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오프'(spin-off)라는 하위 장르가 있다. 영화나 TV 드라마, 만화에서 본편에 해당하는 작품의 파생되는 텍스트를 말하는 용어 말이다. 최근 개봉한 <장화 신은 고양이>는 <슈렉>을, <울버린>은 <엑스맨>을, <데스노트 L>은 <데스노트>를, <나는 트로트 가수다>는 <나는 가수다>를 모체로 한다.
본편이 없었다면 결코 순탄히 제작될 수 없었던 이 텍스트에 tvN <슈퍼디바>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 Mnet '슈퍼스타K'가 유발한 일반인 서바이벌 오디션 효과는 이제 같은 CJ E&M 계열인 tvN의 <슈퍼디바>, Mnet의 <보이스 코리아>의 삼각편대를 구축한 꼴이다(일반 가수들이 오페라에 도전하는 <오페라 스타>는 제외하도록 하자).

그 중 '주부가요열창'의 21세기 버전이라 칭할만한 <슈퍼디바>는 자신의 목표점을 명확히 한 꽤나 영민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노래는 간데 없고 사연만 있다'는 비판도 주부들의 애달픈 인생사와 눈물 앞에선 무장 해제 될 수밖에 없다.

 <슈퍼디바> 1,2회에 출연한 양성연씨.

<슈퍼디바> 1,2회에 출연한 양성연씨. ⓒ tvN


<댄싱퀸>의 엄정화가 만약 <슈퍼디바>에 출연했다면?

"보람아, 나 기뻐. 노래 잘 했어. 그리고 네가 노래할 때가 정말 너 나이 같아. 저번보다 훨씬 더 많이 늘고, 보람이가 연습한 게 표시가 팍팍 나. 앞으로도 더 하는 거 알지? 파이팅!"

32강 무대에서 탈락한 참가자 김보람씨에 대한 심사위원 인순이의 심사평이다. 여성의 시선이 녹아있는 이 심사평은 여느 오디션에선 들어볼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주부대상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디바>가 이러한 시선을 감추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 영화 <댄싱퀸>의 주부 엄정화가 만약 <슈퍼디바>란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아마 '슈퍼스타K'에서 이효리에게 면박을 제대로 당하는 장면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극 중 엄정화 정도의 실력이라면, 오히려 인순이에게 격려를 받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슈퍼디바>의 전체 분위기가 그런 식이다. 심사위원 중 독설을 내뿜는 이는 아직 호란 한 명에 불과하다. 인순이는 물론 '총각' JK김동욱이나 '울보' 주영훈은 점잖고 따스하다. 심지어 진행자 이승연의 나레이션은 흡사 <인생극장>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tvN <슈퍼디바> 예심 모습

tvN <슈퍼디바> 예심 모습 ⓒ tvN


<슈퍼디바> 진보한 오디션일까, 진부한 오디션일까

출연자들의 사연 또한 오히려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꼴이다.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가수의 꿈을 포기한 홍혜진, 2007년 앨범을 발표한 바 있는 도은영, 객원래퍼 출신인 김민영, 거북이로 데뷔를 앞뒀던 이지영 등. 

출산과 육아 등 각종 개인사로 가수의 꿈과 멀어졌던 20대 초반부터 30∼40대 주부들의 사연은 심사위원을 울컥하게 만들기 일쑤다. 2회 초반 24세 주부 양성연씨가 눈물을 펑펑 흘리는 합격 소감을 클로즈업으로 잡아낸 화면은 그러한 편집의 결정판이다.

tvN의 송창의 본부장은 "맞춤형 콘텐츠의 힘"을 줄곧 강조해왔다. tvN은 최근 주부 시청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일일드라마 <노란 복수초>를 내놓기도 했다. 만약 2회까지 1%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올린 <슈퍼디바>가 금요일 저녁 시간대에 성공한다면 또 다른 적극적 케이블 시청층을 개발하는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한 오디션은 박수를 받지만 진부한 오디션은 외면 받는다."

<프로젝트 런어웨이 코리아>의 진행자 이소라의 유행어를 빌려오자면, '주부가요열창'과 <슈퍼스타K>의 경계에 선 <슈퍼디바>는 일단 제 갈길 하나만은 확실히 정한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주요 시청층 공략과 그에 부응하는 스토리와 편집. 이 스핀오프 오디션의 미래는 박수일까, 외면일까.

 tvN <슈퍼디바>의 한 장면

tvN <슈퍼디바>의 한 장면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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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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