 

에이스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했던 서재응이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윤석민과 함께 실질적인 선발진의 원투펀치 역할을 해냈다. 특히 이전까지 단 한시즌도 50이닝을 넘기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한 활약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지난 시즌의 활약상만 놓고 보면 이범석은 5선발이 아니라 2~4선발로 중용돼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단 한 시즌의 기록만으로 이범석을 안정권으로 놓기는 힘들다. 이전부터 그는 좋을 때와 나쁠 때의 경기력의 차이가 굉장히 컸다. 이같은 약점은 지난 시즌에도 그대로 이어졌는데 경기 초반 뜻대로 제구가 되지 않으면 제풀에 무너지는 모습도 종종 보이곤 했다. 이범석 입장에서는 지난해의 활약이 '깜짝 돌풍'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곽정철과 임준혁은 150㎞ 이상의 강속구를 뿌려낼 정도로 강력한 파워피처들이다. 적어도 구위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때는 선발진의 한자리를 꿰찰 것으로 기대할만한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검증이라는 부분에서 많이 부족하다.

 

곽정철은 한기주에 필적하는 직구의 공 끝을 가지고 있다는 극찬을 받고있지만 제구력 문제로 좋은 구위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임준혁은 묵직한 강속구에 각도큰 커브가 일품이지만 기복이 심해 잘 던지다가도 순식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의 이범석이 그랬던 것처럼 확 달라지지 않는다면 올해도 좋은 공을 제대로 써먹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범석-곽정철-임준혁 등이 파워로 승부하는 영건들이라면 강철민과 이대진은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들이다. 구위 자체로는 후배들에게 못 미치겠지만 많은 경기를 소화한 선수들답게 경기를 끌어나가는 노하우나 안정감에서 한수 위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대진은 이종범-장성호 등과 함께 과거 해태왕조를 경험한 얼마 되지 않는 프랜차이즈급 스타중 한명이다. 오랫동안 부상으로 신음하며 과거의 대단했던 구위는 잃어버린지 오래지만 제구력과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비교적 기복 없이 이닝을 소화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닝을 오래 끌고 가지 못한다는 점과 제구가 흔들렸을 때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지 못해 난타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선발투수로서의 메리트는 점점 떨어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KIA 초창기 시절 선발 투수진의 한축을 담당했던 강철민은 부상으로 두 시즌을 쉰 뒤 오랜만에 돌아온 컴백파다. 경쟁자들에 비해 어느 한 부분에서 특출나게 뛰어난 요소는 없지만 구위-제구-경험 등을 골고루 평가했을 때 가장 무난한 수준의 투수다. 하지만 좋았던 시절에도 유독 기복이 심했고 방어율 역시 높은 편이라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가장 먼저 후보군에서 탈락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꼭 5선발경쟁이 이들 5명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조범현 감독은 아직까지 완전하게 선발진의 밑그림을 그려놓지 않은 모습. 서재응은 부상우려가 많고, 윤석민같은 경우는 WBC 출전으로 인해 과부하가 염려된다. 또한 로페즈와 구톰슨은 주로 미들맨으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자칫 초반에는 선발로테이션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조감독은 상황에 따라서는 '6선발 체제'로 당분간 선발진을 꾸려나갈 수도 있다는 계획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후보들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좌완 양현종같은 경우는 중간계투로 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강력한 5선발 후보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에도 가능성을 보여줬고 무엇보다도 선발진에 왼손투수가 하나 포함되어있으면 좀더 시너지효과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치열한 호랑이굴의 다섯 번째 선발 경쟁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자는 누가 될 것인지, 젊은 피와 베테랑들의 팽팽한 장외싸움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09.02.25 09:55 ⓒ 2009 OhmyNews
선발투수경쟁 KIA 타이거즈 프로야구 WBC 비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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